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풀린 첫 주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차민영 기자, 이승진 기자] 직장인 김정수(41)씨는 17일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모처럼 가족과 한우 식당에 가서 외식을 즐겼다. 10만5000원을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하고, 하나로마트에 가서 채소와 과일을 구매했다. 아내 몰래 편의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재난지원금으로 사기도 했다.
김씨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고 주말에 오랜만에 외출했는데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과 비슷하게 많았다"면서 "재난지원금으로 '힐링'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첫 주말, 유통가 전통시장을 비롯해 편의점ㆍ하나로마트 등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6~17일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의 주요 품목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상 생필품과 신선식품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GS25의 주요 상품 매출은 전주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헤어ㆍ보디 세정용품과 스포츠용품(골프ㆍ캠핑) 등은 각각 265.6%, 111.7% 늘었다. 아이스 음료(77.7%), 국산 과일류(57.4%), 국산 돼지고기(50.4%), 수입 소고기(50.1%), 반려동물용품(63.6%), 휴대전화용품(62.9%), 완구류(57.8%) 등도 판매가 치솟았다.
세븐일레븐에서는 고가 상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주말 동안 면도기와 남성 화장품은 각각 45.2%, 48.1% 늘었다. 주류 역시 고가 상품인 와인과 양주가 각각 17.2%, 12.8% 늘었다. 맥주는 8.3%, 소주ㆍ막걸리는 4.1% 늘었다. CU는 얼음(65.9%), 아이스 드링크(40.1%), 아이스크림(38.0%), 기능 건강음료(27.5%), 와인(23.3%), 과일ㆍ채소(14.2%) 등의 매출이 증가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일상 수요가 아주 크진 않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심리적 경제 부담이 줄어 고가품에 소비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하나로마트에도 인파가 몰렸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하나로마트 측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육류 소비가 2~3배 신장했다"면서 "여름 제철 과일과 쌀 소비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우 등심과 삼겹살 매출은 각각 175%, 200% 급증했다.
전통시장과 식당, 개별 의류 매장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주로 식료품 소비가 많았지만 공산품, 개별 의류 매장에도 손님들이 몰렸다. 서울 신촌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 주말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나온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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