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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페이 시연하고 먹튀..자영업자 울리는 코인 사기[불량코인의 늪]

수정 2021.07.03 08:53입력 2021.07.03 08:00

[불량코인 피해자 316명 리포트] 자영업자 등치는 코인 사기
사기피해자 22.5% ‘자영업자’
코로나19 유탄에 코인사기까지
자산버블·양극화·불황 한 단면

XX페이 시연하고 먹튀..자영업자 울리는 코인 사기[불량코인의 늪]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구채은 기자] “건어물 가게·양품점 할머니 돈까지 다 털어갔어요.”


가상화폐 '지페이' 사기 피해자 A씨(60세)는 2019년 경기구리전통시장에서 있었던 ‘불량코인 사기’를 회고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금 회수는커녕 생업이 바빠 고소할 엄두도 못냈다. 그는 “2년 전 당했던 가상화폐 사기가 아직도 득세한다하니, 나중에는 더 단죄하기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불량코인·가상화폐 사기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노리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코인 사기피해자 31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5일 동안 조사한 결과 이 중 22.5%(71명)가 직업을 ‘자영업자’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탄에 먹고살기 팍팍해진 자영업자들에게까지 불량코인 사기가 손을 뻗친 것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점포를 비우기 힘들고, 자금 상황이 빠듯해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포함해 피해사실을 공론화하기 쉽지 않았다.


◆사기피해자 22.5%가 자영업자 =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 사기의 대표적인 예는 2년 전 구리전통시장에서 발생한 ‘지페이 사기’다. 자영업자들에게 사기꾼 일당은 ‘거래대금으로 받은 지페이를 지갑에 두면 지페이의 발행사 그룹에서 수익의 49%를 3개월마다 배당한다’고 속였다. 지페이를 쓰는 소비자들은 결제 금액의 80%를 페이백 받기 때문에 모든 소비자가 지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그때만 해도 정말 모든 화폐가 지페이로 변경 될 것 같았다”며 “배당금이 들어온다고 하니 ‘밑져도 본전인 장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모집책’을 했던 점포도 있었다. 식사를 대접하며 지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누르고 바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지페이로 돈이 빠져나갔다.

거래대금을 지페이로 받는 상인도 늘어났지만 갑자기 출금이 막혔다. 여성복 도·소매 매장을 운영 중인 사기 피해자 B씨(55세)는 장부를 꺼내들어 현금 대신 지페이를 받은 거래 목록들을 보여줬다. 총 3000만원가량이었다. B씨는 “1억원씩 날린 사람이 있는가하면 20만원 정도의 푼돈을 잃은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또다른 사기 피해자 C씨(40세)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수입이 마땅치 않으니 차익실현이 상당하다는 현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


XX페이 시연하고 먹튀..자영업자 울리는 코인 사기[불량코인의 늪]


◆생업 포기 어려워 고소에 미온적 = 지페이처럼 자영업자를 노린 사기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6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사기피해자 대상 심층인터뷰에서 응한 브이글로벌 사기 피해자 D씨(48세)는 “옆 가게 세입자가 ‘코로나19로 다들 어렵지만 자산버블 시대에 블루오션을 발견했다’면서 설득했고,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밝힌 티어원 사기피해자 B씨는 “돈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데 피해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실제 설문에 응답한 71명의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자영업자 대상) 중 77.5%(55명)가 코로나19로 자산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자산이 증가했다는 답은 9.8%(7명), 자산 변화가 없었다는 답은 12.7%(9명)에 불과했다. 또한 "가상화폐가 금융자산으로 정의돼 있지 않아 자본시장법 및 금융소비자 보호 조항의 ‘투자자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답은 58%(41명)로 과반을 넘었다. ‘알았다’는 응답은 30명(42%)이었다.


XX페이 시연하고 먹튀..자영업자 울리는 코인 사기[불량코인의 늪] 코로나19 장기화로 주요 상권에서 빈 상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대표 상권인 명동은 10곳 중 4곳이 비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1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8.4%로 집계됐다. 명동 상점에 임대문의, 임시휴업, 영업종료 문구가 나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전문가들은 불량코인·가상화폐 사기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취약층을 파고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본지 설문을 자문한 김봉신 리얼미터 수석부장은 “사기피해자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피해를 본 취약계층이라는 점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불량코인 사기는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 취약층에게 발생하는 신종사기일 수 있다”고 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가상자산(화폐)의 화폐로의 교환성이 아직은 불충분한 상태에서 '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화폐'라는 이름을 붙이다보니 잘못된 정보로 사기피해가 나타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법제도 정비와 함께 호명도 고쳐야 할 것”이라 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아시아경제가 가상화폐 사기 피해를 입은 주빌리에이스·브이글로벌·비트소닉 등 총 12개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서 31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5일 진행했다(무한모집단에서 무작위 추출했다는 가정 하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5.5%포인트). 설문 문항 적정성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자문을 받았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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