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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백운규 전 장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18일 결과 주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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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 백운규 전 장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18일 결과 주목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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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스토리로 이번주 수요일(18일) 열리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추가 기소 여부를 일반 시민들에게 묻기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18일 열립니다.


2018년 1월 수사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이후 14번째 열리는 수사심의위입니다.

핵심은 배임교사 혐의… 김오수 총장, 수사팀 기소 의견에도 직권으로 수사심의위 개최 결정

백 전 장관은 장관으로 재직했던 2017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로 이미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사심의위에서 다루게 될 내용은 백 전 장관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교사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배임교사 혐의입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말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정 사장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고, 조작된 평가 결과를 한수원 이사회에 제출해 설계수명이 2022년 11월까지인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및 가동중단을 의결하게 함으로써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 정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백 전 장관에게 이에 대한 교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정 사장이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면, 당연히 백 전 장관에게 이에 대한 교사 혐의를 적용했어야 맞지만 당시 수사를 담당한 대전지검과 대검찰청 수뇌부 사이에 이견이 있었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7월 2일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팀장이 교체되기 직전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기소를 승인했지만,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되는 사안… '배임의 고의'·'재산상 이익 주체' 쟁점

대검에 설치된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위원으로 위촉된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위원회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가 위원으로 위촉됩니다.


대검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고소인이나 기관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대리인이나 변호인 등 사건관계인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할 수 있고(지침 제6조 1항),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검찰총장에게 소집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지침 제8조 1항).


사건관계인이 소집을 신청한 경우에는 고검 산하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 부의를 의결해야 수사심의위가 소집됩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월성 원전'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되는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감사원 감사를 통해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사실과 산업부 공무원들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어느 정도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시발점은 "월성 1호기 언제 폐쇄되느냐"는 문 대통령의 한 마디였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입니다.


그 자체로도 큰 부담인데, 만일 백 전 장관이 배임교사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형법적 측면에서는 배임교사 혐의가 성립하려면 일단 정범인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배임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고, 그에 대한 백 전 장관의 지시, 배임의 고의, 인과관계 등이 인정돼야 합니다.


특히 교사범의 경우 '이중의 고의'를 필요로 합니다. 먼저 자신이 정범에게 범죄 결의를 갖게 한다는 '교사의 고의'와 정범을 이용해 범죄를 실행할 고의인 '정범의 고의' 두 가지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에게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조작하고, 조작된 평가 결과를 한수원 이사회에 제출하도록 지시할 때 이미 월성 1호기 폐쇄로 인해 한수원이 입을 피해에 대한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재산상 이익 취득' 요건도 필요합니다.


형법 제355조 2항(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배임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배임죄 성립을 위해서는 임무 위배 행위로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혹은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해야 합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월성 1호기 원전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발생한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백 전 장관 등이 마치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린 것처럼 조작함으로써 정부가 그 같은 책임을 면하는 이익을 얻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백 전 원장 측은 이번 사태로 이익을 본 주체가 없다는 논리로 배임교사 혐의 성립을 부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형사재판과 민사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같은 사안을 놓고 형사재판이 진행될 경우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사재판은 진행을 늦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배임교사 혐의가 인정되는 요건과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요건에는 물론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형법상 배임교사 혐의가 인정될 경우 민사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3항은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배임교사·업무방해교사 혐의 추가 기소나, 법원의 유죄 판결은 정부가 불법행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그 자체로도 문 대통령이나 정부에 큰 부담이지만 정부를 상대로 한 1400억원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배청구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 정부 입장에선 더더욱 피하고 싶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소' 권고 나오면 불기소 마무리 어려울 듯… 수사심의위 제도 효용 재고 필요한 시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인 백 전 장관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집을 신청한 경우가 아니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을 결정한 경우입니다.


그것도 대전지검 수사팀이 백 전 장관을 기소하며 배임교사·업무방해교사 혐의를 공소사실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결론을 낸 상태에서 총장이 직권으로 이 같은 수사팀의 의견과 다른 입장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한 것입니다.


김 총장의 그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자신을 총장에 임명해준 문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속내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통상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1~2주 뒤에 현안위원회가 열렸던 것과 달리 이번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 소집 결정 이후 49일 만에 개최되는데, 아무리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일정이 지연된 감이 있습니다.


18일 열리는 현안위원회에서는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의 현안위원 중 위원장을 제외한 10명 이상의 현안위원이 출석하면 심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현안위원은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각 분야별 인력풀에서 골고루 선정되는데 이전 회의 심의에 관여하지 않은 위원이 우선적으로 선정됩니다.


회의 당일 위원들은 우선 주임검사와 신청인들이 제출한 각 A4 용지 30매 이내의 의견서를 교부받아 검토한 뒤 양측의 의견진술을 듣고 궁금한 점은 질의도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되는 심의에서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면 일치된 의견으로 심의의견서를 작성합니다.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출석한 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이후 심의의견서를 작성해 그 사본을 주임검사에게 송부하면, 주임검사는 현안위원회의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침은 정하고 있습니다.


18일 현안위원회가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의결하고 권고할 경우 대전지검이 애초 의견대로 백 전 장관을 배임교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데는 많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수사심의위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하더라도 기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인사로 수사팀장이 교체됐고 김오수 총장과 대검 수뇌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에 큰 부담이 되는 기소를 강행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반면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할 경우 그동안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교사 등 혐의 기소를 반대해온 김 총장도 더 이상 기소를 막을 명분이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차례 기소를 반대하며 직권으로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한 만큼 김 총장 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모양새는 갖춘 셈이 될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현행 수사심의위 제도의 효용성을 한 번쯤 되짚어볼 때가 됐다는 생각입니다. 김오수 총장 역시 총장 후보자 시절 총장에 취임하면 수사심의위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써 과연 효과적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만드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기소를 전제로 한 유무죄 판단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수사심의위 결정이 검사에 대한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 검찰이 중요사건에서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사심의위 제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쫓겨 검찰의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됐습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 거창한 목표를 내세워 도입됐지만, 외부로부터의 검찰개혁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에서 면밀한 검토나 의견수렴 없이 다소 성급하게 도입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검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에 대해 현안위원의 압도적 다수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기소했습니다.


또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는 지난해 7월 24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현안위원의 절대 다수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지만 1년이 넘도록 기소도, 불기소도 못 한 채 수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수사심의위 결과가 검찰의 결정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검찰은 애초 결정을 뒤집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한편 당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수사심의위 현안위원 다수가 '수사계속 및 '공소제기' 의견을 냈고, 검찰은 이 전 기자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법원은 강요미수 혐으로 기소된 이 전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상 강요죄 성립에 필요한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심의위가 여론 재판이 되는 것 같다는 우려도 생깁니다.


가령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평소 재벌이나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마인드를 가졌던 사람이 현안위원에 선정됐다면 아무래도 '불기소'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높고, 평소 재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거나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사람이 현안위원에 선정됐다면 '기소'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역시 해당 사건을 검찰과 언론이 유착한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사건을 바라봤던 현 정부 지지자거나 추-윤 갈등 국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했던 사람이 현안위원으로 들어갔다면 '기소'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거나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했던 사람이라면 '불기소'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이번 백 전 장관 수사심의위에서 검토될 배임죄 역시 법률전문가들조차 어렵게 느낄 만큼 법리적으로 쟁점이 많은 어려운 죄인데, 과연 비법률전문가들이 짧은 시간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설명을 듣고 '기소하는 게 옳다' 혹은 '불기소 하는 게 옳다'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검찰의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수사심의위에서 심의하는 대상 역시 심의 대상자가 선한지, 악한지나 도덕적으로 옳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법적인 관점에서 범죄가 성립하고 재판에 가서 유죄가 인정될 만한 사안인지 여부이기 때문입니다.


또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하면 수사팀이 오랜 기간에 걸친 수사를 통해 내린 결론을 뒤집고 불기소하는 게 맞는 건지, 반대로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면 수사팀의 거듭된 기소 승인 요청을 거부했던 총장이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왔다고 그제서야 기소를 승인하는 게 맞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에는 야당의 두 유력 대선 후보가 직접 관련돼 있습니다. 바로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입니다. 각각 이번 사건 수사와 감사의 총책임자였으니까요. 이번 수사심의위가 '배임교사죄 성립'이라는 법리적 관점보다 '여당을 지지하느냐 야당을 지지하느냐', 혹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는 각 현안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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