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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부머·꼰대·선거, 그리고 방위비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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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부머·꼰대·선거, 그리고 방위비분담금 다른 나라 정상들을 밀치고 돋보이는 자리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대선 후보자의 광고에 조롱거리로 등장했습니다. [사진=조 바이든 대선후보 유튜브 광고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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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2019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행했던 단어도 많았습니다. 올해 갑자기 튀어나온 단어는 아니지만 가장 인상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단어는 '오케이 부머(OK boomer)'가 아닐까 싶습니다.


뉴질랜드의 25세 의원인 클로이 스와브릭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기성세대 의원에게 "오케이 부머"라고 응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케이 부머'는 우리 말로 '됐거든요, 베이비 부머'라는 의미지만,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 또는 '닥쳐'라는 말을 비꼬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 표현을 두고 노인층에 대한 차별이다, 아니다는 논란이 있지만, 자신보다 젊은 세대를 나약해 쉽게 녹는다면서 '눈송이(snowflakes)' 세대라고 비판해온 베이비 부머들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부머'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를 줄여서 쓰는 단어인데, 여기서 '오케이'는 '좋아, 괜찮아'의 뜻이 아닌 '됐거든'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문장의 풀이는 "베이비 부머님, (잔소리는) 됐거든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성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에게 젊은 세대가 '꼰대질 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신조어가 '오케이 부머'인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부장님 완전 GD예요"라는 말을 듣고 유명 연예인 '지드래곤'을 생각하고 잘생겼다거나, 패션센스가 뛰어나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였다면 당신은 정말 GD일 수밖에 없습니다. GD는 '꼰대(Ggon dae)'를 영어로 억지로 만들어 줄여쓰는 단어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에는 한국이 미국을 빚대 'GD'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세대 간 갈등 상황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국가 간 갈등 상황에 등장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게 지나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비꼬는 것입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한화 5조9555억 원)는 예의는커녕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꼰대짓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의 논리는 '한국은 부자 나라이기 때문에 충분히 더 부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연간 대미 흑자가 170억 달러를 넘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미국의 셈법이 맞을까요? 이는 연매출이 1700만 원으로 줄어 힘겨워 하는 편의점 주인에게 동네 조직폭력배가 500만원을 보호비로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셈법이 맞다면, 연간 대미 흑자가 680억 달러를 넘는 일본은 연 200억 달러(한화 23조8220억 원)를 분담금으로 매년 부담해야 합니다.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80억 달러(한화 9조5304억 원)입니다. 이 금액도 과거에 비해 4배 정도 인상된 것입니다. 한국에는 지난해보다 5배 증액을 요구한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 동맹국의 존재 이유를 '돈'에서 찾는다는 국제사회의 비아냥과 함께 한국에서는 '꼰대'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요즘사람]부머·꼰대·선거, 그리고 방위비분담금 2019년에 한국 국회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희귀한 모습 중 하나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기성세대가 '부머'라거나 '꼰대'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는 '변한 세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월트 디즈니가의 상속인 애비게일 디즈니(59)는 트위터를 통해 "세상은 빨리 변해가는데 당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라"고 기성세대를 비판했습니다.


국가 간에 '꼰대짓'을 일삼는 미국은 '부머 국가'가 된 것일까요? 힘의 논리는 영원한 가치일까요? 동맹국의 가치가 '돈'에 있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 내부에서도 꼰대들의 눈총받는 말과 행동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2020년 새해에도 한국에서는 'GD', 미국에서는 '부머'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등장할 것입니다. 낡은 제도와 이념, 이를 대변하는 'GD 또는 부머 정치인들'을 선별해내는 아주 중요한 행사가 내년에 치러집니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선거,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지지요. 투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요즘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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