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던 서울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버스로 둘러볼 수 있게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용산 미국기지 내 주요 장소를 살펴볼 수 있는 '용산기지 버스투어'를 11월2일부터 올해 말까지 6차례 진행한다고 밝혔다.
투어는 금요일 14시, 주 1회 진행된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올해는 11월2일을 시작으로 8일, 16일, 30일, 12월 7일, 13일 진행된다.
한강로동주민센터에서 집결한 후 용산기지 내부를 버스로 투어한다. 버스 1대를 운영, 최대 38명이 탑승 가능하다.
코스는 14번 이트→SP벙커(일본군작전센터)→121병원(총독관저터)→위수감옥→둔지산 정상→주한미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한미합동군사업무단→병기지창→남단→드래곤힐 호텔 순이다.
사우스포스트 벙커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방공작전실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광복 이후 미7사단 사령부의 사무실로 사용되다가 6.25전쟁 직전에는 대한민국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 상황실로 사용되기도 했던 독특한 양식의 군용 건물이다. 공원계획에서는 현재 원형을 최대한 보존할 계획이며 창이 없는 벙커 모양의 저층부는 문화시설 등으로, 창문이 많은 최상층은 방문자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 121병원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는 과거 일제강점기 용산총독관저 부지였다. 용산총독관저는 러일전쟁 직후 일본군사령관으로 부임해 제2대 조선총독까지 오른 하세가와가 건설한 유럽풍의 초호화 건축물이었다. 처음에는 당시 일본군사령관이었던 하세가와 본인을 위한 군사령관 관저로 지은 것이었으나 1910년 한일강제병합 후 총독관저로 용도 변경하게 되었으며 6.25전쟁 때 상당부분 파괴됐다. 공원계획에서는 기존 121병원을 해체하고 총독관저 터 및 그 앞에 위치했던 정원을 복원하고 그 주변으로 문화시설(어울림 마당) 및 수경시설(아침호수)를 배치할 계획이다.
위수감옥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으로, 1909년에 완공되어 감옥으로 사용되다가 광복 이후에는 이태원 육군형무소로 사용됐다. 현재까지 감옥을 둘러싼 벽돌담장과 내부의 일부 건물들이 당시 원형 그대로 남아있으며, 총독관저 터 일대와 함께 사우스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다. 감옥 담장에는 6.25전쟁 당시의 총탄 흔적과 출입구 아치형태의 벽돌쌓기 등 많은 부분이 양호한 상태로 잘 보존돼 있다. 공원계획에서도 감옥의 역사를 전시하는 용도를 포함한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 부대의 작전통제를 위한 조직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1970년대 지어진 건물로 미군시대의 상징적 시설 중 하나이며, 1970년대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 중요도가 높은 건축물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북쪽에는 일본군 보병 제78연대 정문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던 보행교와 돌기둥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공원계획에서도 건축물의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고 건물 북쪽의 보행교와 돌기둥에서 진입이 가능하도록 건물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만들 계획이다.
현 주한 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 건물은 원래 용산기지 내 일본 육군 장교들이 숙식을 했던 곳으로 1908년에 완공됐다. 일제강점 하에서 줄곧 장교관사로 사용되다 해방 직후 한국의 신탁통치와 임시정부수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덕수궁에서 열렸던 미소공동위원회의 소련군 대표단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1955년 미군사고문단(KMAG)의 후신인 주한 미합동군사업무단이 대구에서 용산기지로 이전해온 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공원계획에서는 건축물의 원형을 회복하여 편의시설 및 관람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기지창은 일본군의 무기 및 탄약을 보관하던 곳으로용산역과 연계해 인근의 육군창고(현 캠프킴 부지)와 더불어 일제시기 병참기지의 핵심이었다. 현재 이 곳에는 미군 공병대와 시설대가 들어서 있다. 1908년 완공된 병기지창 무기고 건물은 현재도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당시 일본의 건축기술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원계획에서는 운동장과 건물이 같이 있는 병기지창의 배치구조를 복원할 수 있도록 마당을 계획하고 건물은 증축된 부분을 철거하고 원형을 회복할 계획이다.
남단은 성저십리에서 가장 오래된 제례관련 시설로 조선왕조 초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1456년 세조2년에 원구단을 정비하고, 1457년 원구서라는 관청을 만든 후 1457년 1월 15일에 제천례를 올렸다. 이후 1464년까지 매년 1월 15일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으나 그 이후로는 제사를 올린 기록이 없다고 한다. 남단은 1906~08년 일본군 병영 조성과정에서 후암로가 일본군 병영으로 연결되면서 지세가 단절되었고 현재는 일부 유구들만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공원계획에서는 남단의 원지형을 회복하고 현재 남아있는 남단 유구를 보존할 수 있도록했다.
일반인들은 이달 12일부터 20일까지 다음달 7일과 14일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발표는 이달 23일 용산문화원 홈페이지와 개별통보를 통해 이뤄진다.
신청은 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선정된다.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와 함께 신청이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다.신청자가 동행자 1인까지 함께 신청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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