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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법무부·검찰 대변인의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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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법무부·검찰 대변인의 엇갈린 운명 정부과천청사 1동 법무부(왼쪽)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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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스토리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의 인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법무부·대검 대변인과 부대변인 동시 교체… 희비 엇갈려

최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법무부와 검찰 대변인도 인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박범계 장관의 ‘입’ 역할을 해온 박철우 전 법무부 대변인(사법연수원 30기)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영전이죠.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모든 검사들의 희망 근무지인데다, 새로 개정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라 2차장검사는 기존에 지휘했던 금융·기업범죄전담부(형사7부), 건설·부동산범죄전담부(형사8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 주요 수사부서와 더불어 원래 1차장검사 산하에 있었던 지적재산·문화범죄전담부(형사6부)까지 지휘하게 됐습니다.


추 전 장관 임기 초반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던 구자현 전 대변인(29기)이 지난해 9월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영전한데 이어 이번에도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영전한 셈입니다. 구 전 대변인은 지난달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거듭 영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부터 총장의 ‘입’ 역할을 해온 이창수 대검 대변인(30기)은 대구지검 2차장검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일선 지검의 차장검사로 발령 난 것을 두고 좌천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과거 대검 대변인들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만족할만한 인사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역시 윤 전 총장을 보좌했던 전임 권순정 전 대변인(29기)이 대변인을 마친 뒤 지난해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전보된데 이어 이번에도 대검 대변인은 법무부나 서울중앙지검 등 요직으로 발령받지 못했습니다.


과거 법무부나 대검 대변인은 다음 인사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또 대다수 검사들이 선호하는 보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대변인을 임명할 때부터 장관이, 혹은 총장이 신임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법무부나 대검 대변인 출신 중에서 검사장이 많이 배출된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승진이 보장되는 자리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검찰을 떠난 김주현 전 대검 차장검사(18기), 김강욱 전 대전고검장(19기), 차경환 전 수원지검장(22기),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23기)이나 수원지검장을 거쳐 이번 인사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임명된 문홍성(26기) 검사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남부지검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검사장(27기)이 모두 법무부 대변인 출신입니다.


현재 감사원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19기),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21기),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23기), 김후곤 대구지검장(25기),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7기) 등이 대검 대변인 출신입니다.


양중진 수원지검 1차장(29기)과 김형록 대검 수사지휘·지원과장(31기) 등 법무부나 대검 부대변인 출신 간부들도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승희 전 법무부 부대변인(35기)과 김은정 전 대검 부대변인(39기)도 함께 교체됐습니다.


신 전 부대변인은 전주지검 남원지청장으로 김 전 부대변인은 공판송무부 소속 대검 연구관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습니다.


보통 대변인과 부대변인은 함께 인사가 나지 않고, 교차적으로 인사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변인실에서 먼저 근무를 시작한 대변인이나 부대변인이 새로 보임되는 사람의 업무 적응을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법무부와 대검 모두 대변인·부대변인이 동시에 교체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취재기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정말 열심히 업무에 임했고, 힘든 시기에 공보 역할을 맡아 고생도 많이 한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물론 박 전 법무부 대변인이나 이 전 대검 대변인 역시 법무부와 검찰이 각을 세우는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박 전 대변인은 추미애 전 장관이 퇴근 시간이 다 돼서 갑자기 긴급브리핑을 잡고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를 발표했던 지난해 11월 24일, 이 전 대변인은 윤 전 총장 사퇴 이틀 전인 3월 2일 국민일보에 윤 당시 총장의 단독 인터뷰 기사가 나간 날 적어도 각각 100통 이상의 항의성 전화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대변인·공보관의 엇갈린 운명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공보를 혼자 도맡아 해왔던 박세현 전문공보관(공보담당관·29기)도 교체됐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은 3명 혹은 4명의 차장검사가 각자 자신이 지휘하는 부서에서 진행되는 수사에 관한 공보 역할을 나눠서 맡아왔습니다. 워낙 중요한 사건이 많은 검찰청이다 보니 사실 한 명이 전체 사건의 공보를 담당한다는 건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 과거 3명의 차장검사가 공보 역할을 할 당시 차장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무부 부장검사에게 부대변인 역할을 맡겨 세 명의 차장검사를 돕도록 했던 전례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의 공보 업무를 단 한명의 전문공보관에게 맡기게 된 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그 이후로 서울중앙지검 외의 다른 검찰청에서도 각 1명의 인권감독관(인권보호관)이 전체 검찰청의 공보 업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박 전 공보관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박 전 공보관은 연수원 29기 동기들이 인정하는 29기 선두주자였습니다. 그의 초임지가 서울지검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 힘든 업무를 맡아 한 차례 연임까지 되며 무리 없이 역할을 수행한 것 치고는 다소 실망스러운 인사로 보입니다. 피고인 신분인데도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어느 순간부터 박 전 공보관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얘기가 서초동 주변에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힘든 시절 대변인이나 공보관을 맡고도 인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현 정부 들어 부쩍 늘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법무부와 검찰이 전에 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어느 일방의 편에 서야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 때 법무부 대변인을 맡게 된 박재억 전 대변인(29기)은 조 전 장관 취임 전 인사청문회 준비 단계부터 연일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대응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언론을 통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보도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고 일일이 대응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오죽하면 수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을 정도니까요.


특히 언론보도에 예민했던 조 전 장관은 대변인실의 대응이 늦거나 본인이 느끼기에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 아마도 여러 차례 박 전 대변인을 질책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조 전 장관을 만족시키지 못한 탓일지 몰라도 박 전 대변인은 대변인에서 물러난 뒤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에 보임됐습니다. 이후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과 청주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이번 인사에서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났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비슷한 시기 대검 대변인을 지낸 권순정 전 대변인 역시 인사 혜택을 받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대변인을 마친 뒤 지난해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던 권 전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서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반전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7기)입니다. 2011년 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팀장을 맡았었고,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을 거쳐 2016년 서울중앙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1팀장을 맡았던 그는 대표적인 검찰 내 특수통 중 한 명입니다. 특히 2016년 발족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 사실상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맡았던 곳입니다. 주 기조실장은 당시 단장이었던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21기)을 보좌하는 부단장 역할을 맡아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수사해 성과를 거뒀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검찰개혁의 회오리가 불어 닥친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 직을 수행했던 그는 이후 인사에서 인천지검 1차장검사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거쳤지만 지난해 9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으로 좌천됐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법무부 기조실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이른바 ‘정권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찰청의 공보를 맡았던 공보관들입니다.


바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의 강수산나 전 공보관(인권감독관·30기)과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검의 김명수 전 공보관(30기)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강 전 공보관은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검사로, 김 전 공보관은 서울중앙지검 중경1단 부장검사로 각각 발령 났습니다. 중경단은 수사 경험이 많고 연륜이 높은 검사들의 능력을 수사에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는 각 고등검찰청처럼 퇴직하지 않고 있는 선배 검사들의 보임지로 운영되는 한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강 전 공보관이나 김 전 공보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자신의 인사권자인 추 전 장관이나 박범계 장관까지 노골적으로 불만을 갖는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청의 공보를 맡아 맘고생이 많았을 겁니다. 특히 수사가 한창 무르익으면서 수사 관련 기사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법무부의 압박도 커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청의 공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수사가 정권에 불리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당한다는 건 본인들에게는 참 억울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 그 검찰청으로 간 것이나, 공보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법무부의 인사에 따른 것일 텐데 말이죠.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대변인 모두 여성이 맡아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의 공보 역할을 맡는 대변인과 공보관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박계현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22기)가 대검 대변인을 맡았던 적이 있지만 법무부와 대검 대변인에 모두 여성이 임명된 건 이번이 처음 같습니다.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현주 전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31기), 대검 대변인에는 서인선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31기),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에는 이혜은 평택지청 형사1부장(33기)이 각각 임명됐습니다.


박 대변인은 성폭력 사건 분야 1급 공인전문검사(블랙벨트), 이 공보관은 국가송무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입니다. ‘여성 공안검사 1호’인 서 대변인은 지난 2010년 대검 부대변인을 지낸데 이어 이번에 대변인을 맡게 됐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법무부와 대검 대변인을 맡게 된 두 분은 전임자들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업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현 정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오다 총장에 임명된 만큼 박범계 장관과 대립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정권 관련 사건들에 대한 수사나 대검에서 법무부로 자리를 옮긴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감찰 과정에서, 또 여권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과 공소청 신설을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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