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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제국주의 자유주의, 두 얼굴의 일본

수정 2021.03.18 12:04입력 2021.03.18 12:04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스파이의 아내', 만주 731부대 전쟁범죄 파격 소재
전세계에 만행 고발하려는 유사쿠, 군국주의 신봉하는 분대장 다이지
지식인·군인 통해 본 日 1940년대, 여전히 허구 인물들 쫓는 모습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스파이의 아내’에서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사토코(아오이 유우) 부부는 무성영화를 만들어 송년회에서 공개한다. 가면 쓴 여인이 몰래 금고를 열다 남편에게 발각되는 내용이다. 남편은 한적한 창고에서 아내에게 총을 쏜다. 쓰러진 아내는 남편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숨진다. 턴테이블에서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온다.


"속절없는 사랑이라도 기쁘기 짝이 없구나. 암울한 속세에 띄운 꿈의 나룻배. 덧없는 꿈은 공허하게 부서지나니 하염없는 눈물이 멎지를 않누나. 덧없는 사랑이여. 찰나의 연분이여. 애써 차분한 척 해봐도 타오르는 가슴 속 불길. 현세에서 나누는 환상의 입맞춤. 밀려오는 슬픔에 휩싸이는 이 내 몸."


‘스파이의 아내’의 전개를 예상케 하는 액자 영화다.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차 찾은 만주에서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만행을 목격한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국제 사회에 고발할 계획을 세운다. 이를 알아챈 사토코가 만류한다.


"당신은 매국노예요." "난 코스모폴리탄이야." "예?" "내가 충성을 서약한 건 국가가 아니야. 만국 공통의 정의야. 불의를 묵과할 수 없어." "동포 수만 명이 죽어도 그게 정의인가요? (...) 우리의 행복은요?" "불의에 기반한 행복에 만족해?" "저는 정의보다 행복을 원해요."



사랑 앞에서 이념과 사상의 갈등은 중요치 않다. 하지만 배경이 생존을 위협받던 1940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사쿠·사토코 부부는 운전기사와 하녀를 고용할 만큼 유복하다. 그러나 바깥 세상은 딴판이다. 중일전쟁 발발 뒤 국가 총동원체제가 강화됐다. 고노에 내각의 신체제 선언과 더불어 강력한 고도국방국가를 지향하는 통제체제가 형성됐다.


사토코를 흠모하는 다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는 그런 사회가 낳은 괴물처럼 나타난다. 사석에서도 군대정신을 잃지 않는 분대장이다. 따뜻하게 응대하는 사토코에게 서구 복장과 위스키를 지적하며 체제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통제가 단순한 지배보다 절실한 생활적 요구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전쟁과 그 준비 자세를 최상위에 놓고 모든 생활 영역을 이에 종속시키는 군국주의 신봉자다.


정치가 그의 문화와 사상을 지배한 걸까. 구로사와 감독은 정반대로 본 듯하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두 장면으로 통제 문화·사상의 정치 지배를 가리킨다. 군인들의 열병을 지켜보는 민간인들의 모습이 그것. 일부가 "만세"를 외치며 반기지만 나머지는 멀뚱히 쳐다보거나 그냥 지나친다.




후자인 유사쿠가 군국주의 속에서 코스모폴리탄이 된 건 단순히 무역상으로 활동해서가 아니다. 자유주의·데모크라시·교양주의 등으로 요약되는 다이쇼기 사상은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 후 국제적 지위를 확립하고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형성됐다. 근대적인 공교육제도가 확립되고 지식 습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신칸트주의적 문화주의 철학이 뿌리내려 세계시민적 개인이라는 자각이 등장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제국주의적 성장과 자유주의적 지식인의 등장이라는 역설적 흐름을 다이지와 유사쿠로 대변해 보여준다. 자유주의적 지식인들은 일본에서 민본주의 확립과 자유로운 개인의 권리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사상적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시아로 시야를 넓히면서 특권의 공급처인 제국주의적 폭력과 식민주의의 현실에 대해 직시하게 됐다. 이들은 사상의 치명적인 모순을 인정해야 했다. 폭력과 살육의 대가로 특권을 누리면서 동시에 이를 부정해야 하는 이율배반의 상황에 놓였다.




당사자와 관조자, 노동과 유희, 관심과 무관심의 세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유사쿠도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그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망명을 계획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역설적인 상황에 등 돌리고 호의호식하다 전후 피해자의 얼굴을 보였다. 폭력에 굴복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끄러운 과거가 그렇지 않게 됐다고 착각하거나 그런 척했다. 달라진 상황에서 흉포한 군인들이 물러났을 때 민주주의를 입 밖에 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다른 민족에 대한 쓰디쓴 가해의 기억은 엷어져 갔다.


극 후반 사토코가 다이지에게 건네는 간청은 잊힌 기억을 소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당신 본성은 자상함이에요. 난 그걸 알아요. 그런 당신에게 대단한 권력이 주어졌죠. 시대가 당신을 바꾼 거라면, 당신이 그 시대를 바꿀 수도 있잖아요." 다이지는 여전히 허구의 인물들을 쫓고 있다. 액자 영화 속에 갇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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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엄마가 17년 전 연락 끊긴 친모" 드라마 같은 실화(연애의 참견)
수정 2021.03.18 10:06입력 2021.03.18 10:02
지난 16일 방송된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3'에서 17년 전 연락이 끊긴 어머니를 남자친구의 어머니로 만나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사진=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3' 캡처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17년 전 연락이 끊긴 어머니를 남자친구의 어머니로 만나게 된 충격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3' 63회에서는 '인연과 악연 사이'라는 제목으로 고민녀의 사연을 재구성한 연참 드라마가 방송됐다.


이날 사연을 보낸 26세 고민녀는 유일한 가족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다. 고민녀는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넋이 빠진 채로 길을 걷던 중 차에 치일 뻔했고, 남자친구가 이를 구해주며 인연이 시작됐다.


한 술집에서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반찬을 선물하고 반찬통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연애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연애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혼수는 필요 없고 식장이랑 날짜도 네 마음대로 해. 대신 이 반지 계속 껴줄래? 나 네 가족이 되고 싶어"라며 프러포즈했다. 고민녀는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달달할 것만 같았던 연애는 남자친구의 모친을 만나며 위기를 맞았다. 남자친구의 모친이 17년 전 고민녀를 버리고 간 친엄마였기 때문이다. 고민녀의 친모는 딸을 제 모친에게 맡기고 두 사람 모두와 인연을 끊은 뒤 모친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고민녀의 모친은 "나한테 복수하려고 만난 거냐. 어디까지 갈 거냐. 결혼이라도 할 거냐"라며 "나 너한테 좋은 엄마인 적 없다. 끝까지 나쁜 엄마 할게. 헤어져"라고 이별을 강요했다.


남자친구는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상처를 다 안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고민녀를 붙잡았지만 고민녀는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고민녀는 "이러면 나만 부모자식 사이 갈라놓은 사람 된다"며 "마음 기댈 부모가 없다는 게 어떤 건지 남친은 모른다. 남친이 나처럼 살게 되는 것 싫다"며 남자친구를 밀어냈다.


이를 본 한혜진은 "세상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장훈은 "정말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살 게 아니라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정은도 "둘이서만 도망가서 산다는 것은 사실 상상일 뿐인 것 같다"며 "도망가야만 하는 관계는 그것 자체가 약점이 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견러들은 고민녀에게 이러한 상황을 자책하지 말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새 출발 하기를 응원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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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있다, 미국 와라" 한국여성 유인해 성매매시킨 美부부
수정 2021.03.18 13:10입력 2021.03.18 05:13

항공료 빌미로 여권 빼앗고 매춘 강요

레스토랑 일자리를 약속하고 한국인 여성들을 미국으로 오게 한 뒤 여권을 빼앗고 매춘을 강요한 미국인 부부가 지난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은 미국 대법원으로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레스토랑과 바에서 일할 수 있다고 속여 한국인 여성들을 미국으로 오게 한 뒤 여권을 빼앗고 매춘을 강요한 미국인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11일(현지시간) 뉴욕데일리뉴스는 한국인 여성 2명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부부가 성매매 알선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정자 오른스타인(62)과 남편 에릭 오른스타인(49)이 성매매 알선 등 18개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다며 구인 광고한 뒤 실제로는 피해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여성 A씨는 2015년 부부로부터 레스토랑 일자리를 약속받고 미국으로 갔다가 매춘에 동원됐다.


부부는 자신들이 제공한 미국행 항공료를 빌미 삼아 A씨의 여권을 빼앗고 항공료와 여권 발급 비용 등으로 1만 달러를 요구하며 성매매로 빚을 갚으라고 강요했다.


A씨는 감금되다시피하며 일하다 약 2년 뒤인 2017년 3월 여권을 돌려받았다.


피해 여성 B씨도 지난 2001년 한국에서 구인광고를 보고 미국으로 갔다. B씨 또한 이들 부부에게 여권을 빼앗긴 채 1년간 바에서 노예처럼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항공료와 숙식비 명목으로 월급을 가로챘고, B씨는 팁만을 가져갈 수 있었다. 남편 에릭은 수입이 충분하지 않을 때마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물건을 부수고 손찌검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도망치려 할 때마다 부부는 빚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부부 중 아내가 '내가 널 못 찾을 것 같냐'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B씨의 빚을 다른 이에게 일부 양도했고, B씨는 안마시술소로 팔려가 성매매에 동원됐다. 이후 여러 안마시술소를 전전하던 B씨는 2017년이 돼서야 여권을 돌려받았다.


B씨는 또 "지난해 3월 자신을 찾아온 피고인 부부가 남은 빚이 있다며 갈취를 시도했다"고 증언했다.


검사는 "B씨는 자신의 안전과 명예훼손을 우려해 저축해뒀던 8500달러를 부부에게 건넸다"면서 "이 사건은 피고인 부부가 한국인 여성 2명을 의도적으로 뉴욕 퀸스까지 데려와 매춘을 강요한 사건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검사사무실에 인신매매수사국을 설치한 이유"라고 말했다.


피고인 부부 측 변호인은 "2017년 피고인 부부 반지하 아파트에서 살던 고소인이 3만달러를 훔쳐 달아났다. 지난해 의뢰인이 고소인을 찾아간 건 그 돈을 받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또 "고소인의 남자친구가 자신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폭행 혐의로 이 남자친구를 고소했으나 한국 조폭의 협박으로 고소를 취하했다"면서 "부부에게 씌워진 성매매 혐의는 이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부부는 현재 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부부는 각각 25년의 징역형에 처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봤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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