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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 부실회계 책임을 증권사가 져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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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금융 당국이 내놓은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증권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상장 주관사가 기업공개(IPO) 준비 기업의 회계 문제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회계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상장 주관사는 상장 준비 기업이 회계적으로 중요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빠뜨린 사항이 없는지 등 재무제표 작성의 문제점을 적발해야 한다. 사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거액의 과징금도 주관 증권사가 내도록 했다. 과징금 규모도 현행 20억원에서 증권사 매출액 등 실적의 몇 퍼센트 정도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PO 기업에 대한 주관 증권사의 실사 의무를 회계법인의 고유 기능인 회계감사 영역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기존에 증권사는 외부 감사를 완료한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기업을 분석해 실사보고서를 작성하고 기업가치(공모가)를 산출하는 역할을 해 왔다. 회계상 재무제표 작성의 책임은 전적으로 외부감사인에 있다. 또 금감원 또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상장 예비 기업의 60%가량에 대해 감리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기존 필터링 체계에 빈틈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회계 작성에 대한 책임의 주체를 늘려 2중, 3중의 필터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기업 상장은 주관사를 선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증권사들은 소위 갑인 기업들 눈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큰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단 주관사로 선정되면 한국거래소(KRX)의 상장 예비심사와 금감원 심사 등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신고서 작성 등에 만전을 기한다. 상장 생태계에서 증권사는 을중에 을인 셈이다. 또 주관사가 맡은 상장 대리인 역할과 기업의 회계 문제 적발 책임은 서로 배치된다. 증권사에 회계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권한이 없는 직원에게 서로 배치되는 두 가지 역할을 맡기고 양쪽의 책임을 동시에 떠안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계 이슈가 터지면 대부분 책임을 증권사가 안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주관사의 시장 내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IPO 비용 증가와 시장 위축도 문제다. 증권사들이 기업 상장 주관 및 주식 인수로 받는 수수료는 시장 내 경쟁 격화로 평균 1~2%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부실 회계에 대한 책임까지 지게 되면 증권사들의 상장 주관 유인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회계 이슈를 정밀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기술 혁신 기업의 상장 주관을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책임은 무겁고 비용은 증가하는데 수익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혁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순기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험 자본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벤처 기업 간 자금 조달 양극화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득실(得失)을 따져보면 상장 주관사에 부실 회계의 책임을 지우는 정책은 효과보다는 잃을 게 더 많아 보인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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