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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가족, 헌신하고 존중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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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가족, 헌신하고 존중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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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2020년 개봉)는 2010년 개봉한 영화 ‘하모니’가 출발점이다. 하모니는 실제 여자교도소 합창단의 사연을 극으로 엮은 영화다. 의처증이 심한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여자 주인공이 임신한 채 교도소에 들어와 아이를 낳고 18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양육하면서 이별하고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 제자와 바람난 남편을 사고사 시킨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상습 성폭행을 견디지 못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이야기가 핵심이다.


다양한 유형의 가족 문제를 접하면서 조선족 이민자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영화 ‘담보’는 악연으로 만나 천륜이 돼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담보는 사채업자들이 중국 교포의 딸을 담보로 맡으면서 또 다른 가족애로 발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설정이 극단적이나 기본적인 가족의 의미는 같다. ‘담보’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이 가족이 돼 가는 노력을 통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으려 했고, 그 과정이 영화 ‘하모니’ 와 ‘담보’ 가 가진 드라마의 힘이고 감동이다. 영화는 그 속에서 진짜 가족의 의미를 담아낸다. 부모님이 그랬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상대방의 성격적 결함의 본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존중하는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를 떠올려본다. 나는 서툰 아빠였다. 어느 날 승객이 많은 지하철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를 아이를 안고 가야 했다. 10㎏이 조금 넘는 아이를 안고 인파 속을 걸으며 팔에 마비가 올 것 같아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내려놓지 않고 보호해야 했던 그 기억이 부모로서 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었을까. 되새겨보면 아빠가 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다.


가족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다움을 지켜 나가며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헌신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가족들의 해체(이별)와 치유(만남)를 다룬 영화 ‘하모니’에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들이 그렇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한 이민자 가족의 해체 속에서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담보’를 통해 이 세상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엿볼 수 있었다.

몇 해 전 조사한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이혼율이 대략 47%이고, 재혼율은 27% 정도라고 한다. 결혼, 재혼, 입양을 통해 이미 당사자와 그 자식은 부모형제라는 큰 틀에서 가족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만들어진 관계의 가족은 본래의 가족이 가져야 할 덕목 그 이상의 헌신을 마주하게 될 때 진정한 가족이 된다고 생각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언급한 사랑의 세 번째 요소가 떠오른다. 만일 사랑의 세 번째 요소인 ‘존경’ 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의 어원에 따르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가족은 존경과 관심으로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헌신이고 바로 사랑이다.



강대규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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