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소기업하기 힘든 나라]②"20년 거래처 포기"…심정을 아시나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원자재 가격 상승·물류비 부담에 '곡소리'
해상운임 지표 1년 전보다 2배 이상 ↑
선박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물류난 취약
"물류대란 1년 지속될 것" 응답률 87.6%

[중소기업하기 힘든 나라]②"20년 거래처 포기"…심정을 아시나요
AD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준형 기자] #인천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A사는 올 들어 매주 한 번씩 수출 물동 관련 임원진 회의를 열고 있다. 회사 수출 비중이 98%에 달해 물류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까닭이다.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수출용 선박 확보도 쉽지 않아 최근 완제품 재고는 평상시보다 2배 늘었다. A사 대표는 "반도체는 종류별로 10~30배까지 가격이 올랐다"면서 "물류 상황도 계속 악화되고 있어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곧 한계가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뿌리기업 B사는 최근 원청업체 25곳에 납품 단가를 10%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B사의 주 원자재인 백금 값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4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백금은 B사가 공급하는 제품 원가의 65%를 차지한다. 하지만 B사의 인상안을 받아들인 원청업체는 2곳에 불과했다. B사 대표는 "단가를 25%는 올려야 적정한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다들 손해를 보면서 납품하는 상황이라 거래처 공급을 포기한 주변 업체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운임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가 장기화하며 중소기업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제품을 납품할수록 손실을 보는 ‘역마진’ 사례는 물론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임비 급등에 선박 확보도 ‘하늘의 별따기’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9일 기준 4555.21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홍콩~북미 노선 기준 TAC는 지난 9월 ㎏당 10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해 1월(3.14달러) 대비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로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나는 와중에 수에즈 운하 사태, 중국 옌톈항 폐쇄 등에 따른 물류 대란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하기 힘든 나라]②"20년 거래처 포기"…심정을 아시나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수출기업의 운임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경북 성주에 위치한 태양광설비 업체 C사는 올해에만 20억원 규모의 제품을 수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이 7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주 고객사인 캐나다 기업에 보내야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25t 기준 약 300만원이었던 해상 운임비가 최근 2300만원대까지 올랐다. C사 대표는 "(운임비가) 올 초 800만원 선까지 올랐을 때는 버틸만했지만 최근 1년 새 3배가 더 급등했다"면서 "수출 비중이 90%에 달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제값을 지불해도 선박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업계에서 "운임비는 둘째치고 선박 부킹(예약)만 돼도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A사 대표는 "부킹을 해도 출항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중국이 선박 물류를 흡수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아예 거치지 않고 지나가는 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해운 선사와 단기 운송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물류대란에 취약하다.

中企업계, 공급망 리스크 장기화 예상

원자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국제 원자재 가격지수인 CRB지수는 전월 대비 6.5%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이리듐은 지난해와 비교해 400% 이상 올랐다"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확 늘어난 데다 이리듐 광산이 집중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19 변이가 확산됐던 영향"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물류 대란과 공급망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입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운 물류난이 내년 하반기까지라는 지속될 것이란 응답이 57.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는 2023년 상반기까지라는 응답은 21.4%, 2023년 하반기는 6.0%, 2024년 이후는 2.6% 등으로 1년 이상 물류난이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87.6%에 달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물류 대란의 중장기적 해결책으로 △중소기업 전용 물류단지 조성 △장기·공정계약 유도 제도 개편 △선박일정, 터미널 현황 등 물류 정보 공유를 위한 디지털 물류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을 제시했다.



국회에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자재 값이 폭등해도 납품대금이나 자재 값 협의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한 거래환경을 조성하려면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단체에 소속 중소기업을 대신해서 대기업을 상대로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단체협상권을 부여하고, 원자재 가격 폭등 시 납품단가 조정을 제도화하는 납품대금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