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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 착한기업 하면 왜 'TOMS'를 떠올릴까…'지속가능성'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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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책임
연말에만 하는 김장·연탄봉사 '원조' 아닌 인류 위기 구조적 문제해결에 초점
7명의 전문가, 미래 CSR 핵심 제안 담아

[임철영의 청경우독] 착한기업 하면 왜 'TOMS'를 떠올릴까…'지속가능성'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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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며, 기업 또는 기업인의 제1덕목은 이윤 창출이다.'


일차원적 사고와 논리가 여전히 관계와 시스템을 지배한다. 나눔과 배려, 나아가 공동체적 사고는 세상 물정 모르는 비주류 이상주의자들의 신기루일 뿐이며 인류는 언제나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진화했다는 거친 도그마(dogma)가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이 도그마의 확장은 국가와 기업의 성장이야말로 복지를 희생해서라도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며 나아가 제3국에 대한 원조는 오직 시장과 자원의 확장을 목적으로 할 때만 의미를 갖는다는 배타적 국가주의로 발전한다.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가. 인류는 19세기까지 전쟁ㆍ질병ㆍ기아에 떨었다. 21세기에도 이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더해 극단적 빈부격차로 새로운 신분의 출현, 교육 불평등 심화, 젠더 불평등, 노후 불안, 일자리 불안, 환경 파괴, 이상 기후, 제노사이드(genocide) 같은 불안과 위험은 고조되기만 한다. 30년 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인류에게 '위험사회(risk society)'를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자주 듣기 시작한 지 꽤 됐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누군가는 끝 없이 경고했지만 다수가 흘려 들었고 '현실이 그렇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했다. 그나마 꽤 오래 전부터 글로벌 기업을 지향했던 국내 기업들은 미국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1908~1989)이 정립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아래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으나 정작 CSR의 본질인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의 CSR 대부분은 겨울 전 김장해주고 달동네로 연탄을 배달해주는 봉사활동에 멈춰 있다. 미래는 수많은 공동체 또는 인류가 처한 숱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정부ㆍ기업ㆍ단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지속가능한 솔루션' 찾기에 달려 있다. 인간은 유한한데 그 유한한 존재가 지속가능성을 일궈야 하니 아이러니다.


다행히 무한경쟁의 도그마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세계 밀레니얼(1982~1994년생) 세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해본 결과 응답자의 89%는 '사회적ㆍ환경적 이슈에 관심 갖고 지원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65%는 '제품 구매시 CSR 문제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기업이 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다. 47%는 '기업 리더들이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헌신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분의 3은 '기업들이 자사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3분의 2는 '기업들이 돈 버는 데만 관심 있다'고 비판했다.


책 '지속가능은 가능한가?'는 CSR 전문가 7명이 미래의 CSR와 관련된 핵심 제안을 담고 있다. CSR에 지속가능성을 합성한 'CR&S(Corporate Responsibility & Sustainability)'라는 개념도 제시한다. 크리에이티브 솔루셔니스트인 대표 집필자 김홍탁의 '창의력'을 시작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연계 플랫폼'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로 확장'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확산'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 비즈니스 기회' '블록체인과 사회적 기업의 미래' 등이 풍부한 사례와 함께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여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세상을 돕기 위해 당신의 창의력을 활용하라"는 문구와 마주치게 된다. 김홍탁은 이를 예로 들며 CSR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창의력에 대해 강조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우리 스스로 초래한 것이며 해결 또한 스스로 해야 하는데 위기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과거의 '원조' 개념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유엔(UN)은 17개 주요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이뤄진 2030년까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만들었다. 이는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유엔은 SDGs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방식 보장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 방지와 긴급조치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존 노력 ▲양성 평등 달성과 모든 여성과 여아의 역량 강화 ▲국가 내, 국가 간의 불평등 해소 등을 제시했다. 하나투어문화재단의 이상진 디렉터에 따르면 CSR 활동은 경영과 분리된 자선활동이 아니라 경영성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사회에 좋은 것이 기업에도 좋다는 선언적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발 브랜드 탐스는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개발도상국 빈곤 아동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는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보청기 가격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장헌주 한국딜로이트그룹 커뮤니케이션 전략실장은 현재를 'CSR 4.0' 시대로 규정한다. 리더의 적극적인 물적 지원이 직원들의 역량과 시너지를 촉진하고 지역사회 또는 국가, 더 나아가 지구촌의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대세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어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에서 힌트를 얻어 보라고 조언한다. 2017년 CJ대한통운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노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실버택배'로 혁신기업 38위에 선정됐다.


대표 저자 김홍탁은 '지속가능은 가능한가?'라는 자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유한한 호모 사피엔스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일궈야 하는 숙제, 그것을 풀어가는 게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기에 그래야 하지 않을까.



질문을 바꿔보자.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가. 당신의 생각과 손에 달려 있다.

[임철영의 청경우독] 착한기업 하면 왜 'TOMS'를 떠올릴까…'지속가능성' 패러다임 <지속가능은 가능한가/김홍탁, 문나래, 이상진, 장헌주, 임지성, 이주열, 박성재 지음/휴먼큐브/1만7000원>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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