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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연설' 노무현, 2년 뒤 역대급 반전 [정치, 그날엔…]

수정 2021.12.18 11:08입력 2021.12.18 09:00

2000년 16대 총선, 부산 북·강서을에서 청중 없는 유세
종로 떠나 부산 총선 도전했지만 낙선…대선 승리의 불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할 말을 잊어버렸는데….” 2000년 4월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 부산 명지시장 유세 현장.


부산 북구·강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유세 시작에 앞서 당 관계자들에게 난감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치인 노무현은 손꼽히는 대중 연설 능력자다.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능력은 어떤 정치인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할 말을 잊었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인 노무현은 부산 국회의원이 되고자 총선에 나왔지만 당시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명지시장 유세 현장에서 그의 연설을 들으려는 청중은 거의 없었다.

넓은 공터에 연설 무대를 마련했지만 청중은 보이지 않는 상황,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현장 상황을 이해하려면 1998년 7월21일 국회의원 재·보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종로의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았던 그 선거의 주인공은 정치인 노무현이었다. 그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나왔는데,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종로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유력 대선주자의 부상에 여의도 정가는 술렁였다. 2000년 총선에서 종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한 뒤 2002년 대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그런데 종로 국회의원 노무현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종로의 품을 벗어나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 북구·강서구을 지역 국회의원에 도전한 것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절대로 넘겨줄 수 없는 선거였다.


부산 북구·강서구을 선거는 혼탁하게 전개됐다. 노무현 후보를 떨어뜨리고자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색깔론 공세도 이어갔다. 노무현 후보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텅 빈 명지시장 공터 연설은 노무현 후보의 처지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제16대 총선 부산 북구·강서구을 지역구 개표 결과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는 4만464표(득표율 53.22%)를 얻어 여유 있게 당선됐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2만7136표(35.69%)를 얻는데 그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노무현 후보의 총선 낙선은 반전의 시작이었다. 무모하게 느껴졌던 그의 도전에 여론이 움직였다. 지역구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뽑히지 못했지만, 전국적으로 그에 대한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바보 노무현’에 대한 응원의 불씨가 빚어낸 나비효과다. 16대 총선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혔다.


정치인 노무현의 반전 드라마는 대통령을 꿈꾸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꿈과 희망이다. 현재의 지지율은 낮지만 언젠가는 국민의 성원을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2022년 대선을 넘어 2027년 대선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22년 대선 레이스에서는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되지 못했던 인물 중에서 차차기 대선(2027년)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모멘텀’이다.


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시대적 과제를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16일간 강화된 거리두기…백신 미접종자 '집콕' 고립 시작 됐다
수정 2021.12.19 07:37입력 2021.12.18 10:38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모바일 앱으로 확인한 백신 접종 이력.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서영 기자] 18일부터 16일간 사적 모임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된 가운데 일부 백신 미접종자 측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8일부터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백신 접종 이력과 관계없이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은 8명까지 모일 수 있었으나 이날부터 내년 1월 2일까지는 전국에서 동일하게 최대 4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허용된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모임과 이동량이 늘거나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점 등을 고려해,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완화됐던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유흥시설, 콜라텍·무도장이 포함된 1그룹과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등으로 구성된 2그룹은 밤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또 학원·영화관·공연장, PC방 등이 포함된 3그룹과 경륜·경정·경마장, 파티룸, 키즈카페, 마사지·안마소 등이 포함된 기타 그룹은 이보다 더 늦은 밤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입시 학원과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은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예배나 미사, 법회 등 종교활동에 참석 가능한 인원도 줄어든다. 접종 완료자만 참석할 때는 좌석의 70%까지만 채울 수 있고, 미접종자를 포함할 때는 좌석의 30%, 최대 299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수용 인원의 절반까지 입장을 허용하고, 방역패스를 적용하면 좌석의 100%까지 채울 수 있게 한 기존 수칙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이 외에도 종교시설 내의 소모임 인원도 접종 완료자에 한해 4명까지 제한된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의 방역 강화를 두고 백신 미접종자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는 향후 2주간 식당과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적 모임을 할 수 없어져 사실상 '혼밥'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접종자 역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예외가 인정되지만, 이 역시 모임 이전으로부터 48시간 이내로 검사를 받은 사례에 한해서다.


일부 식당에서는 동행자 여부와 관계없이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을 아예 거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업 제한으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기저 질환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사람들까지 문제로 삼는 듯하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개별 업소가 자체적인 운영 지침에 따라 미접종자의 출입을 금지해도 당국이 출입 허용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은 17일 기준 3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또 지난 10일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는 "소년을 상대로 한 방역패스 도입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권서영 기자 kwon19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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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묶인 30대…가계부채 폭증 주도
수정 2021.12.18 12:21입력 2021.12.18 12:21

30대 가구주 부채 평균 1억1190만원
5대銀, 전세대출 중 30대 비중 최고
금리 인상기 채무상환능력 약화 우려
이자 부담 완화책·세심한 출구전략 필요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서울 마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재경(37·가명)씨는 지난해 7월 신혼집으로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를 5억원에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로 2억원을,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과 부모에게 빌려 메웠다. 김 씨는 주변인들이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1억도 대출했다. 집값과 투자금 대부분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한 셈이다. 김씨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반토막났다"며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돈을 벌어보잔 생각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 부담이 갈수록 높아져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대가 한국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폭증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및 주식·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휩쓸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와 집값 급등으로 전월세보증금을 충당하기 위해 과도하게 빚을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속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청년층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 이자 부담 완화책 및 세심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30대 가구주의 부채는 평균 1억1190만원으로 전년(1억82만원)대비 11.0% 늘었다. 30대 빚은 지난해 처음으로 평균 1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모든 연령대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30대에서 전월세보증금 보유비율이 증가하고 주식채권펀드 보유율이 크게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모든 연령대 중 40대의 빚이 1억2208만원으로 가장 많지만 30대 부채가 더 급격히 불어나면서 간극은 계속 좁아지는 추세다. 지난해엔 40대 부채가 30대보다 평균 1200만원 많았지만, 올해는 1000만원 정도로 격차가 줄었다.


30대 가구가 가진 부채의 84%에 해당하는 9404만원이 금융부채였다. 이중 평균 담보대출액은 7425만원으로 40대(7163만원)를 넘어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148조5732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 연령대에서 30대(63조6348억원)가 42.8%를 차지해 그 비중이 가장 높았다. 40대(36조3760억원), 20대(24조3886억원), 50대(17조2969억원) 순이었다.

지난 10월 25일 열린 '10월 가계부채 관리방안 당정협의'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문제는 빚은 점점 불어나는데 대출 이자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중금리도 올라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현재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대출은 약 75%를 차지한다. 30대의 금융권 대출(평균 9404만원) 중 변동금리 대출이 전체 평균과 비슷한 75% 정도일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 해에 내야 하는 이자가 약 70만원 증가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인상하면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대출 중 청년층 비중이 크게 늘어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전년 대비 16.1% 급증한 130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들의 고용 문제를 포함한 경제·기업환경 전반에 대한 고찰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대출을 관리·억제하는 식의 단기적 금융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전반의 경직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후퇴하다보니 왕성하게 일을 해서 소득을 일으켜야 하는 청년층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이런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증가하면서 전월세 자금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여기에 대응할 목적으로 또다시 대출에 의존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실질적으로 45% 선에 머물고 있고 향후 청년일자리가 확대될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며 "청년층의 금융부담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좋은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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