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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고발사주'·'대장동' 수사 공수처·검찰·경찰 어디서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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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고발사주'·'대장동' 수사 공수처·검찰·경찰 어디서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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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열 번째 스토리로 '고발 사주'·'대장동' 의혹 수사를 계기로 재점화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수사권 배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에 고발이 이어지며 하나의 사건을 복수의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대선을 5개월 남짓 앞둔 시기 불거진 이들 의혹에는 여당과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연루돼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신속한 수사를 통한 실체 규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동시에 수사에 나서거나(고발 사주 의혹 사건), 이들 기관에 고발장이 동시에 접수되면서(대장동 의혹 사건) 오히려 수사 진척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기본적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 경찰은 수사할 수 있는 대상에 제한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검찰은 검찰청법에서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6대 중대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리고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갖습니다. 다만 공수처나 검찰이나 법에 의해 수사권이 부여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가능해 수사 대상이나 범죄 유형만으로 수사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 공수처·검찰·경찰 동시수사… 공수처로 통합돼야

먼저 '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대검찰청 감찰부가 감찰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수처가 시민단체의 고발장 접수 직후 발 빠르게 윤 전 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첫 언론보도 이후 파장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현직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가 서둘러 수사에 착수한 것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손 전 정책관이 전달했다는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기재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 외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 김웅·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성명불상의 고발장 작성자 등 7명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입니다. 검찰에는 이번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가 지난주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을 명예훼손 및 모욕,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접수돼 있습니다.


한편 경찰에도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사건들에 대한 고소·고발장이 접수돼 배당됐습니다. 한 건은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이번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의 발행인 이진동씨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한 사건으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입니다. 또 다른 건은 손 전 정책관이 전달한 실명 판결문의 피고인인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의 제보자 지모씨가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 김 의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사건입니다.


경찰에 접수된 사건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면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사실상 완전히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손 전 정책관을 통해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에서 문제될 수 있는 범죄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선거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입니다.


이들 혐의 중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는 혐의는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형법상 선거방해 혐의는 검찰에 수사권이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고위공직자범죄나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중대범죄에 해당이 안 돼 경찰의 수사 대상입니다.


공수처법이나 검찰청법 등에 따르면 각각의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수사의 효율성 면이나 피의자의 인권보호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하나의 수사기관에서 전체 수사를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경우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적했듯이 핵심은 '직권남용' 혐의이기 때문에 전현직 검사 관련 수사에 우선적 관할권을 갖는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 이첩을 요청, 공수처에서 수사를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공수처법 제3조 1항 1호는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를 공수처가 수행하는 직무로 열거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 1항 2호는 검찰총장이나 검사가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의 공소제기와 그 유지를 공수처의 직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법·검찰청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 관련범죄로 수사 가능해

그리고 '관련범죄'의 개념을 정의한 공수처법 제2조 4호 라목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들고 있습니다.


결국 '고발 사주' 의혹에서 문제되는 윤 전 총장이나 손 전 정책관의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는 고위공직자범죄로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써 공수처가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검찰의 수사 권한을 정한 검찰청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존재합니다.


즉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4조 1항 1호는 가목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나목에서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를 규정한 뒤 다목에서 '가목·나목의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열거했습니다. 즉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 범죄라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가 가능합니다.


이번 의혹을 예로 들면 애초 전현직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고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 봐야 하겠지만, 검찰청법상 검찰이 수사 권한을 가진 전현직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다가 이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직권남용' 혐의를 인지해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개정 검찰청법이 시행된 것도 공수처가 신설된 지도 모두 채 1년이 안 된 만큼 아직 관련범죄의 개념 표지라고 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에 대한 뚜렷한 해석 기준이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공수처도, 검찰도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앞서 양 기관 간에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장동' 의혹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대상 아냐… 전직 고위 법조인 등장은 변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은 의혹의 당사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측이 이 지사의 연루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측을 먼저 고발한 상태입니다.


이 지사 캠프 측은 이 지사의 연루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윤창현 의원, 장기표 후보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선거범죄 전담 수사 부서인 공공수사2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이번 고발 사건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은 이 지사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 혹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이 지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이지만 이들 범죄가 성립하는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측 주장의 진위 여부 판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대장동 의혹 전반에 대해 살펴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국민의힘 측은 조만간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 배분을 결정하는 과정에 이 지사의 측근이 개입, 특정 민간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얻게 함으로써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입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국민혁명당, 클린선거시민행동은 23일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을 사후수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낸 뒤 고문으로 취업해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후수뢰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한편 경찰은 이미 수개월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 및 계좌 거래 내역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사건을 내사 중인 서울용산경찰서는 최근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도 출석을 통보한 상태입니다. 또 추석 연휴 직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범죄수익추적수사팀 1개 팀(5명)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4일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는 이 지사를 특정경제범죄법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내사를 벌여온 경찰이 수사 체제로 전환할 태비를 갖추고 있고, 검찰이 고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시작한 상황에서 공수처에까지 고발장이 접수된 것이죠.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가 윤 전 총장 관련 의혹 사건과 형평을 맞춰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이번 사건은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닙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고위공직자가 고위공직자로 재직할 당시 본인 또는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갖고 있습니다.


즉 공수처법 제2조 3호에 따라 형법상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직무와 관련된 공문서 위·변조, 횡령·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부정수수죄 등 일정한 범죄 유형으로 수사 대상이 제한되지만, 그 전에 수사 대상자가 공수처법 제2조 1호가 정한 고위공직자에 해당돼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법 제2조 1호 타목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련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및 교육감'을 고위공직자로 열거하고 있다. 즉 서울특별시장이나 부산광역시장, 세종특별자치시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경기도지사 등은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에 해당되지만, 이번 의혹이 벌어질 당시 이 지사의 직책인 성남시장은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가 아닙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를 열거한 위 조항은 예시적 열거가 아닌 한정적 열거로 봐야하기 때문에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발생한 범죄 혐의에 대해 공수처는 수사 권한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수처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지만, 일단은 '고발장을 검토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화천대유에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전직 고위 법조인들이 고문으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이라는 점이 그나마 변수라면 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거액의 자문 내지 고문료를 지급받는 대가로 이 지사의 재판에 영향을 미쳤거나,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각종 인허가나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고위공직자범죄로써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지만 아직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대상이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이번 주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아들과 곽 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수사기관간 미묘한 역학관계… 고민 깊어진 공수처·경찰

이처럼 대선 정국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의혹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각각 수사나 내사를 벌이고 있지만 관련법상 수사 주도권을 쥔 기관은 서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전현직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가 가장 주된 혐의인 데다가 공수처가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공수처가 이첩 요청을 통해 전체 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반면 '대장동' 의혹의 경우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닌 데다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추적과 동시에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각종 특혜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대규모 수사 인력이 필요한 만큼 검찰이나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이번 두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고 공수처가 신설된 이후 처음으로 공수처와 검찰, 경찰 등 세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게 된 사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각 수사기관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양보없는 수사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4월 FIU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받고도 5개월째 내사만 진행하며 수사 착수도 하지 않았던 경찰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대장동' 의혹에 대한 수사 성과를 내 수사권 조정을 통해 광범위하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받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LH 투기' 의혹 사건 수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경찰이 자칫 이번 두 의혹에 대한 수사에서 공수처나 검찰에 주도권을 빼앗겨 소외돼버릴 경우 '수사 뭉개기' 내지 '무능한 수사력'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역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고발 사주' 의혹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공수처에는 윤석열 캠프 측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를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한 고발장도 접수돼 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과 함께 '제보 사주' 의혹까지 동시에 공수처가 수사할지, 아니면 검찰이나 경찰로 사건을 보내 수사를 맡길지 김진욱 공수처장이 당장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와 중복되는 수사를 하고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할 권한과 함께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부족한 수사 인력과 수사 경험 등 공수처의 현실을 고려하면 '제보 사주' 의혹 사건까지 공수처가 맡아 수사하기는 다소 무리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두 사건이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연관된 사건이기 때문에 별개의 수사기관에서 따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윤 전 총장을 신속하게 피의자로 입건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던 공수처가 '제보 사주' 의혹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하며 직접 수사를 피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은 김 처장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대장동' 의혹이나 국내 정치 관여가 금지된 박지원 국정원장이 조씨와 '고발 사주' 의혹 제보를 공모했다는 '제보 사주' 의혹 모두 공수처나 검찰, 경찰이 수사하기에 부담스런 사건들입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속한 수사 결과를 내야 할 텐데, 의혹의 실체가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할 경우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혹시라도 수사 과정에서 이 지사나 박 원장의 범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치명타를 입히는 부담을 감수해야 할 사건들입니다.


상대적으로 야당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수사는 이들 수사기관 입장에선 덜 부담스러운 사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극도로 예민한 선거철인 만큼 사건들 간의 '수사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더 신경쓸 필요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보인 태도는 상당히 부적절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박 장관은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뒤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언론인터뷰 등에서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는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 '4가지 근거가 있다', '텔레그램 메시지상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손 전 정책관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는 등 국민들로 하여금 수사 결과를 예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수사 보안을 그토록 강조하며 수사 관련 보도가 나가면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나 내사까지 할 수 있도록 공보준칙까지 개정한 그이기에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예민한 시기 불거진 두 의혹에 대해 동시에 수사에 나선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를 해 사건 수사를 분담하게 될지, 또 이들 수사기관이 얼마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신속·공정한 수사를 통해 선거에의 영향을 최소화할지 모두가 함께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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