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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쓰레기가 가득…'저장 강박증' 환자도 이웃도 '고통'

수정 2021.11.07 07:38입력 2021.11.07 07:38

쓰레기까지 모아두는 '저장강박증'
주변 이웃 악취·벌레 등 불쾌감 호소
저장강박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어

집안을 가득 메운 쓰레기들. 악취가 이웃 등 주변인들에게 확산하는 것은 물론, 이 집에 살고 있는 당사자 본인에게도 쓰레기에서 비롯한 세균 등으로 건강상 치명적인 위험을 끼칠 수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 20대 대학생 A 씨는 얼마 전 임대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독립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독립이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A 씨는 어느 날부터 벽과 천장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와 날아다니는 날파리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바로 옆집에서 집안에 쌓아둔 쓰레기 때문에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A 씨 말고도 다른 주변 이웃들이 악취 등 불쾌감을 느끼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쓰레기를 쌓아두고 사는 옆집의 실체가 드러났다.


# 자신의 아파트에 세를 놓은 집주인 B 씨는 요즘 세입자 C 씨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B 씨는 주변 이웃들의 민원을 받은 아파트 측의 연락으로 자신이 세놓은 집이 '쓰레기 집'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식을 듣고 C 씨를 찾아간 B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C 씨는 집안에서 수십마리의 고양이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고양이들의 배설물과 대량의 쓰레기들이 뒤엉켜 집안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B 씨가 청소 전문 업체에 문의한 결과 집 청소에 백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고, 이미 집안 오염이 심각해 청소만으로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 강박장애 일종 '저장강박증'…스트레스나 우울증 원인


최근 저장강박증 환자가 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장강박증이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집 안에 계속 쌓아두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 쓰레기도 집으로 끌고 들어온다.

저장강박증은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2~5%가 저장강박증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강박증 발병 원인은 현재까지 뚜렷하게 알려지는 바는 없지만, 보통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으로 인해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보상 심리로 나타나거나, 사람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는 독거인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지난해 12월 광주 동구 지원1동에서 구청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저장강박증 앓는 주민 집에서 쓰레기 수거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집안 가득 쓰레기, 벌레는 물론 악취까지…이웃들 '고통'


문제는 버려야 할 쓰레기를 모으면서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하고 구더기, 날파리, 바퀴벌레 등이 발생하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공동주택에서 사는 사람이 저장강박증 환자라면, 본인은 물론 주변 이웃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렇게 피해를 호소하는 이웃이 늘고 있지만,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일단 주거환경을 정비하는 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는 9월 60대 남성의 집 안팎에 쌓아둔 400㎏ 상당의 쓰레기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남동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통해 모두 48건의 주거환경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경기 성남에서는 '성남시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 발의하고 지난해 11월2일부터 시행했다. 저장강박으로 인해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주민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민의 건강과 복리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충남 천안에서도 지난해 9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올 본예산에 3000만 원을 편성하고 9월 기준 11가구에 폐기물 처리와 소독비 등을 지원하고, 정신장애가 심한 대상자는 상담, 입원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 대응이 아닌 중앙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쓰레기가 모이고 악취가 진동하면, 그 물건을 치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일으키는 환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현재 저장강박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 집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는 저장강박증 환자에 대해 과태료 등 형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들께서) 당연히 병원에서 진단받고, 병에 의한 것인 만큼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며 "과태료를 매기더라도 그 불안을 극복할 힘이 없으면 결국은 같은 행동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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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터 게임까지…식품·유통업계의 다양해지는 협업 마케팅
수정 2021.11.07 09:29입력 2021.11.07 09:29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김지연(26)씨는 다양한 식품 브랜드들의 소셜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좋아하는 식품 브랜드가 협업을 진행했다고 하면 바로 구매해서 경험해 보려고 한다. 예상했던 조합이 아닌 뜻밖의 조합일 경우에는 브랜드 호감도가 높아진다.


업계 간의 협업(컬래버레이션) 전성시대다. 식품·유통업계의 협업은 패션업계와의 협업이 주를 이뤘다. 2017년 농심이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손잡고 새우깡 티셔츠를 출시했고, 빙그레의 메로나는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함께 메로나 운동화와 슬리퍼를 선보였다. 식품업계와 패션업계의 협업은 2019년 9월 밀가루 브랜드 곰표상사가 남성 패션 브랜드 4XR과 협업해 '곰표 패딩'을 출시하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 같은 환경 속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식품·유통업계의 협업 마케팅이 고도화되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고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MZ세대(1981년~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년~2001년 출생한 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더욱 독특하고 이색적인 영역으로 확장되어 나갈 수밖에 없는 업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교육업계와 협업하고, 게임업계는 물론 음악 레이블과 함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햇반컵반은 침투율(일 년에 한 번이라도 구입한 가구 비중)에서 MZ세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지난 4월 소셜 추리게임 콘텐츠 '명탐정 컵반즈'를 선보였다. 햇반컵반은 MZ세대와의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에듀윌과 협업한 '합격의 맛’ 에디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CU는 데브시스터즈의 모바일 RPG게임 '쿠키런: 킹덤'과 협업해 쿠키런 콜라보 빵과 디저트 8종을 출시했다. MZ세대가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는 점에서 주목해 올해 초 '바람의 나라 : 연’ 게임과 손잡은 뒤 게임업계와 또 한 번의 협업이다.


CU는 구매 혜택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기 위한 이색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먼저 구매 혜택의 경우, 컬래버 제품에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쿠키런 캐릭터 띠부띠부씰 30종이 랜덤으로 들어있고 띠부띠부씰 뒷면에는 게임 캐릭터의 경험치를 올려주는 기능을 가진 ‘레벨4 별사탕’ 10개를 획득할 수 있는 이벤트 코드를 삽입했다.


앞서 코카콜라사의 스프라이트는 힙합 레이블 AOMG와 썸머 캠페인 '쿨하게 리셋'의 일환으로 특별한 협업을 공개했다. 일반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아닌 힙합 레이블과의 컬래버를 통해 스웨그 넘치는 감성을 아이템에 담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반팔 베이스볼 저지, 후드 티셔츠, 반팔 티셔츠, 쇼츠(반바지), 버킷햇 등 5종의 아이템을 선보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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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요소수 대란 막는다"…정부, 수입품 공급망 전반 조사
수정 2021.11.07 09:30입력 2021.11.07 09:30

마그네슘·실리콘도 불안
韓수입 의존도 ↑…공급망 리스크 취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정부가 중국발(發) 요소 수급난을 계기로 마그네슘, 실리콘 등 범용 수입 품목 리스크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중국의 이번 요소 수출 통제처럼 거래 대상 국가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업계와 함께 재고 축적 등과 같은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내부적으로 범용 수입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공급망 점검에 착수했다.


정부는 중요도에 따라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 추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면 업계와 협의할 계획이다.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해서는 국산화 등을 통해 공급망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적 수요가 커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희토류 등 희소금속도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을 집중 관리 중이다. 그러나 소규모 수입업자들이 가격에 맞춰 자체적으로 수입해온 요소 등과 같은 범용 품목은 평상시 공급망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요소 부족 사태도 이런 이유로 정부의 초동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국발 공급망 충격의 파장이 다른 원자재로도 옮겨붙을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마그네슘 생산을 줄이자 마그네슘 가격은 올해 7월 중순 톤당 1만9000위안(약 352만원)에서 9월 한때 7만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주로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알루미늄 가격 역시 중국 정부의 생산 통제로 인해 지난달 기준 톤당 3000달러(약 356만원)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지다.


건설현장과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도 불안하다. 중국 내 감산이 이뤄지면서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의 가격은 8월 초 1만7000위안(약 315만원)에서 지난달 6만1000위안(약 1130만원)까지 올랐다.


이들 원자재 가격은 이달 들어 조금씩 하락하고 있으나 중국 전력난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또다시 가격이 요동치고 품귀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요소 수급난의 조기 해결이 난망한 가운데 다른 수입품으로까지 공급 부족 사태가 번져 '제2의 요소 대란'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은 필수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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