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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산양·도마뱀을 모방해 탄생한 것은?

수정 2020.04.07 07:17입력 2020.04.07 06:30
절벽 위의 산양. 위태로워 보이지만 산양이 절벽 위를 이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산양의 발굽을 모방해 만들어진 제품은 무엇일까요?[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가파른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산양, 벽을 타거나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 게코도마뱀, 가시 끝부분이 갈고리처럼 휘어진 우엉 씨앗을 모방해 만들어진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산양이 절벽 위를 이동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비결은 말랑한 발바닥에 있습니다. 산양 발굽의 바깥 테두리는 단단하지만 안쪽은 고무처럼 말랑말랑해서 바위에 발굽을 밀착시켜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산양의 발굽을 흉내내 만든 것이 등산화 밑창입니다. 안쪽에 부드러운 고무를 사용해 접지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한 것이지요.


게코도마뱀은 갈고리 같은 발톱도, 끈적이는 발바닥도 없지만 벽을 타거나 천장에 거꾸로 붙어 있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아주 가느다란 털이 아주 많은데, 이 수백만 개의 털, 즉 강모(seta)가 있습니다. 각각의 강모는 다시 천 여개의 주걱 모양 섬모로 갈라진다고 합니다. 강모 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수백만 개가 합쳐져 강한 접착력을 발휘합니다.


이를 이용해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건식 접착표면, 미끄러지지 않고 유리병을 잡을 수 있는 로봇손, 치료용 밴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유럽우주국(ESA)은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단순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계식 게코도마뱀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엉 씨앗은 우리가 흔히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를 만드는데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우엉 씨앗은 가시 끝부분이 갈고리처럼 휘어 옷이나 동물의 털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성질을 이용해 한쪽에는 갈고리를, 다른 쪽에는 걸림고리가 있는 벨크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벨크로는 운동화, 장갑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우주복 제작에도 사용되는 필수 제품이 됐습니다.


이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해 인간의 삶에 적용하는 기술을 '생체모방(Biomimetics)' 기술이라고 합니다.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s'와 모방이나 흉내를 의미하는 'mimesis'라는 두 단어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체모방기술은 거의 모든 생물의 특징을 모방하고,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날을 갈아줄 필요가 없는 부엌칼은 지름 30㎝의 나무도 10분이면 갉아 쓰러뜨리는 비버의 앞니를 모방한 것입니다. 항공기의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고, 연잎 표면의 미세돌기로 인해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밀려나는 구조를 참고해 개발된 것이 아웃도어 방수 점퍼입니다.


파리나 잠자리의 눈은 홑눈이 겹겹이 모인 겹눈구조인데 이런 구조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140∼180도의 넓은 시야각을 가질 수 있고, 거리가 멀어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파리와 잠자리의 이런 겹눈 구조를 모방해서 만든 카메라 렌즈가 좁은 방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초광각 렌즈입니다.

유리에 붙어있는 게코도마뱀.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 있는 수많은 강모가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은 물총새의 부리를 흉내낸 열차로 소음을 줄였고, 지평선을 관찰해 복잡한 비행 경로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꿀벌의 능력에서 '항로 안내(plane-guidance)시스템'이 고안됐습니다.


같은 탄화칼슘으로 만들어졌지만, 분필은 잘 부서지고 전복 껍데기는 사람이 밟아도 잘 깨지지 않을 만큼 강합니다. 전복 껍데기는 분필과 달리 탄화칼슘 타일 수천 개가 겹겹이 쌓인 형태로 배열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배열구조를 응용해 가벼우면서도 적의 공격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탱크 외피가 만들어졌습니다.


간단히 패치를 붙이는 것만으로 체내에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패치형 주사기는 독을 먹잇감의 피부 속으로 밀어넣는 독사의 어금니 구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고통을 없앤 패치형 주사기는 플라스틱 판에 독사 어금니 모양의 구조체를 100여개 박힌 약물 패치를 통해 5초만에 약물이 전달됩니다.


이처럼 생체모방 기술은 자연 속에서 과학적 해법을 찾은 기술들입니다. 자연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인간이 발견해 새로운 기술로 개발하면서 진화해 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자연의 어떤 모습을 닮은 기술이나 제품들이 더 개발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통합당 김대호 '3040 무지' 발언 일파만파…"3040에 당해봐라"
수정 2020.04.07 07:12입력 2020.04.07 07:12

통합당 "3040 논리 없다" 발언한 김대호 후보에 경고
황교안 "아주 부적절한 발언"
김종인 "당 입장 아냐…30·40대, 우리나라 중추"

4·15 총선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후보.사진=연합뉴스 캡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대호(56) 후보가 6일 30, 40대에 대해 '논리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통합당은 잇따른 말실수에 총선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김 후보에게 엄중 경고 조처를 내렸지만 30~40대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통합당 서울지역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60, 70대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발전을 이룩했는지 잘 아는데 30, 40대는 그런 걸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태어나보니 어느 정도 살 만한 나라여서 이분들의 기준은 유럽이나 미국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60, 70대에 끼어 있는 50대들의 문제의식에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30대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도 했다.


김 후보의 이런 발언이 이른바 '세대 비하' 등 막말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김 후보는 오후 3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했다.

그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상처를 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낀 30대 중반부터 40대분들의 통합당에 대한 냉랭함을 당의 성찰과 혁신의 채찍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발언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30~40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30대 직장인 A 씨는 "태어날 때 골라서 태어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고생은 어느 30~40대뿐만 아니라 10대 20대 등 전 세대가 각자 고생하는 게 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0~40대가 그렇게 무지하고 논리가 없다면, 왜 우리에게 한 표 호소하고 있는지 황당할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는 "서울 관악에 살고 있다. 해당 후보자 발언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면서 "무지한 40대들에게 당해봤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한 네티즌은 "태어나보니 어느 정도 살 만한 나라라고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오히려 태어나보니 이런 나라였다는 게 끔찍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황교안 대표는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어느 개인이 한마디 한 것을 마치 당의 입장처럼 보도하는 것은 삼가셨으면 좋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어 "나는 분명하게 30·40대가 우리나라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 비교적 냉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후보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82학번으로 1980년대 노동운동을 했다. 1995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뒤, 2006년부터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정치인들의 자문을 해 오다가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관악갑 후보로 출마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관악갑에 출마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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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환자 2명 '혈장치료'로 코로나19 완치(상보)
수정 2020.04.07 13:13입력 2020.04.07 12:33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장 치료를 받고 모두 완치됐다. 혈장 치료는 코로나19 완치자로부터 획득한 항체가 들어있는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를 시도해 효과가 나타난 첫 사례다.


세브란스병원 최준용·김신영 교수팀은 7일 코로나19 감염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동반한 중증 폐렴이 생긴 환자 2명에게 혈장치료를 한 결과, 모두 완치됐고 그 중 1명은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발간된 국제학술지 'JKMS'에 게재됐다.


환자 중 1명은 기저질환이 없었던 71세 남성으로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원에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등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았지만 폐렴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도착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선 검사에서도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기계호흡을 시작하고,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를 지속해서 투여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도 환자의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에 이 환자에게 완치자의 혈장 500㎖를 2회 용량으로 나눠 12시간 간격으로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혈장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20대 남성에게서 채취했다. 이 완치자는 코로나19 감염 후 열과, 기침, 폐렴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혈장 채취 당시에는 완치 판정을 받아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였다.

환자는 혈장치료 이틀 후부터 산소 요구량이 감소했고,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도 떨어졌다. 이후 기계호흡을 끊고 자발적인 호흡을 회복했으며, 코로나19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혈장 투여 후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환자 1명은 고혈압 병력이 있는 67세 여성이었다. 이 환자는 고열과 근육통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후 3일째부터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많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에 그칠 정도로 호흡곤란 증세가 심각했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하고,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다. 하지만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은 멈추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도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그 결과 림프구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흉부 X-선 검사에서는 폐의 침윤이 좋아졌으며,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환자는 이후 완치 판정을 받고 3월 말 퇴원했다.


최준용 교수는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이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 치료와 병행하면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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