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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일본사례로 본 한국 신도시의 미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2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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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뉴타운 외곽 오매市
총주택의 34.7%가 빈집
남은 집 상당수도 7080 독거가구
자연스럽게 상권도 붕괴
이동판매차 없인 생필품 조달 어려워

반면 다치가와市 역세권엔 인구 몰려
자녀 출가 시킨 고령인구가
편리ㆍ편의 집중된 중심부로 이동
5년새 150% 집값 오르기도

고용기회 서울에 집중된 한국에선
수도권인구가 떠받쳐 수요걱정 없지만
후속세대 소유욕 감소ㆍ저성장 등
장기적 관점의 악재도 신경써야

[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일본사례로 본 한국 신도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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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뜨겁다. 집값상승을 둘러싼 통계논쟁은 점입가경이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개인적 바람ㆍ당위을 녹여낸 감정싸움으로 비화된다. 때리고 맞서며 2019년 세모모임의 확실한 안줏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전망은 난무한다. 감정적 혹세무민이든 계량적 모델결과이든 집값향배를 읽으려 열심이다. 휘둘릴 필요는 없다. 통계조차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안전운행과 사고발생은 철저히 본인 몫이다. 그럼에도 인간지사 지대추구는 본능이다. 달디 단 열매줍기에 동참하려는 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최대한의 논리강화가 좋다. 이때 유효한 게 인구변수다.


그렇다면 인구변화로 신도시 집값을 짚어보자. 다분히 사적의견이라 감안해서 봐달라 전제한다. 먼저 악재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신도시 아파트의 앞날은 일본에서 일정 부분 퍼즐힌트가 확인된다. 한국에도 유명해진(?) 다마뉴타운이 상징적이다. 필자도 가봤는데, 상황은 녹록잖다. 가짜뉴스 운운 등 논란지역이지만, 대체적으론 '유령마을(고스트타운)' 이미지가 자욱하다. 1개동 총 50세대 중 5세대만 입주라는 언론보도가 낭설은 아닌 듯하다(2015년ㆍ주간포스트). 2000만~3000만엔대의 분양가는 500만엔대 이하로 급락했다. 저출산ㆍ고령화(인구감소)의 충격 여파다. 물론 다마뉴타운은 넓다. 역세권ㆍ신물건은 인구증가로 시세도 안정적이다. 때문에 정확한 평가는 차별화가 맞다.


통계도 거든다. 폭락도 있고 유지도 있다. 정중동인 셈이다. 가장 최근치인 2013년 주택조사를 보면 다마뉴타운의 빈집비율은 10.8%(22만호)로 전국평균(13.5%)보다 낮다. 무차별적 소멸위험에 직면한 열도전역보다 어쩌면 상황은 더 좋다. 교육ㆍ취업수요에 힘입은 사회전입이 잦은 수도권답다. 아베 신조 정권 이후 적게나마 경기회복이 됐다는 점에서 지금은 인구가 더 늘어났다. 그럼에도 장기추세는 어둡다. 수도권일지언정 다 같지 않을뿐더러 빈집비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도권에만 빈집이 200만호로 늘었다(2018년ㆍ총무성). 원인은 역시 수요를 가르는 인구변화 탓이다.


[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일본사례로 본 한국 신도시의 미래

신도시의 앞날이 부정적인 더 적당한 일본샘플이 있다. 도쿄 북서부의 오매시가 그렇다. 이곳은 다마뉴타운 외곽ㆍ위쪽이라 도쿄로의 근접성ㆍ교통권이 나쁘다. 총주택의 3분의 1에 달하는 34.7%가 빈집이다. 나빠도 ±20%대인 수도권에선 압도적인 빈집비율이다. 원래는 그렇잖았다. 호경기에 인구가 집중될 땐 빼어난 베드타운이었다. 지금의 바닥세는 자연감소ㆍ사회감소의 이중충격 탓이다. 젊은 4인 가구가 표준일 때는 출산도 많고, 지역발 전입인구도 컸다. 그나마 공식통계다. 요양시설에 살지만, 잠깐씩 오가는 빈집은 빠진다. 상당수가 7080세대 독거가구라 전망은 더 어둡다.


이대로면 일본의 신도시는 암울하다. 구조적 저성장에 맞서 휘발적인 아베 경기가 지역발 사회전입을 늘려 하방경직성이 나왔지만, 재정투하ㆍ건설특수가 끝날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엔 집값유지가 만만찮다. 신도시 물건이 대부분 소형ㆍ역세권을 선호하는 1인화 수요와 엇박자란 점도 인구유지의 복병이다. 반면 공급은 많다. 버블붕괴 이후 내수부양용 주택공급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풀어준 관성이 유효하다. 신도시 중 비교열위 권역부터 과소를 넘어 소멸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바로미터는 많다. 상권붕괴가 대표적이다. 잔존주민을 위한 이동판매차 없이는 생필품 조달조차 어렵다.


여기까지 악재다. 한편에선 인구변화발 호재도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이다. 교육ㆍ취업의 청년전입과 양육ㆍ간병의 노년이동이 맞물리며 일극집중이 23년째 나타났다. 2018년에만 14만명이 불어났다(전입초과). 5년 만의 최고치다.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도쿄ㆍ수도권 4곳을 뺀 43개는 인구댐이 무너졌다. 구직난보다 구인난이 많은 데다 고소득 일자리가 도쿄ㆍ수도권에 많아서다. 도쿄편중을 막고자 지방이주를 권하지만, 정책효과는 거의 없다. 이들의 상당수는 비싼 도쿄보다 싼 수도권을 택한다.


역시 사례를 보자. 다마뉴타운 중 다치가와시는 2010~2015년 집값이 103% 올랐다. 특히 역세권인 JR다치가와역 인근(400m)은 150%의 상승세를 자랑한다(2016년ㆍ맨숀마켓). 뉴타운 차별화의 승자란 평가다. 왜일까. 인구변화가 많은 걸 설명한다. 인구이동은 쌍방향적이다. 지역 간 인구유입과 지역 내 사회이동이 동반된다. 내부의 경우 자녀출가의 고령인구가 뉴타운 외곽에서 역세권으로 '작은 이동'에 나선 결과다. 관리가 힘들고 사회서비스조차 변변찮은 변두리 단독주택에서 편리ㆍ편의가 집중된 중심부 아파트로 옮겨간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교통권ㆍ편의성이 전입동기의 전부다. 일부지만, 도쿄상승세가 뉴타운에 전이됐다(기대심리)는 분석도 있다.


시선을 한국의 신도시로 돌려보자. '호재 vs 악재'의 대결구도는 유효하다. 다만 인구학적 일본경험을 떠올리면 대략적인 방향은 유추된다. 당분간은 일본처럼 피폐전철을 밟을 공산은 낮다. 인구이탈에도 불구, 일자리의 서울독점은 일본보다 더 강력하다. 고용기회가 서울에 집중되면 멀리 떠나기는 힘들다. 서울인구가 주는데도 집값이 뛰는 건 2600만명(수도권인구)이 서울경제권과 연결된 결과다. 그렇다면 신도시는 괜찮다. 서울의 자원독점하에서 수도권은 베드타운일 수밖에 없다. '인구유입→집값상승(유지)'의 기대다. 3기 신도시의 뜨거운 교통논쟁에서처럼 교통편의가 관건일 뿐이다.


반면 어두운 악재도 있다. 인구학적 수급을 보건대 장기시선에선 일본의 그림자에서 비켜설까 싶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가 쪼개지면 수요가 적잖다는 논리도 있다. 나홀로라도 집은 필요해서다. 다만 후속세대의 소유욕ㆍ구매력 감소가 본격화되면 상황은 쉽잖다. 사도 연식ㆍ평수ㆍ지역별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공급도 중요하다. 일본과 달리 공급확대보다 수요통제에 익숙해 희소성은 있겠으나 신도시가 늘면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저성장이 매섭다. 증여목적의 부모지원이 아닌 한 없는 돈으로 위험을 사긴 어렵다. 이처럼 신도시 집값은 인구와 직결된 다양한 변수 속에 결정된다.


인구가 전부다. 신도시를 넘어 내일을 알자면 인구를 읽는 게 순서다. 미래를 설명하는 수많은 변수 중 인구만큼 설득적인 건 없다. 현존하는 예측변수의 압권이 인구다. 예측은 신의 영역이되 인구를 알면 적게나마 근접치에 닿는다. 알고 익히면 좋은 상식수준은 넘어섰다. 생존에 직결되는 필수과제가 인구독법이다. 일상의 생활기준부터 시장의 게임법칙까지 인구변화가 수면 아래에서 쥐락펴락한다. 내일을 읽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키워드가 인구변화란 점에 이견은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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