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년차 맞아 서울 안정화, 지방 경기부양 과제…전문가들, 부동산 정책 긴 호흡 전략 조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 지수가 2017년 8월 넷째 주 이후 33주 만에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4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주택동향조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불패 신화'로 상징되는 강남 부동산의 위세에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강남구(-0.02%), 서초구(-0.05%), 송파구(-0.06%), 강동구(-0.04%) 등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은 동반 약세 현상을 나타냈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0.03%의 매매가격변동률을 기록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9월28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서울 부동산은 안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뛰었던 강남은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국토교통부가 기대했던 장면이다. 이는 전세시장 변화와 맞물려 정부의 정책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4월 넷째 주 기준 올해 누적 전세가격변동률은 전국 -1.12%, 서울 -0.41% 등 전체적으로 하향 안정 추세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지난 1월 4억1626만원에서 3월 4억1566만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강남 4구는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내렸다. 강남구는 1월 6억8000만원에서 3월 6억7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서초구는 1월 7억원에서 3월 6억9250만원으로 내렸다. 송파구는 1월 5억3000만원에서 3월 5억1250만원으로 떨어졌다. 강동구는 1월 3억9000만원에서 3월 3억8800만원으로 감소했다.
전세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자 서민들은 주거비 고민에서 한숨을 돌렸다. 과거 전세가격이 폭등하던 시절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세입자들이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서울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아나서는 상황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은 지역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거나 신규 공급 증가로 전세 매물이 누적돼 전세가격이 하락했다"면서 "서울도 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와 전세 수요의 매매시장 흡수 영향으로 10주 연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전세시장 과열을 어느 정도 잠재웠음에도 성과 홍보에 나서기 어려웠던 것은 강남 집값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강남 집값이 계속 치솟을 경우 부동산 정책 전반을 수정해야 한다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판단의 잣대를 강남에 맞췄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 시행과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 등 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부동산 금리 인상에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고 양도세 중과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형성되면서 투기 수요가 위축된 결과다.
하지만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는 국토부 내에서도 감지된다.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릴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전국 40개 청약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한 바 있다. 조정대상지역 중 부산, 고양, 남양주 등 일부 지역은 투기 과열은커녕 경기 부양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제 이후에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의 부동산시장 침체가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해제 시그널의 부작용을 고려해가면서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는 국토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남시장도 중요하지만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의 심각성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경남의 올해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은 -2.76%에 달한다. 울산의 누적 매매가격변동률은 -2.42%에 이른다. 충남 -2.27%, 충북 -2.22%, 경북 -2.08% 등 지방은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양상이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임기 2년 차를 맞아 서울 부동산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는 물론 침체한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병행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아울러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기보다는 긴 호흡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밑그림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부동산 정책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방의 경우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도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분권화로 나아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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