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양재사옥[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주 소각, 중장기 전략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앞두고 주주 설득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본격화된 엘리엇의 압박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14년만에 자사주 소각 나서는 현대차…1조원 규모= 현대차는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총 854만주의 이익소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소각하게 될 자사주는 발행 주식 총수의 3% 수준으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일부의 소각과 더불어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병행해 추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유 중인 자사주 중 보통주 441만주, 우선주 128만주 등 569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며 또한 보통주 220만주, 우선주 65만주 등 총 285만주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게 된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규모는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에 약 5600억, 추가 매입 후 소각에 약 4000억 등 총 9600억 규모로, 이는 향후 장부가액 변동이나 주가 추이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구체적인 소각 시점은 기존 보유 자사주의 경우 7월 27일 예정이며, 매입 후 소각할 자사주의 경우는 매입 완료 시점이다.
현대차가 14년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엘리엇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23일(현지시간)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를 제시했다. 엘리엇은 제안서에서 기존에 현대차가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식 반대 의사를 밝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후 지주사 전환을 제시했으며 현재 및 미래의 모든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배당지급률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3명을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이같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주주친화 방안을 확대, 주주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2025년 현대모비스 44조원·현대글로비스 40조 이상 매출 목표= 분할·합병 예정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나란히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신기술 전문회사로 도약, 2025년까지 매출을 44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진출을 통해 2025년까지 회사 매출을 40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중장기 사업전략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 합병 후 존속 모비스의 매출 규모를 매년 8%씩 성장시켜 2022년에는 36조원, 2025년에는 44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 매출 목표 44조원 중 11조원(25%)은 자율주행ㆍ커넥티비티카와 같은 미래차 사업 부문에서, 7조원(16%)은 제동ㆍ조향ㆍ전장 등 차세대 핵심부품 부문에서 달성키로 했다. 나머지 26조원의 매출은 해외법인 등 투자사업 부문이 달성할 계획이다. 2025년 미래차사업, 핵심부품, 투자사업 부문의 매출 목표는 올해에 비해 각각 2.2배, 1.7배, 1.6배씩 성장한 수치다.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부품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미래사업 부문의 매출을 2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다.
미래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그룹의 미래기술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 재원은 존속모비스가 보유하게 되는 현금성 자산 6조5000억원과 안정적 수익사업 기반을 갖춘 핵심부품과 투자사업 부문이 뒷받침하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독자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의 매출과 신규 수익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사업 의존도를 줄여, 독자적인 미래 지속 성장의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상으로 2015년 5억 달러의 수주 규모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60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외부 수주 물량을 12배나 끌어 올렸다. 이러한 추세를 계속 이어가 2022년에는 약 1.7배 성장시켜 해외 수주 100억 달러를 조기에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종합물류, 유통, 해운사업에서 23조 6000억원, 합병하는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사업에서 16조4000억원으로 총 4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미래 신사업 부문에서 그 이상 플러스 알파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이 발표 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현대모비스의 국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합병하며 그룹 내 종합 공급망 관리자(SCM) 사업을 완성하는 청사진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완성차 SCM 통합 관리 기반을 완성하고 산업의 경계를 허문 융복합과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신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후의 현대글로비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함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와 같은 미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현재의 잉여현금흐름(FCF)이 2025년에는 지금보다 7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업을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매출도 크게 증대된다. 지난해 창립 후 사상 최대 매출 16조3583억원을 달성한 현대글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2025년에 40조원 이상의 실적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통합 직전 현대글로비스가 이룬 매출 대비 약 2.4배(145%) 이상 성장한 목표치다.
향후 연평균 8%대 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통합 현대글로비스는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매년 약 12% 정도씩 회사 전체 매출을 키우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세웠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미래 신사업 부문에서 카셰어링(시간 단위 차량 대여 사업)으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해당 사업에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현대글로비스는 1차적으로 국내 차량 공유 사업에 뛰어들어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역량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최적의 모빌리티 사업 진입을 위해 현대글로비스는 인프라 확보, 서비스 플랫폼 구축, 유지 관리 체계 마련 등과 같은 세부 방안을 수립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플랫폼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내 갖춰진 인프라와 연계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2025년까지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전망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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