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전까지도 소비 진작에 기대감 ↑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일상 복귀 물거품
비대면 조치에 외식업계도 전전긍긍
오락가락 행정 시민들도 엇갈린 반응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을 이틀 앞둔 29일 서울 명동 거리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달 1일부터 수도권과 제주에서는 6인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며 비수도권은 8인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또한 수도권에서는 유흥시설이 영업을 재개하고 카페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은 밤 10시에서 밤 12시까지로 늘어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유병돈 기자, 문혜원 기자] 12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의 4단계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조치 속에서도 사투를 벌여오던 이들은 6월의 부분적 매출 회복과 7월 조심스런 일상복귀를 기대했지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정부와 방역당국을 향한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하모(43)씨는 "몇 개월째 손님 숫자 줄이기, 영업시간 제한하기 등으로 자영업자만 옥죄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야외에서 다 술 먹고 하는데, 자영업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는 물거품..다시 악몽 속으로=관악구에서 술집 2곳을 운영하는 배모(39)씨도 "어떻게 된 게 매번 자영업자들에게만 힘든 방역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오후 10시 영업이 끝나고 가게 앞을 나가면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데, 정작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자영업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서초구에서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박모(33)씨 또한 "6월부터 매출이 차츰 회복되기 시작해서 기대감을 품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느낌"이라며 "쉬고 있던 직원들까지 출근을 시키려고 하다가 없던 일로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국밥집을 운영 중인 부모(47)씨는 "인근 집단감염 여파로 매출이 반토막 이상 났는데 4단계 격상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무섭다"면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도 타격이 컸는데 앞으로는 주말 가족 손님도 못 받고, 포장 손님이나 겨우 받을 수 있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부씨는 "지금까지는 그나마 직원들 시간 조정 없이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며 "인건비나 이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PC방 업주 김모(42)씨는 "그나마 상권이 좋아서 적자를 안 보고 겨우겨우 유지해 오고 있었는데 4단계 격상 소식이 들리자마자 야간 매출이 하루만에 30만원에서 5만원으로 바닥을 쳤다"며 "영업을 지속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고 토로했다.
실내 골프연습장과 헬스장, 당구장, 수영장, 스크린골프 등 실내체육시설업자들은 악몽이 재연될 것 같다고 우려한다. 서울 성동구의 한 스크린골프 사업자는 "방 10개를 24시간 돌리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25%로 떨어졌다. 재난지원금, 손실보상금으로는 월 1000만원의 임대료와 유지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버텨왔다"면서 "거리두기 완화 기대감으로 6월부터 매출이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였다"고 아쉬워했다. 중구에서 실내골프연습장과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는 업주는 "휴가시즌과 골프성수기를 맞아 하루 20여통의 회원 가입문의가 있다가 전날부터 문의가 뚝 끊겼다"면서 "상주직원도 절반을 줄였다가 최근 1,2명을 다시 채용했는데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을 이틀 앞둔 29일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현관에 연체로 인한 전기사용계약 해지 예정 알림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내달 1일부터 수도권과 제주에서는 6인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며 비수도권은 8인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또한 수도권에서는 유흥시설이 영업을 재개하고 카페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은 밤 10시에서 밤 12시까지로 늘어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다시 비대면..외식·프랜차이즈도 전전긍긍=한식 프랜차이즈 A사 관계자는 "7월들어 거리두기 완화 분위기에 각종 모임 등 예약이 꽉 찼었는데 전날부터 저녁 모임 예약이 20% 이상 취소될 정도로 갑자기 상황이 나빠졌다"며 "이달 말까지 차 있던 예약 대부분도 저녁 6시 이후 2인이상 집합금지가 실시되면 모두 취소될 수 밖에 없어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2~3년 전부터 1인 가구의 급증,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배달사업과 가정간편식(HMR) 사업 부분을 강화해왔다. 유명 외식업체들의 주요 메뉴 대부분이 새벽배송 업체들을 통해 HMR로 제공되고 있어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홀 영업은 사실상 어렵지만 배달이나 HMR 부문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어느정도 매출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그나마 다음주 초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복날 식당서 저녁을 즐기기 어려워진 만큼 배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치킨집의 경우는 이런 때일 수록 배달 수요가 늘어나곤 한다"면서 "가맹점주들은 이제 차라리 제대로 방역을 해서 하루빨리 이 고비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행히 여름철 복날이 있어서 매출 신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민들 "적절한 조치" vs "뒷북행정"=시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느슨해진 방역 심리에 대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와 재차 시작된 대유행에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직장인 서예은(34)씨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사실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었던 것은 사실 아니냐"면서 "술집이나 한강 공원 등에서 밤늦게까지 여러 명이 모여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강제적으로라도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제민(29)씨도 "지난해에는 하루 확진자가 200~300명대만 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500명 안팎이 돼도 무신경한 듯한 모습이었다"면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나서야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을 두고 정부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영훈(41)씨는 "3차례나 대유행을 겪어놓고도 항상 일이 터진 뒤에 수습하려는 정부의 방역 대책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시점부터 해외 입국자들을 막던지 했어야지, 항상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제대로 된 방역 대책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4차 대유행의 요인으로 2030세대를 지목한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최건호(25)씨는 "백신 접종률이 50%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마스크 허용’이니 ‘사적 모임 인원 집계 면제’니 사탕발림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켜 놓고서는 확진자가 급증하니 젊은 세대들 탓을 한다"면서 "대유행때마다 특정 집단을 지목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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