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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옛담 골목 발길 잡고, 형형색색 가을은 춤을 춘다

수정 2021.10.13 11:02입력 2021.10.13 11:02

산청 남사예담촌 돌담길, 추억속으로 빠져드는 가을여정길

남사예담촌 초입에 있는 오래된 한옥이 고풍스런 갤러리로 변신했다. 한옥으로 들어서자 초록빛 잔디마당 위에 형형색색의 가득한 천연염색 천자락들이 춤을 추고 있다.



남사예담촌의 명물인 회화나무






한옥 30여채가 옹기종기 옛스런 남사예담촌 전경




지리산 대원사 게곡


남명 조식선생 기념관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살랑 살랑 가을바람이 고가(古家) 담장을 넘어옵니다.

빨강, 파랑, 보라, 노랑 가을을 닮은 형형색색의 천자락이 서로 어울려 나부낍니다.

파도치듯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러 둥실 저리 둥실 휘날립니다.

천연염색천에 오롯이 담긴 기와집과 감나무가 운치를 더합니다.

자연이 선물한 재료로 만든 천이 움직일때마다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매력이 넘쳐나는 풍경입니다.

지리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쪽빛 가을에 그만 발길을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전통 한옥마을인 남사예담촌에서 만난 가을은 예스럽고 황홀했습니다.

예담이라는 이름은 '옛 담'이라는 뜻입니다.

옛 담으로 이뤄진 골목이 예쁘고 정갈한 마을이어서 이렇게 이름이 붙었습니다.

황톳빛 담장과 고택이 어우러져 골목마다 옛 정취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돌담길은 언제나 고향집 같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이끼 낀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그 고즈넉함 풍경에 어느새 시간을 거슬러 어린시절로 달려갑니다.

리산으로 드는 길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는 전통한옥마을인 남사예담촌이 있다. '경북에는 안동, 경남에는 산청 남사'라고 할 정도로 전통 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한옥 30여채가 남아 있다. 가장 오래된 한옥은 지은 지 400년 가까이 된다. 흙과 돌을 쌓고 기와를 얹은 담벼락도 200년 넘은 것도 있다. 이곳에 아름다움은 골목 담장이다. '예담'은 옛 담장이라는 의미다. 담장의 높이는 2m에 이른다. 민가의 담장이라기엔 다소 높은데 골목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말에 올라탄 사람 눈높이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산청IC를 나와 지리산 중산리 방향으로 10여분 달리자 남사천이 반달 모양으로 휘감아 돌고, 큰 기와집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빽빽이 들어차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산 깊은 지리산 아래 이런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즐비한 것이 신기할 뿐이다. 한 발짝 마을에 들자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성주 이씨, 진양 하씨 등 여러 성씨가 수 백년간 살았고 많은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해 큰 마을을 이뤘던 그 명성 그대로 고가들이 즐비하다. 최씨 고가(경남 문화재자료 제117호), 이씨 고가(경남 문화재 자료 제118호) 등이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마을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느긋하게 돌담길을 걷는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담벼락을 뒤덮은 골목을 따라 마을로 들어선다. 입을 한껏 벌리고 아주 다정하게 웃고 있는 대문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한다.


돌담길은 언제나 고향집 같은 향수를 자극한다. 이끼 낀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그 고즈넉함 풍경에 어느새 시간을 거슬러 어린시절 고향집으로 향한다.


좁다란 돌담길 아래에서 소꿉놀이 하는 동무들의 재잘거림, 돌담너머 초가지붕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 짓는 연기, 해지는 줄도 모르고 돌담길 사이를 누비며 뛰놀던 그 시절의 풍경속으로 빠져든다.


이 씨 고가로 가는 돌담길에 들어서자 바로 양쪽 돌담에서 뻗어 나온 계화나무(회화나무)가 눈길을 끈다. TV나 영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나무다. 자연과 돌담의 절묘한 조화에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흔히 선비 나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서로에게 볕을 더 잘 들게 하려고 구부리며 자랐고 부부가 이 나무 아래를 통과하면 금슬 좋게 백년해로 한다고 한다. 고풍스러운 황토담장과 담쟁이넝쿨 그리고 이끼가 잔뜩 낀 나무 두 그루가 좁은 골목에서 연출하는 풍경은 넋을 잃고 바라보기에 충분하다. 마치 황홀한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간 착각마저 느끼게 할 정도다.


이씨 고가는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1700년대 건축물이다. 남북으로 긴 대지에 안채를 중심으로 'ㅁ 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청 뒷벽으로 개방된 툇마루를 단 것이 특색이다.


하영국씨 집안에는 조선시대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 일곱 살 때 심었다고 하는 높이 13m, 둘레 1.8m의 마을에서 가장 큰 감나무도 있다.


마을의 체험 공간이자 한옥민박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양정사는 꼭 들러보자. 일부 안채 건물은 소실되었지만 90여년전에 지은 정면 7칸 측면 3칸으로 정사는 단일 건물로는 엄청 크다.


마을끝에는 1597년 6월 1일 백의종군을 하던 이순신 장군이 권율을 만나러 합천으로 가던 길에 유숙했다는 '이사재'도 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예스런 담장 하나가 바로 시선을 끈다. 담장 너머로 감나무와 고가의 처마들이 이어져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그 앞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쪽빛 천자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사예담촌과 잘 어울리는 오래된 한옥과 담장이 고풍스런 '순이진이 갤러리' 다. 한옥으로 들어서자 초록빛 잔디마당 위에 형형색색의 가을빛 천자락들이 춤을 추고 있다. 파도치듯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러 둥실 저리 둥실 휘날린다.


자기색 가득 품은 염색천은 하늘과 기와집과 감나무를 품는다. 천으로 들어온 세상은 하나가 된다. 박영진 전통염색 장인이 고문헌에서 말하는 '173가지 세상의 모든 색'을 찾고자 지난 20년간 고군분투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 천연염색을 만끽할 '색멍' 전시회다. 주제인 '색멍'은 색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이 주는 색은 모든 것을 이겨내는 강한 마력이 있었다"면서 "20년간 전통 염색 연구가로 걸어온 희노애락을 담은 색을 많은 분들에게 선보이고자 전시를 했다."고 장인은 말했다.


자연이 선물한 동백나무와 소나무, 홍화, 소목, 굴껍질, 마당 앞 매실나무에서 난 소출로 담근 식초, 손수 만든 조청 등이 눈앞에 있는 천연염색 천을 만드는 재료라니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장인은 아내와 함께 남사예담촌에서 옛 문헌에 전해지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라 다채로운 천연염색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전시회는 11일에 끝났지만 예담촌을 찾으면 언제라도 전통염색을 구경할 수 있다.


산청=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가다 대전지나 판암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탄다. 산청IC를 나와 10여분 가면 남사예담촌이 나온다.


△볼거리=지리산, 대원사계곡, 동의보감촌, 황매산, 한방테마파크, 경호강, 성철대종사생가, 남명조식 기념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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