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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도심 내 주택 공급의 성장 잠재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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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도심 내 주택 공급의 성장 잠재력을 기대한다 진미윤 LH 주거안정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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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신규주택 공급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신규주택 건설 호수가 4~5가구인데 비해 한국은 10~11가구다. 기존 재고주택 대비 신규 건설 비중의 글로벌 평균은 1%인데, 한국은 2.3%다. 공급이 다소 저조하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30년간 매년 평균적으로 50만가구씩을 공급해 온 저력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동안 주택 건설의 주요 기반이 돼 왔던 공영택지 개발 방식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의 토지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해 온 한국형 국가 주도 개발 모델이다. 신도시 1세대와 2세대를 탄생시켰고 이제 3세대를 준비 중이다. 40여년의 역사 속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 해 지어지는 주택의 절반가량은 공영택지 개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저성장과 고실업,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 도시와 주택도 이제 저생산과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 중 한 가지는 도심 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도시 성장과 쇠퇴, 건물과 주택의 노후화를 경험한 많은 국가는 용적률 보너스와 공공기여를 결합한 포용적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소셜 믹스형 포용적 조닝제도(Inclusive Zoning)는 1971년 미국의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시작돼 현재 미국 25개주 866개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다. 국가나 지역마다 적용 기법은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과 호주와 같이 용적률 보너스, 금융 지원, 건축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인센티브를 전제한 공급인 반면,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 공공기여만 의무화한 유럽 모델이 있다. 공통적인 것은 공공기여로 공공임대, 공공자가 등을 포함해 부담 가능한 주택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게는 10%에서부터 많게는 40%에 이른다.


합의된 공식이 있어야 갈등이 최소화된다. 공급 회의론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공급을 늘린다고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많이 지으면 더 많은 수요가 몰려 추가 공급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추가 수요로 상쇄될 것이라 본다. 또한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시된다고 한다.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분한 논의에도 실증 사례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면 중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완화하며 공공기여는 부담 가능한 주택을 변동성 큰 시장으로부터 지켜주는 중요한 기제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규모보다는 대규모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며, 중장기적 플랜하에 여러 주체들 간의 상호 조율되고 책임 있는 전달 체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심 내 주택 공급은 공공재개발로 이제 막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가야 할 먼 길을 좀 더 빨리 가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공식과 성공 사례를 우선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뿐 아니라 도심 내 유휴화된 빈집·노후 건물·공장을 찾아 맞춤성, 다양성, 부담 가능성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도 중요하다. 집이 되살아야 도시도 산다. 2004년 영국 정부에 주택 공급 확대론을 피력한 케이트 바커(Kate Barker) 박사는 2019년 주택정책의 재설계를 제안하며 이렇게 제언한다.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 주택시장이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공적 개입은 시장 체질을 개선하고 집값 완충 역할을 한다. (중략) 주택의 공급 증가율은 최소한 도시의 고용 성장률보다는 높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유지를 위해 주택 공급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짚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진미윤 LH 주거안정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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