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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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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떠나는 정선, 태백 시원한 여정-1330m 만항재와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한여름에도 해발 1330m 만항재 숲길에 들면 서늘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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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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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풍력발전기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바람의 언덕에 서면 압도적인 배추밭 풍경이 시선을 끈다. 고랭지배추밭을 일구는 농부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오투리조트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의 아침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32…28…24도. 폭염주의보에 열대야, 늦장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취재에 나선 지난주 서울의 최고 기온이 32도였습니다. 강원도 영월을 지나 정선 고한 땅에 들자 28도로 내려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차로 가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에 올랐을 때의 기온은 24도였습니다. 서울과는 무려 8도 차이가 났습니다. 고원지대에 자리한 정선과 태백은 스키장, 태백산 눈꽃축제로 인해 겨울도시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여름에 찾으면 더 좋은 곳입니다. 해발 1500m가 훌쩍 넘는 함백산(1572.9m)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만항재는 한낮의 불볕더위에도 서늘할 정도입니다. 태백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시로 구름이 넘나드는 그곳에는 반팔 차림으로는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그뿐인가요. 초록빛 배추밭의 풍경은 짜릿한 감동을 선사하고도 남습니다.


절기상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 여름의 초절정이다. 여름이 끝나려면 이십여 일이나 더 남았다. 길어지는 장마와 예년보다 더한 폭염으로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땅에서 가장 시원한 곳으로 간다. 정선 만항재와 태백 바람의 언덕이다. 만항재는 태백과 정선, 영월이 만나는 꼭짓점이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인 함백산의 턱밑을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만항재를 넘는 414번 지방도로는 무려 해발 1330m다. 높이로 따진다면 치악산이나 지리산 임걸령, 북한산도 발아래에 두고 있는 셈이다.


고한읍 정암사에서 만항재를 향해 오른다. 700m 고지에 있는 고한읍은 정오에 28도를 기록했다. 조금씩 고도를 높여 만항재로 갈수록 온도는 내려간다. 고개 정상 쪽에 운무가 밀려든다. 낮은 목을 넘어온 운무는 순식간에 고개 정상을 빨아들였다간 토해놓고, 다시 빨아들이기를 반복한다.


해발 1330m 만항재. 우리나라의 포장된 고갯길 가운데서도 가장 높고 험한 곳이다. 영월과 정선 땅을 잇는데 어찌나 높은지 한여름에도 에어컨 켜둔 실내처럼 시원하다. 쾌적한 바람이 소나무를 뚫고 불어온다. 관광객들은 잘 정비된 숲길을 걸으며 온몸 가득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도회지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온도는 더 떨어진다. 운무가 밀려올 때마다 서늘한 기운에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런 만항재의 주인은 봄, 여름, 가을 내내 피고 지는 야생화들이다. 만항재의 또 다른 이름은 ‘산상의 화원’이다. 여름날 숲에는 동자꽃, 자주꽃방망이, 둥근이질풀, 노루오줌, 기린초, 긴산꼬리풀 등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핀다. 등산의 수고 없이 서늘한 숲길을 걸으며 여름 야생화를 감상하는 것은 만항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만항재 위쪽은 낙엽송 군락이다. 쭉쭉 뻗은 낙엽송들이 이국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특히 운무가 자욱할 때 낙엽송 길을 산책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함백산도 빼놓을 수 없다. 만항재 정상에 닿기 전 태백선수촌 분촌에서 사잇길로 들면 등산로가 나온다. 태백산에 가려 덜 알려져 있지만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다.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사방이 일망무제다. 탁 트인 하늘과 첩첩이 이어진 고산준봉들이 발아래로 쫙 깔린다.


만항재를 내려와 하늘 맞닿은 매봉산 바람의 언덕으로 간다. 해발고도 1303m인 매봉산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분기점이자 전국 제일의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곳이다. 구름이 수시로 넘나드는 산자락을 끼고 능선을 가득 메운 배추밭이 장관이다.


배추 수확기에는 차량 통행을 막기도 하지만 찾은 날은 정상까지 차량 운행이 가능했다. 삼수령에서 왼쪽 매봉산 방향으로 진입하자 구름이 몰려왔다. 짙은 구름을 헤치며 나가자 초록빛 배추밭이 숨박꼭질을 한다. 차량의 온도계는 순식간에 24도를 알린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렸다. 넘실대는 구름이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깊은 호흡 한 번에 심신이 다 맑아지는 기분이다.


정상에 서자 삽시간에 운무가 걷히면서 풍력발전기와 주변의 산자락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산자락 이쪽저쪽을 타고 넘는 배추밭의 방대한 규모는 구름이 걷혀도 전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


바람의 언덕의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거칠고 척박한 땅을 옥토의 배추밭으로 일군 농부들의 모습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른 아침의 풍경이다. 아침 햇살이 퍼질 때 붉게 물드는 배추밭의 구릉과 그 뒤로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에 고인 구름이 출렁이는 모습이다. 휴가를 위해 찾은 여행객이라면 맑은 날 이른 아침 바람의 언덕에 올라보길 권한다.


초록빛 배추밭 구경도 때가 있다. 수확이 끝나는 8월 말, 9월 초에는 다시 흙빛으로 돌아간다. 초록빛 배추밭이 사라진 풍경은 밋밋하다.


정선·태백=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제천나들목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면 사북, 고한으로 이어진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감곡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도 있다. 고한읍을 지나 삼거리에서 정암사 쪽으로 우회전하면 만항마을을 지나 만항재를 넘는 길이다. 국가대표선수촌 분촌으로 해서 내려와 오투리조트 태백시내를 지나 검룡소 방면으로 가다보면 삼수령 못미쳐 바람의 언덕 가는 길이 나온다.


△볼거리=정선엔 하이원리조트 하늘길이 있다. 만항재에서 시작하는 운탄고도 트레킹도 좋다. 삼탄아트마인, 천년고찰 정암사, 병방치스카이워크, 화암동굴, 정선 레일바이크, 정선5일장 등이 있다. 태백은 구문소를 비롯해 해바라기마을로 불리는 구와우마을,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태백산, 성장동벽화마을, 오투리조트 전망대, 365세이프타운, 고생대자연사박물관, 귀네미마을 등이 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이 몰려왔다, 한 여름 속 가을이 열렸다

△먹거리=한우고기와 국물이 있는 태백 닭갈비가 별미다. 육질 좋은 한우생고기(사진)를 연탄불에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다. 국물 닭갈비는 태백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고구마, 떡 등에 육수를 붓고 끓여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묵을 곳=정선 사북, 고한읍에는 여관부터 모텔, 호텔 등 숙소들이 많다. 하지만 하이원리조트를 추천한다. 여름휴가라면 으레 물놀이를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수영장과 각종 놀이시설을 갖춘 하이원리조트가 제격. 하이원은 최근 가족과 즐길 만한 다양한 시설 등이 속속 들어서는 등 가족리조트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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