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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동물장례사의 친절?...죽은 고양이 소각했다가 벌금형

수정 2021.08.27 13:08입력 2021.08.27 10:18
[서초동 법썰] 동물장례사의 친절?...죽은 고양이 소각했다가 벌금형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제공=대법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반려동물을 위한 찾아가는 장례서비스."


"본사는 믿을 수 있는 전국장례식장 또는 화장차와 업무협약을 맺어 보호자님의 시간대에 맞춰 가장 편안하게, 보다 안전하게, 보다 신속하게 추모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와 관련된 각종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과거에는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가까운 뒷산이나 마당에 묻어주며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져 가족의 일원처럼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장례 역시 대행업체를 통해 치르고 따로 묘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동물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며 모 동물장례협회 전북본부장을 맡고 있던 A씨는 2019년 12월 4일 군산시 한 야구장 주차장에서 정모씨로부터 죽은 고양이 장례를 의뢰받았다.


관, 수의, 염습, 화장 등 비용을 포함해 모두 32만원을 받기로 정씨와 계약을 맺은 A씨는 이동식 동물 사체 소각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B씨에게 연락해 출장 화장을 부탁했다. 같은 동물장례협회 회원인 B씨에게는 화장 비용 20만원을 주기로 했다.


며칠 뒤 장례식날 A씨는 정씨가 가져온 고양이 사체를 알코올로 닦고 한지로 감싸 염습을 한 후 B씨가 가져온 동물 사체 처리 차량에 설치된 이동식 소각로에 넣어 화장을 마쳤다.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정씨는 두 사람을 신고했고 결국 이들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다. 혐의는 A씨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 B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더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했다.


동물보호법 제32조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동물장묘업(動物葬墓業)을 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33조는 동물장묘업을 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반드시 등록을 하도록 정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46조 3항 2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와 B씨 두 사람은 검찰의 약식명령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퉜지만 1심에서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에서 두 사람은 정씨가 여러 차례 고양이 장례를 의뢰한 뒤 소각 과정을 촬영해 신고했기 때문에 정씨가 제출한 소각 영상 CD는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함정수사라는 주장을 펼친 것.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했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설령 그 같은 유인행위로 범의가 유발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증인 정씨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정씨는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 A에게 장례를 의뢰한 사실 및 피고인들의 사진촬영 등에 대한 동의를 받고 위 소각 과정을 촬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는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거나 위 각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볼 수 없다"며 두 사람의 주장을 배척했다.


검사가 공소장 적용법조에 공동정범에 관한 형법 제30조를 빠트렸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비춰 명백한 오기로 보이고 A씨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에도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을 적용법조에 추가했다.


1심에 불복, 항소한 두 사람은 계속 범죄성립 여부를 다퉜다.


먼저 A씨는 자신은 장례대행업을 했을 뿐이지 동물장묘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씨가 가져온 고양이 시체를 소각한 것은 B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춰 지자체에 등록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B씨이며 자신은 동물장묘업자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동식 소각용 차량 제작업자인 B씨는 새로 제작한 소각용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해볼 겸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의 부탁을 받고 대가 없이 정씨의 고양이 시체를 소각해줬을 뿐 동물장묘를 업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폐기물처리 역시 업으로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에는 A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팜플렛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반려동물을 위한 찾아가는 장례서비스'나 '보호자님의 시간대에 맞춰' 등 팜플렛에 적힌 문구에 비춰 이동식 소각 차량을 이용한 화장 역시 A씨가 하고 있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B씨 역시 A씨가 처음에는 자신이 근무하는 동물장례식장으로 오라고 했다가 장소를 변경한 사정 등에 비춰 A씨가 장례 절차의 일환으로 동물 사체의 소각을 의뢰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단순히 소각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군산까지 원정을 올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결국 이들의 항소는 기각됐고, 다시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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