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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리는 북·미대화…"北美 딜, 11월이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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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용호, 美폼페이오 장관 맹비난
한미훈련 종료 후 대화 기대감 찬물
"내년 美대선 돌입하면 기회 사라져"

안 풀리는 북·미대화…"北美 딜, 11월이 마지노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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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폼페오(폼페이오)는 갈데 올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북한의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리 외무상이 미국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을 보임에 따라, 한미연습훈련이 종료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북·미실무협상 재개는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내년부터는 재선 시즌으로 접어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대화는 올해까지'라는 데드라인을 설정한만큼, 북·미간 합의 마지노선은 사실상 11월까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 외무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21일 미국 언론 인터뷰 발언 내용을 거론하며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라고 폼페오가 인간의 초보적인 의리도, 외교수장으로서의 체면도 다 줴버리고 우리에 대한 악설을 쏟아낸 이상 나 역시 그와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 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1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난 여전히 김 위원장이 이것(비핵화)을 이행할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러지 않을 경우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그들이 비핵화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고 이런 사람과 마주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뿐이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대결적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며, 미국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위해 그들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도록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리 외무상이 카운터파트라고 할 수 있는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북한은 주로 외무성 제1부상이나 미국 담당 국장, 대변인 명의의 담화 등을 활용했으며, 적어도 2000년 이후 '외무상 담화' 형식의 발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다만 리 외무상은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여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대화 의지를 여전히 고수하면서도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한만 비난하던 북한이 최근에 비난의 초점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양측의 물밑 접촉에서 양측의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의 특별대표간 교섭 외에도 뉴욕 등 별도채널에서도 물밑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안 풀리는 북·미대화…"北美 딜, 11월이 마지노선"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왼쪽부터 리용호 북한 외무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교착 상태가 이대로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북·미대화의 재개와 유의미한 합의는 2021년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미가 만들어낼 수 있는 합의의 시간적 마지노선은 11월"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대선 캠페인 기간 1년과 그 이후 정부 초기 6개월은 사실상 북·미 채널이 중단돼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길게는 2년, 적어도 1년 반 동안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북·미대화의 데드라인으로 12월을 제시했다. 이때까지 북·미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김 위원장은 '새로운 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고 핵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보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어겨버리면 자신의 재선 레이스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이번에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2021년에 제8차 당 대회에서 선포할 만한 긍정적 배경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대화를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필요성은 있다는 얘기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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