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 드문 '영업통' 후계자
코로나 시기 NB라텍스 사업 주도
실적으로 경영 능력 증명
CNT·EPDM 등 신사업 확대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올해 경영 전면에 섰다. 재계 후계자들이 주로 전략·기획·재무 영역에서 그룹 사업 전반을 훑고 경영 수업을 하는 것과 달리 박 사장은 영업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잔뼈가 굵었다. 현장에서의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나노튜브(CNT), 기능성합성고무(EPDM) 등 신사업 각론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룹 전면에 선 금호석화 3세 박준경은?=1978년생인 박 사장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차장으로 입사해 2010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했다. 이후 해외·합성수지 영업부문 임원을 지냈으며 2021년 국내외 영업을 모두 담당하는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금호석유화학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반만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 인사가 금호석유화학그룹이 3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신호탄이란 말이 돈다. 박 사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미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이후 더 맡은 역할을 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준경 사장은 영업 부문에서 국내외 네트워크를 쌓은 ‘영업통’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수년간 해외사업에서 우수한 실적을 낸 것도 박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박 사장은 최근 금호석화 실적을 견인한 'NB라텍스' 생산 확대를 주도하며 뛰어난 경영 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NB라텍스는 위생 장갑의 원료로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 박 사장은 영업본부장 시절 2560억원 규모 생산 설비 확대를 추진했고 금호석화는 NB라텍스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매출은 8조461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4.3% 늘어난 2조4068억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미래 먹거리 '배터리·친환경 소재' 탄소나노튜브 사업 승부수=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은 박 사장에게는 새로운 시험대다.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부문이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고전 중이다.
그래서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한 소재사업이 빨리 성과를 내기를 고대하고 있다. 박 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CNT 분야는 금호석화 그룹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 전도성 도료,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면상발열체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금호석화는 현재 아산 공장에 연간 120t 규모의 CNT를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도전재(導電材)로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로 사용되며, 배터리에 적용하면 기존보다 10% 이상 높은 전도도 구현이 가능하고 배터리 용량과 수명도 늘릴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에 발맞춰 CNT 생산설비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까지 율촌공장을 준공해 CNT 생산량을 연산 360t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연 생산량을 3배로 늘려 LG화학 등 선도주자들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최근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CNT 등 미래 소재를 영위하는 기타사업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20~2021년 10% 미만이었던 해당 사업부문 매출(3944억원·8.30%)은 이제 10%가 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타사업부문 매출은 498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2.4%다. 내년 준공되는 율촌공장 등을 앞세워 기존 사업과 함께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타이어소재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생산능력을 기존 6만3000t에서 2배가량 늘어난 12만3000t까지 늘리는 증설도 마무리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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