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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대한 체육 백년대계 재설계…폭력·인권침해 뿌리부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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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체육인 소양교육 강화 등 스포츠 인권 존중 초석 다지기

[사람人]대한 체육 백년대계 재설계…폭력·인권침해 뿌리부터 개선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28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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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년 사이 두 차례 위기를 맞았다. 모두 체육계의 인권침해와 폭력 문제였다. 발단은 2019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선수 구타 사건. 태릉·진천 선수촌 등 국가 체육시설에서 벌어져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대한체육회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회장은 국민 앞에 고개 숙였다. "지도자가 선수에게 자행하는 부당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염불이었다. 이듬해 최숙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지도자·동료들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 이 회장은 또 머리를 조아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겠다."


모든 책임이 이 회장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체육계 인권침해와 폭력은 오랫동안 대물림돼왔다. 근본적인 원인은 성적이다. 지도자 대다수는 비정규직.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야 해고를 피할 수 있다. 폭력은 선수들 사이에서 이른바 ‘군기 잡기’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기도 한다. 체육인들이 두 사건을 두고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회장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선수 경험이 있는 체육인은 아니다. 1985년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 비서관으로 발탁돼 정계 일을 도왔고, 1989년 레미콘 제조업체인 우성산업개발을 설립한 사업가 출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0년 근대 5종연맹 부회장으로부터 시작해 대한카누연맹 회장, 대한수영연맹 회장 등 대한체육회 회원단체 수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장도 지냈다.


[사람人]대한 체육 백년대계 재설계…폭력·인권침해 뿌리부터 개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관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발언을 듣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 회장은 대한수영연맹 회장 재직 당시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2013년 수구 선수들이 여자 선수 탈의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 적발된 사건이다. 이 회장은 이들을 영구제명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선수 자격을 다시 부여했다.


오판은 지난 18일 열린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에게 공격당하는 빌미가 됐다. 온갖 비판에도 이 회장은 전체 1974표 가운데 가장 많은 915표(46.35%)를 얻어 연임됐다. 김용운(31~33대), 김정행(38~39대)에 이어 세 번째로 대한체육회장 재선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이는 인권침해와 폭력 문제에 적절히 대응해 이뤄낸 성과가 아니다.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분리에 반발하는 체육인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정부 주도의 쇄신이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각종 체육계 파문을 계기로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이 위협받자 한마음으로 뭉쳤다.


이 회장은 당선 인사에서 "스포츠 인권 존중, 체육인 복지증진과 일자리 확충,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의 선순환 구조 마련, 체육 지도자의 직업 안정성 확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하나같이 인권침해와 폭력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들이다.


[사람人]대한 체육 백년대계 재설계…폭력·인권침해 뿌리부터 개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 초석은 다져지고 있다. 전남 장흥에 건설 중인 체육인 교육센터가 2023년 완공된다. 여기서 모든 지도자가 적어도 5년에 한 번 기본소양을 교육받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함이다. 사전 예방과 감찰을 위한 직속 부서 개설로 모니터링, 암행 감시, 추적관리 등도 실시한다.


하지만 엄격한 책임 소재 파악과 징계 같은 실질적인 개선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선제적 조치는 마련했다. 그러나 가해자만 처벌할 뿐 관리·감독한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길이 없다.


미국은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례로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 파문이 불거졌을 때 스콧 블랙문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위원장, 케리 페리 미국체조협회 회장 등 상위기관 책임자들은 모두 사퇴했다.


점진적 변화만으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섰던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동안 대립했던 자세에서 벗어나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행히 이 회장은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당선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운을 뗐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갈등과 분란은 이제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 100년의 대한민국 체육의 토대를 함께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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