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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이념 양극화 앞장선 유튜브 채널‥조금만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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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유튜브 이용자는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 사이사이의 광고도 어쩔 수 없이 본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시각에서 이 목적과 수단은 서로 바뀐다.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자인 댈러스 스마이드의 이론을 적용하면, 유튜브 비즈니스의 본질적 목적은 광고와 유료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유튜브 채널의 영상은 수익 창출을 위한 유인 수단이다.

[논단]이념 양극화 앞장선 유튜브 채널‥조금만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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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9억명이 매일 10억 시간 이상 유튜브 영상을 보는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은 구글, 광고주, 그리고 대형 채널 운영자라는 ‘유튜브 세계의 자본가’에게 집중이 된다. 유튜브 시청자는 노동자로 기능한다. 하루 두 시간 이상 영상을 보는 헤비유저는 상당량의 자기 시간과 시청 노동을 갈아 넣어 유튜브 자본가의 잉여 이익을 늘려준다.


‘진보 진영의 인플루언서’ 김어준 씨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으로 1월 9~15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챗(후원금)을 모았다고 한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이 기간 수익은 1억4100만여원이다. ‘겸손은’ 1회차 영상은 2시간 10분이었고 조회 수가 287만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긴 영상을 지켜봤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시청 노동만으로 구글과 이 채널에 이미 많은 수익을 안겨준 셈이다. 여기에 더해 시청자들은 십시일반으로 자기 돈을 쓰면서 세계 1위 슈퍼챗까지 몰아줬다. KBS 월 시청료 2500원이 비싸다고 납부거부 운동이 벌어지는 것과 비교되는 지출이다. ‘긴 영상 정주행,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은 기본이고 적잖은 후원 지출까지 해야 하는 유튜브 정치 채널 시청이 ‘극한 직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시사 이슈를 다루는 국내 유튜브 장르는 대개 진보, 보수로 양분된다. 각자 ‘이분법적, 공격적, 주관적, 구어체적, 감정적, 탈권위적 어법’으로 나라를 두 편으로 갈라놓는다. 두 진영의 지지층은 이것을 ‘새로운 정치 뉴스 스타일’로 인식한다. 채널과 구독자 간에는 ‘동지적 관계’ 비슷한 연대가 형성된다.


‘겸손은’을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슈퍼챗 5만 원을 쏴주는 어떤 30대 진보성향 직장인은 아마 ‘0.7% 차 대선 패배의 울분’을 아직도 지니고 있을 것이고 ‘윤석열 정부 치하의 디스토피아’에 암울해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채널의 진보 편향 목소리에서 위안을 얻는지 모른다. ‘문재인 정권 5년 암흑기’를 보낼 때 60대 보수 유튜브 구독자도 비슷하게 절망했고 보수 채널에서 비슷한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중립과 균형을 지향하는 미디어의 전통적 규범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쪽이 실제로 더 옳은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의 정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이 특정 이념을 ‘절실하게’ 지지하기보다는 ‘쿨하게’ 지지하면 좋겠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 후 정권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6배나 상승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 누가 집권해도 나라는 조금씩 개선되어왔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사람들이 특정한 이념을 선호하면 좋겠다.


한 대형 정치 채널은 최근 반대 정파를 향해 "치사하고 비겁하고 야비하고 치졸하고 더럽지"라고 했다. 갈수록 커지는 ‘증오의 정치’를 완화하기 위해선 유튜브 세계에서도 혐오를 조장하는 듯한 어휘의 사용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모욕적인 표현보다는 해학적이고 논리적인 비평이 "정서적 내전"(김부겸 전 총리)의 극복에 더 나을 수 있다.



허만섭 강릉원주대 교양교육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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