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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김치볶음밥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만도 서른 번째다. 취업난 때문에 학교도 9학기로 늦게 마치고 남들 다 간다는 어학연수에 토익점수도 다 받아놨지만 지원한 곳마다 다 이 모양 이 꼴이다. 이름을 바꿔볼까도 심히 고민이다.


뉴스를 보니 청년 실업자만도 56만 명이란다. '참, 그런데 이제 나는 30대니 청년도 아니지...' 하늘에선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비까지 온다.


'에라~ 모르겠다. 밥이나 해 먹자!' 먹고 죽은 귀신.. 아니, 잘 먹고 때깔 좋은 지원자가 합격한다(?)고 했나, 어디 밥이라도 든든히 먹고 힘내볼 심상으로 부엌으로 들어간다.

꾸리꾸리한 이 날씨와 이 기분에, 기운찬 밥심으로 힘내볼 심정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본다.


자~ 그럼, 준비물 척척!



재료

김치 한 주먹, 두툼한 베이컨 한 덩어리, 양파 반쪽, 당근 1/3 개, 왜인지 모를 완두콩 한 움큼, 옥수수콘 한 움큼, 굴러다니는 햇반 1개, 우연히 발견한 김치사발면 스프 한 큰 술, 실수로 안 쓰고 남은 짜왕 야채 풍미유, 쪽파 2쪽, 없어도 될 홍고추 반 개, 없어선 안될 스리라차 소스 한 큰술, 핵심 존재감 참나무 훈연칩 한 움큼



만들기

1. 집에서 보내온 엄마표 김치! (김치를 보자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ㅠ)
토실토실 두툼한 베이컨! 오늘 김치볶음밥의 핵심 되시겠다. 가급적 두툼하고 튼실한 놈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당근 양파 척척!
냉장고에 옥수수콘과 완두콩이 있다. (완두콩은 왜 있는 거지..?)
밥하기 귀찮아 쌓아둔 햇*도 한켠에 잘 놔둔다. 요건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고, 그대로 쓴다. 밥은 볶으면서 익혀질 뿐만 아니라, 미리 데우면 밥이 질척해진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는 고슬한 볶음밥을 원하신다면 요 방법을 써보시라.
그리고 오늘의 키 포인트! 김치사*면 스프와 짜*의 야채 풍미유되시겠다. 요 녀석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나중에 보면 안다. (커밍쑨~!)

자, 그럼 도구들은 준비해 보자.



2. 엄마 집에서 몰래 훔쳐온 튼튼한 주물 후라이팬과 (없으면 일반 후라이팬도 무방하다.) 토치와 물에 불린 참나무 훈연칩! (이건 도대체 뭐지? 하시는 분들은 나중을 보면 안다. 이것도 커밍쑨~!)



3. 그리고 마지막으로 볶음밥의 화룡점정을 찍어줄 스리라차 소스! 늘 한개만 먹기에는 서운한 계란! 그리고 새빨간 홍고추와 쪽파 (귀찮은 손질을 감수한다면 흙쪽파가 훨~ 싸다.)를 귀하디 귀하게 모셔놓는다.

자... 그럼 이제 요리 시작이다!



4. 우선 햇*을 스테인레스볼에 담고 김치사*면 스프 반, 짜*의 야채풍미유를 둘러준다. 그리고는 비닐 장갑을 끼고 쪼물딱 쪼물딱 밥알 하나하나 코팅해준다.



5. 자, 완성된 모습이다. 벌써부터 뭔가 그럴싸하다. 요게 바로 내 볶음밥의 핵심 포인트인데, 이러면 밥알 하나하나 맛있고 풍미 가득한 볶음밥이 탄생한다. 볶음밥 인생 30년 동안 내가 터득한 비법(?) 이라고나 할까...

아... 그런데 아쉽게 이쁘게 썰어놓은 기본 재료들 사진을 찍어 놓는다는 걸 빼 먹었다. 이래서 사람은 한번에 두가지일을 하면 안된다.
여간 여기서 키 포인트는 두툼한 베이컨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유인 즉슨, 두툼한 베이컨이라야 먹었을때 풍성하고 에너지 넘치는 볶음밥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베이컨도 여러가지다. 참 잘만든 베이컨, 손으로 만든 수제 베이컨, 짜지 않은 베이컨(아니 베이컨이 짜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먹나..?) 별 요상한 이름도 다 가져다 붙인다. 이러다간 착한 돼지로(?) 만든 베이컨도 나올 심상이다...
참고로 나는 참장작으로 만들었다는 팔뚝만한 통베이컨을 구입했다. (참고로 다른 베이컨 보다 2천원 정도 비싸지만 양으로 보면 훨 저렴하다.)

구체적으로 재료 손질을 얘기하자면, 양파와 당근은 새끼손톱 반 만큼이라고 하면 김치와 베이컨은 중지손톱 만큼(?)이라고 생각하면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밥과 재료의 비율이 1:1정도가 되게한다.

자! 그럼 재료들을 볶아볼까나?



6. 먼저 베이컨을 볶는다. 그러면 야들야들하고 고소함 기름이 나온다.



7. 그럼 그 기름에 김치를 볶고, (이때 설탕을 약간 첨가한다.)



8. 야채를 볶고



9. 다 한데 섞어서 볶고



10. 양념한 밥을 투하한다!
그리고는 쉐킷쉐킷!

밥을 볶을 때는 마치 마른 후라이팬에 콩을 볶듯 밥알을 고슬고슬하게 굴려가며 볶아준면 된다. 춘천 어디 식당에서 닭갈비 소스에 볶음밥을 해주듯 꾹꾹 눌러서 볶아준다면 반절은 망한 샘이다.

자… 근데 여기서 갑자기 생각나는 것 하나...!



11. 아까 물에 불려 놓은 요것의 정체말이다.

물에 30분 정도 불려놓은 이 훈연칩으로 볶음밥에 훈연향을 덮힐 생각이다.
그럼 왜 이걸 굳이 물에 불릴까? 물에 불린 훈연칩이어야 연기가 지속적으로 오래 피어나기 때문이다.



12. 여하튼 준비된 훈연칩을 이렇게 강철판위에 놓고 토치로 그을린다. 그러면 빨갛게 불꽃이 피더니 연기가 피어오른다.




13. 피어오르는 훈연향을 보존하기 위해 바로 오븐으로 직행하고 뚜껑을 덮는다. (굳이 오븐일 필요없이 밀폐만 제대로 시키면 된다.)



14. 볶음밥에 훈연향이 입혀지는 동안 화룡점정 삼총사를 준비한다. 쪽파와 홍고추는 총총 썰어주고, 계란 후라이는 뛰기듯 익혀준다. (이를 위해서는 넉넉한 기름과 제대로 코팅된 팬이 있어야 한다.) 간혹 후라이 윗면의 계란흰자 부분이 덜 익기도 하는데 이럴때는 후라이판을 살짝 기울여서 달궈진 기름을 모아모아서~ 숟가락으로 살살 흰자 윗부분에 끼얹져주면 제대로 튀겨진 반숙 달걀 후라이를 만들 수 있다.



15. 자! 이제 완성이다.
5~10분정도 훈연향을 입힌 볶음밥을 꺼내고 그 위에 계란후라이 척~! 올려주고, 홍고추, 쪽파를 솔솔~
그리고 오늘의 핵심 포인트!
오늘 내가 만든 요리제목에 영감을 주신 스리라차 소스가 등장하신다. 요 화끈, 매콤한 소스가 자꾸만 한입 더 당기게 만든다.


베이컨이 듬뿍 올라간 볶음밥을 한 입 가득 넣고 창 밖을 바라본다. 그간 스쳐지나간 수 많은 면접들이 떠오른다.

그래! 이렇게 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든든히 밥 먹고, 또다시 도전하면 되지!

으랏차차~!! 기운차게 앞으로 나아가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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