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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도 '톱다운'식 외교 시도‥시한은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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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총리 통해 아베 총리에 친서 전달
GSOMIA 종료시까지 한일 정상 두번 만날 기회
남관표 주일 대사 "일본 좋은 아이디어 있다면 논의하겠다" 언급
일측은 강제징용 배상 한국 정부 부담 시사로 해석
한일 물밑 접촉 관측에 외교부는 부인

한일도 '톱다운'식 외교 시도‥시한은 한달 이낙연 국무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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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친서'와 '톱다운'식 정상회담. 북한과 미국 간의 협상 성사에 핵심적 역할을 한 두 방식이 한일 갈등의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한일 갈등의 시발점이 된 일본 전범 기업 강제징용 배상에서 역할을 더 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음 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방일이 결정된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대화를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리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언급을 한 것도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인식하고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국 갈등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실무협상보다는 정상 간 논의를 통한 최소한의 톱다운식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만남은 약 15분간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는 방일을 앞두고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일에 앞서 일본통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는 것도 메신저 역할에 그치기보다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의제를 논의하기에는 면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뜻을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는 친서는 유용한 수단이다. 문 대통령이 친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친서라는 형식이 동원된 만큼 문 대통령이 양국 갈등 해소를 위한 만남을 제시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에 맞서 우리는 부당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철회하라는 요구로 맞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이 함께 배상하는 '1+1'안 외에 추가적인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양국이 한발씩 물러난다면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한 힌트는 남관표 주일 대사에게서 나왔다. 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협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 대사는 "제한을 두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특히 "한국 정부가 배상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의사도 표명하며 "해결의 길이 보인다면 조건 없이 회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덧붙였다. 남 대사는 또 "일본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한국 정부가 배상을 위한 펀드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일도 '톱다운'식 외교 시도‥시한은 한달 남관표 주일대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외교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외교부는 이날 한국 정부와 기업이 강제징용 배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협의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GSOMIA 종료 전 양 정상이 만날 기회는 두 번이다.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와 다음 달 중순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지난달만 해도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태국에서 문 대통령과 개별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일 GSOMIA를 복원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연이어 발신하는 것도 우리 정부에는 부담이다. 북한이 스웨덴 스톡홀름 북ㆍ미 협상 종료 이후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측은 한ㆍ미ㆍ일 안보 공조를 위한 한일 GSOMIA 유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최근 한일 간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일본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두 정상이 만났음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경우 한일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오히려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우려된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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