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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자유무역협정과 네트워크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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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자유무역협정과 네트워크 대한민국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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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자년(庚子年) '흰 쥐'의 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쥐는 구석구석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민첩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통했다. 마찬가지로, 근자에 세계 각국이 국익을 위해 숨가쁘게 활동하는 대표적 영역으로 무역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하려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영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고, 마치 이에 대응하듯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영국이 떠나려는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손짓을 보내고 있다. 동아시아의 한ㆍ중ㆍ일 역시 지난 12월 통상장관회담을 통하여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협상을 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가히 각국 경제외교의 각축전과 합종연횡의 현장이다.


FTA란 협정국 상호간에 관세철폐 등 무역장벽의 제거를 약속하고 자유무역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느슨한 지역경제통합의 한 형태이다. 단계별로 보면 자유무역협정, 관세동맹, 공동시장, 단일시장의 단계를 거쳐 완전경제통합으로 나아가게 된다. 1995년 무역 자유화를 통한 세계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한 다자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음에도 오히려 무역시장은 FTA로 대표되는 양자협약 또는 지역주의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2001년 시작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많은 국가들이 그 대안으로 조건이 맞는 상대를 찾아 자신들끼리의 특혜적 교역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FTA를 추진했다. 다자간 협약인 WTO 체제하에서 회원국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해 합의 도출이 어려웠던 반면, 양자간 조약 형태로 체결되는 FTA는 상대적으로 합의 도출이 수월했다. FTA는 상품무역, 서비스, 투자, 무역구제, 원산지 규정, 무역기술장벽, 위생 및 식물검역,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전자상거래, 경쟁, 노동, 환경, 경제협력, 분쟁해결 등의 내용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WTO에서 아직 규범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투자ㆍ환경ㆍ경쟁ㆍ노동 분야에 있어서도 FTA에서는 비교적 유연하게 합의에 이를 수 있다.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에서는 단일한 규범과 분쟁 해결 절차가 적용되었는데 FTA가 확산되면서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는 상이한 여러 FTA를 국내적으로 이행하는 데 실무적 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 영역이 바로 FTA 특혜관세의 적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원산지 규정 및 원산지 증명 제도'이다.


2004년 한ㆍ칠레 FTA를 효시로, 2012년 한미 FTA, 2015년 한ㆍEU FTA가 각각 발효되었고 현재 전 세계 55개국과 총 16건의 FTA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 발표 기준 미국 14건, 일본 15건, 중국 16건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숫자이다. 또한 영국, 이스라엘, 인도네시아와의 FTA가 서명 또는 타결되었고,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 다수의 FTA가 협상 진행 중이다. 대외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개방형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FTA를 통한 관세ㆍ비관세 등 무역장벽의 완화에 따라 주력 품목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성화된다. 동시에 선도적 성격의 통상규범을 도입함에 따라 관련 국내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얻는 효익 또한 크다고 평가된다. FTA 도입 15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67.5%가 FTA를 통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종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됨에 따라 국내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했다.


한편 우리 법제는 FTA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FTA 특례법')을 별도로 두고 있다. 'FTA 특례법'은 각국과의 FTA가 체결될 때마다 별도의 이행법령을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FTA 이행과 관련한 기본법적 성격의 이행절차법으로 2005년 제정된 것이다. FTA 특례법의 해석, 적용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원산지 증명제도'이다. 원산지란 문언 그대로 해당 물품이 생산 또는 제조된 국가를 의미한다. 다만, WTO의 원산지 규정에 관한 협정이나 세관절차의 간소화 및 조화에 관한 교토협약에서는 원산지에 대한 기본원칙 정도만을 규정하므로, 특혜관세 적용과 관련된 원산지제도는 각국의 법령 또는 조약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혜원산지제도는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부과에 있어 관세율 인하 또는 무관세라는 특혜 부여를 목적으로 원산지를 판단하기 위한 제도인데, 양국간의 FTA가 체결되어 체약국 간에 관세율이 인하될 때 적용된다. 원산지결정의 방법은 크게 △완전생산기준 △실질적 변형기준(세번변경기준ㆍ부가가치기준ㆍ가공공정기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원산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무상으로 어떠한 상품의 원산지를 결정하는 것은 난제이다. 예컨대 공해상에서 잡힌 수산물을 국내로 반입한 후 어느 정도 가공해 해외로 수출해야 비로소 그 원산지를 우리나라라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FTA 제도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원산지증명서 제도를 두고 있지만 개별 FTA 협정별로 상이하게 규정되어 무역인들의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원산지증명서 제도는 △원산지 국가의 특정 기관이 원산지를 확인하여 발급하는 기관발급 방식과 △수출자 등이 자율적으로 해당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확인해 작성ㆍ서명하는 자율발급 방식으로 나뉜다. 그러나 개별 FTA마다 증명방식, 증명주체, 증명서의 유효기간, 서식, 사용언어, 사용 횟수 등이 천태만상이라 오류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원산지증명서 발급신청서에 첨부되어야 하는 서류가 굉장히 많고 수입자, 수출자 및 생산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원산지증빙서류에 대한 5년의 의무보관기간까지 적용되고 있다.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FTA 활용 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원자재에 대한 원산지 확인서 수집 등 원산지 증빙서류 준비'를 꼽은 사업가가 50.5%에 달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한 사례, 수입신고서 등 원산지증빙서류들 중 일부의 미비가 적발된 사례, 원산지 상품임을 입증하는 문서를 보관ㆍ관리하지 아니하던 중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 사례 등에서 납세자의 실수로 인해 협정관세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벌인 가산세까지 부과되었다. 수출기업의 FTA 활용률이 8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많은 기업이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거나 잘못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사후적으로 불이익을 입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익에도 반하게 된다. FTA 선도국으로서 그 체결국 수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와 동시에 원산지증명서 등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네트워크 대한민국'의 명성에 걸맞은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2020 경자년 대한민국은 수출시장의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FTA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디딤돌로서 '규제 인프라 정비'의 적시적지(適時適地)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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