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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 묵은죽

집을 나서기 전 일교차가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볍게 듣고 넘긴 나의 오만함은 약간의 미열과 성가신 기침이 되어 돌아왔다. ‘철컥’ 잠긴 문을 열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대답하는 이는 없다. 그저 오늘따라 이런 청승을 떨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집에 들어오니 긴장이 풀리고 풀썩 누우니 열기가 더 오르는 것만 같다. 옷이라도 벗고 쉬라며 엉덩이를 철썩 때리는 엄마를 상상한다. 피식 웃다가 이내 서럽다. 지금 이 시간 난 혼자이므로.


손에 들린 약 봉투에는 ‘식후 30분’이라는 글자에 벌건 색연필이 동그라미 쳐져 있다. 비정하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내 손으로 차려서 혼자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비뚤어진다. 주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밥통을 열어본다. 누룽지가 되기 일보 직전인 굳은 밥이 보인다. 냉장고를 열어 본다. 말라비틀어진 채소들 사이로 김치가 보인다. 상태가 의심되어 뚜껑을 열고 코를 갖다 댄다.


‘크으~’ 묵은 내에 철썩 한 대 맞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내 이 김치의 전 주인,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혼자인 듯해도 누군가의 정성은 이곳, 저곳 남아 있다는 생각에 문득 마음 한 편에도 미열이 오른다. 왠지 오늘은 외롭지 않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료

찬 밥 2/3공기, 묵은지, 캔참치 1/2(50g), 버섯, 당근, 양배추, 양파 등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 소량, 참기름 1/2스푼


만들기


1. 재료를 준비합니다.



2. 찬 밥을 물 2컵과 함께 중불에서 끓입니다.



3. 채소와 김치는 다져서 준비하고 참치는 기름을 쭉 빼놓습니다.



4. 김치를 제외한 나머지 채소들은 냄비에 넣고 밥과 함께 끓입니다.



5. 김치는 중불에서 참기름 소량과 함께 넣고 볶습니다.



6. 김치의 신맛이 어느 정도 날아간 것 같으면 볶은 김치를 죽에 넣고 1분 정도 더 끓입니다.



7. 참치는 함께 익히지 않고 마지막에 그릇에 담아 함께 섞어 줍니다. (캔참치는 끓이면 맛이 없죠)



8.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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