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갤러리들이 밀집한 미국 뉴욕 첼시지구 전경 /단독[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강남 영동대로 지하에 뉴욕 첼시지구 소호거리같은 예술ㆍ문화의 거리가 생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강남 영동대로 지하 공간을 예술ㆍ문화지구와 같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 최장 1km에 달하는 거리를 문화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른바 '원데이 서울'이 콘셉트로 외국인을 위한 원스톱 행정 서비스센터를 조성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영동대로 복합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건축설계사들과 함께 기본설계에 대한 중간 점검을 마치고 지하 공간에 반영할 기본 계획안을 잠정 확정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역점 추진 중인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은 1조3000억원을 들여 도로 하부에 5개 광역ㆍ지역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역사와 버스환승정류장, 공공ㆍ상업시설을 갖춘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번에 진행된 중간 점검에서는 지하 공간 개발에 대한 세부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지하 1~2층 공간은 단순 환승공간이 아닌 지상ㆍ주변과 연계된 공간으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 지하 1층에는 버스환승정류장 플랫폼과 삼성역에서 봉은사역은 물론 코엑스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잇는 연결 공간으로 계획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승센터 일부를 차별화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적 예술ㆍ문화지구와 같은 독창적인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지상 최대의 화랑가, 뉴욕 첼시지구를 벤치마킹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소호에서 밀려난 갤러리들이 이주해 형성된 대규모 예술ㆍ문화지구로 세계 유명 아트 갤러리와 디자이너 가게들이 몰려 있어 지구 전체가 문화 상품이 된 곳이다. 서울시는 뉴욕 첼시지구와 같이 환승객 편의시설 외 이벤트 공간, 상업공간 등을 다양하게 조성하기로 했다.
홍콩 센트럴 구역의 아트 특화빌딩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건축 초기 단계부터 갤러리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돼 지어진 건물들로 가고시언 갤러리, 리만 머핀 갤러리, 한아트 TZ 갤러리가 자리 잡은 '페더빌딩'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영동대로 지하 1~2층이 향후 코엑스, GBC 등과 연결되는 점을 감안해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도 도입한다. 이른바 '원데이 서울' 프로젝트로 도쿄에 마련된 소니 브랜드 쇼룸, 삼성이 뉴욕에 조성한 대규모 체험관인 '삼성 837' 등과 같은 예술이 접목된 기업 홍보거리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하 전체 공간의 기본 콘셉트는 지난해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이미 정해진 상태다. 이화여대 캠퍼스센터 설계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프랑스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맡을 예정으로 정림건축, 공간건축, 유신ㆍ태조ㆍ선진 엔지니어링 등 건축ㆍ엔지니어링 분야 전문 회사들이 같이 참여한다.
당시 도미니크 페로 컨소시엄은 지하 4층 깊이까지 전체 시설에 자연광이 스며드는 지하공간으로 구현하겠다는 기본 콘셉트를 내놨다. 이를 위해 영동대로 상부에 조성되는 대형 녹지광장을 중심으로 삼성역부터 봉은사역까지 지면을 가로지르는 560m 길이의 라이트빔이 설치된다.
이번 중간 점검에서는 광역복합환승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버스정보시스템, 택시 콜 등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첨단 환승시스템이 콘셉트다. 이외 삼성역을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삼성역 내 나선형 계단을 지상부로 연결하는 방안과 봉은사역까지도 설계 대상에 넣는 내용이 언급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장 1km에 달하는 지하의 세장형 공간구조는 가로수길이나 삼청동길과 유사한 규모로 앞으로도 설계업체,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표)영동대로기본구상조감도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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