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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온다]③ 핵심부품 여전히 외산 투성…로봇 독립 ‘까마득’

수정 2021.11.05 14:39입력 2021.11.05 11:01

코로나19로 전성기 맞은 로봇산업…소부장 생태계는 ‘황무지’
여전히 핵심부품 외산 의존…로봇 원가 ‘40%’ 감속기가 대표적
국산화해도 日·中 사이 ‘샌드위치’…사업화까지 5~10년 걸려

경기 김포에 위치한 기계·로봇 부품업체 에스비비테크가 국산화한 감속기. 에스비비테크는 2017년부터 감속기를 양산했지만 매출 비중은 아직 20%에 못 미친다. [사진제공 = 에스비비테크]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로봇 산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최근 로봇 산업에 대한 업계 내외의 평가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난달 말 발표한 ‘세계 로봇 보고서 2021’의 제목을 ‘로봇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다(Robot Sales Rise Again)’로 지었을 정도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로봇 산업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지만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는 황무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소부장 업체는 연구개발(R&D) 인력 수급은 물론 사업화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제조강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시작된 한일 경제갈등은 소부장 국산화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당시 국내 산업계는 혼돈에 빠졌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의 필수소재인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등을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하자 국내 핵심산업 공급망이 뿌리부터 흔들렸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국내 소부장 생태계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우리 정부는 물론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소부장 국산화에 발 벗고 나섰다.


로봇 소부장은 뒷전

문제는 이 같은 노력의 초점이 기존 핵심산업에만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로봇 등 신산업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사이 제조강국들은 시장지배력을 강화했고 중화권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부터 정부 주도의 소부장 국산화 관련 지원사업이 대폭 늘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이 대상이 경우가 많았다”면서 “로봇 완성품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소부장 분야는 전무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국산 로봇이 핵심부품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대전에 위치한 토종 로봇업체 B사는 협동로봇용 감속기 전량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감속기는 로봇 관절부에서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부품이다. 로봇의 구동을 돕는 핵심부품으로 로봇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단가가 높다.


반면 감속기를 국산화한 부품업체 에스비비테크는 수요처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경기 김포에 위치한 에스비비테크는 2005년 감속기 개발에 뛰어들어 2017년부터 정밀제어 감속기를 양산했다. 단가는 감속기 시장 70%를 차지한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HDS) 대비 30% 가량 낮췄다. 하지만 감속기의 매출 비중은 여전히 20%에 못 미친다.


중견 로봇업체 유진로봇이 올 초 출시한 자율주행 테스트용 로봇 'AMS-DemoKit-100.' 유진로봇이 자체 개발한 3차원(3D) 라이다(LiDAR) 센서 등이 탑재됐다. 회사는 2014년 3D 라이다 센서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사업화 첫 발을 뗐다. [사진제공 = 유진로봇]


국내 기업은 ‘샌드위치’

로봇 산업의 신(新) 핵심부품으로 부상한 센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센서는 자율주행 서비스로봇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로봇이 장애물을 인지하거나 주변 환경을 재구성하려면 화상, 3차원(3D), 라이다(LiDAR) 등 다양한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센서 생태계는 열악하다. LG전자의 서비스로봇 ‘클로이’에 탑재된 센서도 대부분 외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센서를 국산화한 업체도 있지만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현재 프리미엄 센서 시장은 미국, 일본, 스위스 등이 잠식하고 있다. 중국은 ‘센서 굴기’로 저가형 시장을 장악했다. B사 대표는 “중국 센서는 일본 센서보다 90% 이상 저렴해 가격 면에서 비교 자체가 안된다”면서 “기술집약적 부품인 센서는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중소기업이 무작정 개발에 착수하기에는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투입된 LG전자의 서비스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이 로봇에 탑재된 센서는 대부분 외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 = LG전자]


기업들이 핵심부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더딘 사업화에 있다. 수년에 걸쳐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 납품 실적이 있어야 부품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 역시 초기 레퍼런스가 없으면 기술검증(PoC)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PoC를 하게 돼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데다 최종 공급 여부도 불확실하다.


사업화까지 5~10년이 걸리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중견 로봇업체 유진로봇은 2014년 3D 라이다 센서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사업화 첫 발을 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장벽이 높은 핵심부품은 다른 부품보다 까다로운 신뢰성 테스트를 요구해 PoC만 최소 1년이 걸린다”면서 “대기업 납품 실적이 있으면 판로 트기가 쉽지만 처음부터 규모 있는 기업을 수요처로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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