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광훈 보석 취소…140일 만에 재수감
주옥순 "文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
일부 보수단체 개천절 집회 신고…코로나19 확산 우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으로 재수감되면서 그의 수감 사실이 신도들과 보수단체 사이에서 일종의 집회 동력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던 전 목사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의 부재가 일종의 탄압이나 박해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단체는 다음달 3일인 개천절날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15일 광복절에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전 전 목사는 7일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으로 재수감됐다.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재판장 허선아)은 이날 전 목사의 보석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지난 4월20일 전 목사가 보석으로 풀려난 지 140일 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 제5호(지정조건 위반)의 사유가 있으므로 보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할 때'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전 목사는 '이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일체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 등으로 풀려났다.
전 목사는 이날 오후 호송 경찰관들과 함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 목사는 이날 서울구치소로 향하면서 "나는 감옥 가지만 반드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전 목사는 곧바로 법원에 항고장과 함께 구속집행정지도 같이 신청했다.
문제는 전 목사가 재수감 되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해당 교회 신도들이나 보수단체에서 전 목사 재수감은 정부의 탄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전 목사는 지속해서 정부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중국 우한바이러스(코로나19) 테러를 한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점진적으로 일어나 난 게 아니라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에 갖다 부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지난 2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한 바이러스' 전체를 우리(교회)에게 뒤집어씌워서 사기극을 펼치려 했으나 국민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저는 정치가·사회운동가가 아니라 한국 교회를 이끄는 선지자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달은 지켜보겠지만, 문 대통령이 국가 부정, 거짓 평화통일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하면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다. 저는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단체에서는 전 목사 재수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 , '전광훈 목사가 뭘 잘못했냐' 등의 거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전날 (7일) 전 목사의 보석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전 목사가 머물고 있는 서울 성북구 교회 인근 사택을 찾아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전광훈 목사"라며 "전 목사가 가장 두려운 존재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을 빙자해 제압하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대표는 "전 목사가 뭘 잘못했냐"라며 재구속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무 사심도 없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한 전광훈 목사가 뭐가 잘못 됐냐"면서 "민심이 천심 아니냐. 민심이 폭발했는데 이런 상황을 문재인 정부가 계속 외면한다면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주 대표는 또한 한국 기독교계를 향해 "고상하고 멋있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많지만, 시대적으로 그런 목사가 필요하냐"면서 "이분을 이단이라고 몰아가는 대한민국 기독교 목사들은 다 썩어빠질 X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기독교는 공산주의와 함께할 수 없으니 나가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용기있는 목사가 누가 있냐"면서 "오로지 광야에서 전광훈 목사 혼자 성도들과 못난 목사들의 짐을 짊어지고 싸워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 성도들과 보수단체에서 전 목사 재수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자유연대,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은 개천절인 10월3일 또다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서울시는 혹시 모를 코로나 19 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서울 시내 신고된 27건의 집회 대부분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단체는 아예 '휴대폰을 끄고 집회에 참석하라'며 대규모 인원 동원을 예고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관련 포스터에는 'Again(어게인) 10·3 자유 우파 집결, 핸드폰 off(전원 종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한 휴대전화 위치정보 조사를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시와 방역당국은 집회 금지 권고 등 다시 한번 코로나19 예방을 강조했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6일 브리핑에서 "7개 단체에서 27건의 집회가 경찰에 신고됐다"며 "대부분이 광화문 인근을 비롯해 집회 금지 구역 내에서 신고된 만큼 , 경찰이 집시법에 따라 집회 금지를 통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추석 연휴 기간 이동에 대해서도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재의 추세로는 3주 뒤인 추석 때까지 무증상·잠복 감염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추석 연휴 기간에 고향·친지 방문 등 이동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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