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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갈 길 먼 장애인 참정권‥"우리는 유령인가?"

수정 2018.06.14 09:30입력 2018.06.13 11:03

13일 지방선거 전국 투표소 236곳, 2~3층에 엘리베이터도 없어 접근 힘들어...관련 법 개정안 국회에서 1년째 계류

사진=아시아경제 DB.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투표소가 3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투표하지 말라는 얘기죠."

지난 7일 서울시청사 앞에서 열린 빈곤사회연대의 6ㆍ13 지방선거 정책 제안 기자회견에서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가 호소한 내용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을 거부하는 투표소들이 수두룩해 참정권을 제한받는다는 얘기다.

실제 당일 오후 1시10분쯤 서울 사직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사전투표소를 찾아 가봤다. 좁은 복도ㆍ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2층에 차려져 있었지만,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비장애인들마저 좁은 복도ㆍ계단에서 10여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였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조금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다음날 찾아간 인천 부평의 한 동주민센터 투표장도 마찬가지였다. 지하1층에 투표소가 위치해 있어 이동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없이 투표장에 입장하기가 힘들었다.

금요일과 토요일인 7~8일 사용된 사전투표소의 경우 주로 평일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동주민센터 등을 이용한 까닭에 더 심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사전투표소 3512곳 중 82.5%인 2897곳의 경우 1층에 있거나(1620곳), 엘리베이터가 설치(1277곳)돼 있었지만, 나머지 17.5%(615곳)은 그렇지 못했다. 동주민센터 1층은 공무원들이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하나 2~3층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휴일로 지정돼 동주민센터 등 관공서·각종 시설물의 1층을 쓸 수 있는 13일 본투표는 어떨까? 전국 1만4134곳의 투표소 중 1만3898곳은 1층(1만2243곳)이거나 엘리베이터(1655곳)가 설치돼 있어 그나마 장애인들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그러나 여전히 236곳(1.7%)의 투표소, 즉 전국 시ㆍ군ㆍ구 별로 1곳씩은 2~3층임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같은 236곳 투표소에는 1층에 장애인들을 위한 임시 투표소를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실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론 투표소 선정 및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들의 무신경, 제도 운영과 개선을 담당한 행정안전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잘못이 크다. 정치권의 무관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대선 때에도 문제가 제기돼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보류 중이다. 즉 지난 대선 당시 전국에 설치된 3500개의 사전 투표소 중 1831곳이 지하나 2~3층에 설치돼 있었지만 대부분이 승강기가 없어 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주요 내용을 보면, 투표소는 건물의 1층 또는 노약자ㆍ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에 설치하고 부득이한 경우 이동식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군부대 밀집 지역에 설치할 수 있었던 사전투표소를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ㆍ공항ㆍ항만ㆍ철도역 등의 시설에도 추가로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배려 문제도 논의가 시작됐지만 갈 길이 멀다. 지난 8일 사전투표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참정권 보장 요구 시위 중이던 발달장애인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판단력과 정치적 소신은 있어도 언어 이해ㆍ기표 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 문 대통령은 흔쾌히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도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2016년 국회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국 16만여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들은 "우리가 유령이냐"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는 모든 주체들이 권리를 평등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의 보장은 여성ㆍ흑인에 대한 역사에서 보듯 사회 발달의 척도로 여겨진다. 예산ㆍ제도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음에도 낙오된 현실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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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미·북회담 성과없이 끝나…남은건 민생" 마지막 지지 호소
수정 2018.06.12 23:50입력 2018.06.12 23:50
대한문 앞서 마지막 합동 유세…"김문수 당선되면 노래하고 춤추겠다" 깜짝 공약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일 서울 시청 대한문 앞에서 마지막 합동유세를 펼치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 절하하며 "성과없이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 춤추며 노래하겠다는 깜짝 공약도 내놨다.

홍 대표는 이날 저녁 김문수 후보와 함께한 대한문 앞 합동유세에서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참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끝나고 난 뒤 합의문을 보내 무슨 합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차하면 손을 뗄수도 있다. 너희들끼리 해결하라는 요지로 봤다"며 "한반도의 안보가 벼랑 끝에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내일 조간신문에선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나올 것인데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가"라고 반문하며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는 한 마디도 안나왔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저들이(문재인 정권이) 북풍을 이용해서 지방선거 전체 판을 덮어버리려고 하는 기도는 오늘 회담이 성과없이 끝났기 때문에 (의미가 퇴색됐다). 이제 남은건 민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 투표를 호소하며 "영혼이 맑은 남자 김문수를 선택해달라. 난 이미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를 세계 10대 도시로 만들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며 "김문수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청 앞에서 노래 10곡도 부르고 춤도 추겠다"고 덧붙이며 마지막 유세를 마무리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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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빌려준 中 비행기 모두 귀환…중국은 뭘 얻었나
수정 2023.03.06 15:07입력 2018.06.13 11:58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중국이 북한의 요청을 수용해 제공했던 중국 고위급 전용 비행기 2대가 북미정상회담 일정 종료와 함께 모두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항공편 제공을 통해 북중 밀착 관계를 전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차이나패싱' 우려를 해소했고, 그토록 원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얻었다.

13일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제공됐던 중국 고위급 전용기 2대가 모두 베이징에 귀환했다.

중국국제항공 CA63편은 지난 12일 저녁 11시 40분(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이륙해 중국 내륙 항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13일 오전 5시 29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착륙했다. 또 다른 비행기인 중국국제항공 소속 CA62편도 전날 저녁 창이공항을 떠난 후 이날 새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가 편명을 CA122로 바꿔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도 중국 전용기들과 똑같은 항로로 뒤따라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했다.

중국이 북한에 제공했던 고위급 인사 전용기 2대가 모두 베이징으로 돌아온 가운데 이중 한곳에 북한 고위 관리들이 탑승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오는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고위 관리들이 중국에 북미회담 결과를 통보해 주려고 전용기를 타고 왔을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에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내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 측이 중국에서 빌린 2대의 비행기중 1대를 통째로 비워 베이징에 바로 반납하고 다른 1대와 '참매 1호'에 김 위원장과 수행단이 타고 평양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항 주변에는 별다른 통제가 없었으며 북한 고위 인사가 중국을 방문할 때 들르는 조어대(釣魚台)에도 별다른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비행기 제공한 중국, 북미정상회담 통해 선물 가득 성과=중국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국기가 새겨진 고위급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공항에 내리는 장면을 통해 북중 밀착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았지만 북한 뒤에 중국이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차이나패싱론'을 완화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얻은 셈.

실제로 외신에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승자가 중국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승자는 북한이지만, 중국도 승자 대열에 올라왔다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되레 얻은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차이나패싱' 우려를 씻음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가능성 발언으로 '쌍중단(雙中斷ㆍ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실현의 성과를 거뒀다.

중국 언론도 주한미군 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이번 북미정상회담 성과의 초점을 맞추며 화색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한미 군사훈련 중단, 한반도 정세가 또 한번 큰 걸음을 내딛게 되다" 제하의 사평에서 중국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 가운데 주한미군 군사훈련 중단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신문은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평하며 "만약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 요구가 이뤄지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북한이 위협의 존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속할 근거와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는 이유가 사라진다"며 "군사활동 및 미군의 참여가 줄고, 궁극적으로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한반도는 완전히 냉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고 한반도가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지역 전체가 이익을 보게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환구시보의 이번 사평에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가 동반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역시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 사고는 현실에 맞고 실행 가능하다"면서 "현재 정세는 쌍궤병행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명보(明報)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훈련을 일종의 '도발'로 인정하고 훈련을 취소한 것은 북한과 중국에 거대한 외교적 선물을 안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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