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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혁명]재택 중 다쳤는데 산재는? 현행 노동법은 답 못한다
최종수정 2020.06.24 11:32기사입력 2020.06.24 11:32

근무시간·장소 경계 허물어지는데…여전히 갇혀있는 법

[일의 혁명]재택 중 다쳤는데 산재는? 현행 노동법은 답 못한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재택근무를 하면서 틈틈이 아이 숙제도 봐주고 회사 일도 했는데 근무 시간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요?" "집에서 근무하던 중 발을 찧어서 다쳤는데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나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틈틈이 아이 숙제도 봐주고 회사 일도 했는데 근무 시간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요?" "집에서 근무하던 중 발을 찧어서 다쳤는데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있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앞에 더욱 빨리 다가왔다. ICT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재택근무는 보편화될 것이며 지금껏 없었던 다양한 근무 형태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재택근무제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진다. 회사마다 임시방편으로 노사 합의에 따라 재택근무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19대 국회에서 스마트워크를 국가 사회에 전반적으로 도입하고 이에 대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스마트워크 촉진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면 시간외근무ㆍ야간근무에 대한 수당지급 부분부터 재택근무로 발생하는 소모성 비품에 대한 비용 부담,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까지 모두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삶ㆍ재택근무 보편화…근거규정 명시해야=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의 형태가 다양해지면 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할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재택근무 모럴해저드 방지책 마련, 재택근무 시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등에 대한 부분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택근무 전제하에 근로자가 화장실을 다녀오다 높은 문턱에 걸려 넘어진 경우나 소모품을 사용하다 손이 베였을 경우를 산재로 볼지는 법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논란이 크고 쟁점이 많은 사안이다. '킴킴변호사' 채널을 운영 중인 김상균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전통 근로환경에 맞춰져 있다"며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등에 대한 근거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사용자의 관리 감독과 근로자의 인권침해 부분도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직원(27ㆍ여)은 "팀장님이 30분에 한 번식 회사 메신저를 보내와 감시받는 기분이 든다"며 "회사에서 직원을 신뢰해야 재택근무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근거 같은 것이 명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은 위치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 워크가 보편화되면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을 개인정보보호법 차원에서만 볼지, 노동법 차원에서 볼지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마트 근무가 보편화되면 개인정보 동의에 관한 부분을 개인정보보호법 차원에서만 볼지, 노동법 차원에서 이끌어 와서 근거 규정을 만들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획일적 근로시간… "화이트칼라이그젬션 도입해야"= 2018년 7월 본격 시행된 주 52시간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새로운 산업이 출연하면서 근로 모델은 바뀌고 있지만 엄격한 노동시간 규정은 그대로다. 산업ㆍ직종별 특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면 결국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사무직, 획일적 수당 대신 성과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도 화이트칼라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ㆍ근로시간 면제제도) 같은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재량근로도 법에 명시돼 있기는 하나, 적용 해석상 모호한 부분이 있어 이를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재량근로제의 확대와 특별연장근로 적용 기준 완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근로소득 상위 3% 이내에 드는 노동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제외하는 화이트칼라이그젬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과 제도를 보완하려고 해도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화이트칼라이그젬션 제도는 근로시간으로 성과를 평가받기 어려운 화이트칼라 근로자에게 업무시간 배분 재량권을 주고 성과에 따라 생산성을 평가ㆍ보상하는 제도다. 일정 수준의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등이 제도 적용 대상이다. 미국은 상위 3% 임금소득 노동자의 경우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도 연간 임금액이 1075만엔(약 1억2000만원) 이상을 받는 일부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본의 경우 20년간 논의 끝에 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기업들 역시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경제가 150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주 52시간제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의 61.3%(92개사)에 달했다. 재택근무 시 인사 체제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37.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업무성과 평가, 직무역할 평가 등에서 인사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실직자 생명줄 끊겼는데…건강보험료 부담까지= 고용보험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보험료율이 높은 건강보험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직당해 소득이 줄었는데도 오히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근로자가 언젠가 회사에 돌아갈 생각이 있더라도 실직을 당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임금근로자와 사업주가 월 급여의 0.8%씩을 보험료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실업 상태가 되면 양쪽 모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반면 건강보험은 3.335%씩 부담해야 하며, 유예를 하더라도 꼭 납부해야 한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건강보험은 반드시 추가납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보험보다 부담이 더 되는 경우가 있다"며 "다른 사회보험과 비교해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성인남녀 117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건강보험 부담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건강보험료율 동결 또는 인하 요구가 53.3%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각 사회보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료율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가 고용보험료보다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부담 대비 보장 효과가 좋다는 평가가 많다"며 "다만 생애 주기별로 봤을 때 청년들 입장에선 당장 혜택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감면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 체계 단일화 방안을 생애주기를 고려해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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