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연합뉴스][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노바백스 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이 국내 기술이전이 돼있고 이미 오랫동안 쓰여온 합성항원 백신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효과와 안전성이 기대된다며 노바백스 백신이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총 2000만명분(4000만회분)의 국내 도입이 예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국내 도입분 전량을 모두 생산해 공급한다. 특히 기술 이전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판권을 갖고 생산하는 만큼 국내 수요에 따른 공급량 조절도 가능하다.
백 교수는 "원·부자재 수급만 해결된다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며 "7~8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된다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물량 도입 시기보다도 빠른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방한 중인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CEO를 만나 백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백신 생산과 도입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백신 추가 확보 문제를 넘어서는 진전된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백 교수는 노바백스가 아직 해외 승인을 받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기존에도 많이 쓰여 온 합성항원 백신인만큼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합성항원 방식은 바이러스 입자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같은 형태를 갖고 있어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합성항원 백신은 항원으로 사용할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를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합성한 후 투약하는 방식으로 기존에도 독감과 B형간염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등에 쓰여온 방식이다.
현재 노바백스 백신은 유럽의약품청(EMA) 심사가 진행 중이다. 4~6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는 다소 시일이 걸리는 만큼 하반기로 전망된다.
백 교수는 반면 "현재 화이자,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선호가 높지만 다소 의문이 든다"며 "기존에 쓰인 적이 없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노바백스 백신의 특성 상 필요한 '면역증강제'의 위험도도 낮다고 봤다. 노바백스 백신은 사포닌 기반 면역증강제인 '매트릭스-M'을 첨가해 제작된다. 백 교수는 "사포닌은 인삼에도 많이 함유된 자연 물질"이라며 "오랫동안 쓰여온 만큼 위험성이 적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승인이 확실하지는 않은 만큼 '스푸트니크 V' 백신 등 다른 백신에 대해서도 꾸준히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지금으로 봐서는 물량이 충분한 만큼 스푸트니크 V 백신을 굳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 위탁생산(CMO)을 하고 있는 만큼 노바백스 백신이 승인되지 않는 등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한 도입 검토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백 교수는 백신이 도입된 후에는 신뢰도와 관련해 접종 후 이상반응 등에 대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당국의 대응을 꼬집었다.
그는 접종과 이상반응 간의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완전히 인과관계가 없다고 입증되지 않는 한 보상해주는 게 맞다"는 입장을 펼쳤다. 그렇지 않게 되면서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이 온 40대 간호조무사 사례를 계기로 접종 대상자들이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냐'며 신뢰성이 깨졌다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변이 감염 사실상 1000명 넘어… "백신이 최고의 변이 대응"
백 교수는 방역 면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강조했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국·남아프리카 공화국·브라질 등 '주요 3종 변이' 감염자가 535명까지 늘어났다.
백 교수는 이를 두고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확진자 모두를 전수검사한 것도 아니고, 변이 바이러스로 이미 확인된 사람들과 인과관계가 확실히 있어 사실상 변이 감염자인 '역학적 관련자들'도 제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역학적 관련자' 615명을 합칠 경우 주요 3종 변이 사례는 1150명까지 늘어 1000명을 넘어선다.
그는 "방역 당국, 특히 지자체에서 집단발생이 나왔을 때 변이 여부를 신속히 검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주일 가량 걸리는 전장유전체 분석이 아닌 하루 이틀이면 가능한 부분유전자분석을 지자체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주요 3종 변이 외 다른 변이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현재 주요 변이 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형(452R.V1) 변이가 19일 기준 국내에 294건 유입된 상태다. 백 교수는 "캘리포니아형 변이도 면역 회피 변이를 갖고 있다"며 "충분히 위험할 수 있고, 캘리포니아 지역의 확산세를 보면 무서운 변이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백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역시 최고의 대응책은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이주가 확산되기 전에 집단면역을 이뤄야 한다"며 "최소 6월, 늦으면 9월까지는 백신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변이에 대응한 개량 백신 확보를 위해서도 "지금 필요 물량의 2.75배를 확보했지만 부스터샷이나 돌발 변수를 고려하면 충분한다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 있다"며 "만약을 위해 버릴 때 버리더라도 작년 같은 꼴을 안 당하려면 과도하게라도 공급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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