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국무위 부위원장급 인사로 조문단 꾸려 보낼 것"
② "조문단 안 보내고 조화·조전만 보낼 것" 주장 교차
조문 형식이 남북관계 北의지 판별 시금석…관심 쏠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화장이 1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고(故)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조문단을 파견할 것인지를 놓고 상반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조문단을 보낼 것이라는 견해와 조문단 대신 조화·조전을 보내는데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11일 북측에 이 여사의 부음 소식을 전했지만 12일 오전까지 특별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12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남측에 이희호 여사 조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최고정책결정기관인 국무위원회의 부위원장급 인사가 파견될 전망이라면서 조문단은 남북대화와 관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조문단은 파견하지 않고 조화와 조전을 보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정부가 북측으로부터 조문단은 보내지 않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조화와 조의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2008년 9월 18일 경기도 구리 한강 둔치에 만개한 코스모스 단지를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사진=연합뉴스>앞서 통일부는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측에 이 여사의 부음을 전달한 바 있다. 다만 12일 오전까지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명확한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10시 30분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1일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요청에 따라 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부음을 북측에 전달했다"면서도 "아직까지 새롭게 알려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북측의 조문단 파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현재 한반도 정세상 조문의 형식과 규모가 남북관계 개선을 향한 북측의 의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 그리고 조문단의 위상 여부는 향후 김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조문단 파견에 무게를 두면서도 관건은 그 위상과 규모에 있다고 보고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희호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조문단으로 평양에 직접 간 바 있고,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이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측이 조문단을 안 보내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조문단의) 급"이라면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내려온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온다면 최고의 예우가 될 수 있겠다"면서도 "최소한 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위 부위원장급이라면 중량감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홍 실장은 "만약 이번에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는 장금철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급 인물이 조문단 대표로 내려온다면 아주 형식적인, 최소한의 도리만 지키는 '의무방어' 수준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이 여사는 그간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아 왔다.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대표적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 1962년 고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해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사진은 2011년 12월 26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김정일 시신에 조문한 뒤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하는 모습.한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서 인간 도의적으로 반드시 조문 사절을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희호 여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북한을 방문해 조문했고 이때 아마 한국 최초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있다. 동양 미덕에, 특히 한국은 관혼상제에서 가면 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에도 보면 우리가 부고를 보냈을 때 하루 이틀, 하루 반인가 있다가 답변이 왔다"며 "어제 아침에 개성연락사무소를 통해 (부고가) 갔기 때문에 아마 지금쯤은 북한에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저는 (북한 조문단이) 와야 한다, 올 것이다, 이렇게 믿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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