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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분투기②-1] 그물규제 앞에 무릎 꿇는 데카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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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유니콘 11곳…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국내 규제 제한받는 기업 31곳

#1. 11개. 국내에 있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의 숫자다. 2014년 쿠팡과 옐로모바일을 시작으로 L&P코스메틱,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에 이어 최근 무신사와 에이프로젠까지 11곳이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의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은 3일 새해 첫 간부회의에서 "2022년까지 20개 유니콘기업 배출을 위한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벤처 4대 강국 진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2. 31개.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이 함께 발표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한국에서 규제로 사업화에 제한을 받고 있는 기업은 31개였다. 13곳은 현행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사업을 전혀 진행할 수 없고 18개는 조건부로만 가능했다. 이들 100대 스타트업의 투자액을 기준으로 보면 절반이 넘는 53%가 규제 장벽에 가로 막혀 우리나라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의 같은 조사에서 13개가 사업이 불가능했고 44개 제한적으로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가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국내 유니콘 기업 11개와,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사업에 제한을 받고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 31개라는 숫자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경제 주체로 부상한 스타트업과 관련한 우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 스타트업을 새로운 경제 동력이라고 판단, 육성에 나서고 있고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촘촘한 규제로 인해 '신성장 엔진'이 언제라도 꺼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글로벌 '블루오션' =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를 새롭게 견인해야 할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각 분야 유망 업체 중 스타트업의 비중은 클라우드 60%,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 85%, 블록체인 87%, 사물인터넷(IoT) 54%, 자율 주행 83%, 3D 프린팅 분야 50%에 달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스타트업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폭발적인 투자 증가를 이끌어 냈고 동시에 생태계 조성 노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대훈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전임연구원은 "침체된 경제를 돌파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스타트업을 주목하게 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등장해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컨설팅 기업인 PwC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012년 45억3000만 달러에서 2018년 207억달러까지 늘더니 지난해는 3분기까지만 500억 달러의 투자가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이 급증한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유니콘을 넘어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인 '데카콘'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스타트업은 국내 시장에서도 가치와 고용 창출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기업의 2018년 기준 총 매출액은 192조원으로 삼성에 이어 우리나라 재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53억2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의 2.7%나 중소기업의 5.9% 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이런 추세는 2009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고용 창출 효과 또한 대기업을 훨씬 상회한다. 2018년 말 벤처기업의 총 고용인원은 71만5000명으로 재계 4대 그룹 종사자 합계인 66만8000명 보다 많았다. 특히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인재의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스타트업의 혁신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타트업 분투기②-1] 그물규제 앞에 무릎 꿇는 데카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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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니콘 보유 순위 5위 =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추진됐고, 그 결과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 총 5곳이 늘어 11개가 됐다. 2018년 3곳이 추가된 것에 비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유니콘 11개 보유는 세계 5위에 해당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유니콘 기업 탄생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유니콘 기업이 1개가 늘어나는데 평균 1년 이상 소요됐지만 2018년 3개, 올해 5개가 신규로 등재됐다"며 "유니콘 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투자자의 땀과 노력으로 벤처생태계가 성숙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의 숫자는 1위인 미국의 210개나 2위 중국의 102개와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중기부가 올해 부처별 창업지원사업을 조사한 결과 16개 부처, 90개 사업에서 모두 1조4517억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조1181억원 대비 29.8%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 확충을 위해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전국적으로 조성하고 북유럽의 선진 창업환경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촉진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을 위해 스웨덴과 핀란드에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KSC)를 개소할 계획이다. 지역의 혁신 창업가를 육성하는 창업벤처 공간으로 광주 스타트업 캠프도 마련된다.


◆규제 혁신 없이 스타트업 미래 없다 = 다만 우리의 스타트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은 최근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 따르면 한국의 진입 규제 강도 순위는 2017년 49위에서, 2018년 38위으로 상승했다. 의미 있는 도약이 있었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진입 규제로 우리나라에서 사업화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차량 공유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숙박 공유는 공중위생관리법, 원격의료는 의료법에 가로막혔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진입 규제가 결국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장 잠재력을 제한하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난 10년 간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며 "한 단계 더 도약해서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 스타트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의 혁파와 함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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