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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역설, 집값 잡기는커녕 외곽까지 부동산열풍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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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감소 우려에 청약 몰려
이달 첫주 서울 아파트 매매
지난주 대비 가격 0.13% 올라
9·13대책 발표 후 최대 상승

상한제 역설, 집값 잡기는커녕 외곽까지 부동산열풍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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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최동현 기자]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분양가 상한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상한제로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하다. 강남 신규분양과 기존 매매 거래시장의 고삐가 풀린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강남ㆍ도심권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서울 외곽지역으로까지 청약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내집마련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고 부동자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수도권 요지로 몰려드는 추세다.


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3% 상승했다. 이는 지난 7월 첫째주 이후 23주 연속 상승세이자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정부가 상한제 적용 방침을 발표한 지난 8월부터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정부가 상한제 적용 대상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집값 안정은 고사하고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다.


◆집값 잡겠다는 '상한제', 시장은 역주행=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는 제도의 부작용이 초래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되레 집값을 끌어올리는 '규제의 역설'이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유예기간이 끝나고 내년 4월 상한제가 본격 적용되면 주택 공급이 급감, 결국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청약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월까지 11만2055명이었던 서울지역 아파트 청약자 수가 상한제 이슈가 불거진 8월부터 11월 사이 4개월간 16만844명으로 급증한 것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달 평균 기준으로는 2.5배나 늘어난 수치다. 청약경쟁률도 1~7월엔 평균 14.5대 1이었으나 8~11월엔 77대 1로 약 5배나 뛰었다.


이런 과정에서 전날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파크뷰데시앙(57점)'은 물론 외곽지역인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한신더휴(52점)' 모두 당첨 커트라인이 50점을 웃돌았다. 청약통장 가입ㆍ무주택기간이 웬만해서는 당첨자 명단에 들 수없는 점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청약 대기자들의 통장이 몰리고 있다"면서 "개별사업장의 입지조건과 분양가 등 조건에 따라 인기 지역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상한제 시행 발표 이후 경기도 과천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9%에 달했다. 올 들어 줄곧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 온 대전 중구, 서구, 유성구 등과 변동률 격차도 3%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과천의 지난해 말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최상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지난해 말 대비 경기도 과천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8.11%로 대전 유성구(9.91%), 중구(9.5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성남 수정구와 분당구, 광명과 하남 등 수도권에서도 비교적 입지가 뛰어난 지역들의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돈은 넘치는데 매물은 감소…공급부족사태 키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급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 탓이다. 한국감정원도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신축 매물 부족현상, 상대적 저평가 단지의 갭메우기 등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입주 물량은 약 4만3000가구에 달했던 올해를 정점으로 줄어든다. 오는 2020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4만3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2021년에는 절반인 2만1700여가구에 불과하다. 정부는 3기 신도시와 임대주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과의 접근성, 교통문제, 생활기반 부족 등의 이유로 수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불황에 기준금리도 역대 최저수준까지 낮아져 갈 곳없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수요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으로 약 32조원이 풀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시중 유동자금 규모는 1000조원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최근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동래구ㆍ수영구ㆍ해운대구에 원정 투기 광풍이 불어닥치고 11월 서울 강남3구(서초ㆍ강남ㆍ송파구) 아파트 법원경매 낙찰가율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과열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2021년을 기점으로 무주택자들의 청약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이라며 "정부가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주거 안정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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