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검수완박 톺아보기③]"강제추행 당했다" 무고범죄, ‘크로스 체크’ 힘들어진다

수정 2022.05.13 11:23입력 2022.05.13 11:23
서체크기

지난해 수사권조정 뒤 '무고범죄' 송치 급감… 2020년 대비 71.4% ↓
'검수완박'에 무고 피해 구제 어려워… 경찰 단계서 사실상 마무리

[검수완박 톺아보기③]"강제추행 당했다" 무고범죄, ‘크로스 체크’ 힘들어진다
AD

#1 경기도문화의전당 소속 경기도립국악단장 A씨는 자신이 단원 B씨를 강제추행 했음에도, 오히려 ‘단원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허위고소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B씨를 무고한 것이다.


#2 C씨는 D씨에게 얼굴뼈가 부러지도록 폭행당했다. 그런데 D씨는 적반하장으로 C씨를 고소했다. D씨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C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허위 진술을 시켰고, 결국 C씨는 강제추행범으로 몰렸다.

#3 E씨는 여자친구 F씨가 자신과 결혼하겠다고 속이고 결혼 준비자금 등을 가로챈 것을 알아차렸다. E씨는 F씨에게 예물 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되려 중감금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F씨는 사기 결혼이 들통나자, ‘E씨가 케이블타이로 손과 발을 묶고 5시간 동안 감금했다’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무고범죄'는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낭비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악질 범죄로 꼽힌다. 무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살면서 단 한 번도 경찰서를 가보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다. 무고범죄는 수사기관이 정성을 들이지 않고 수사할 경우,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뀔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13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수완박’ 법 시행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가 유명무실해지고, 이에 따라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진실이 묻히는 사건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A씨 사건의 경우 경찰은 B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A씨의 무고혐의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송치된 사건 너머의 진실에 주목했고, 보완수사를 통해 결국 역으로 A씨가 B씨에게 강제추행을 한 사실을 밝혀내 A씨를 강제추행과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을 적용하면 A씨의 범죄와 유사한 사건은 묻혀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A씨가 B씨를 상대로 무고한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을 뿐, A씨의 강제추행 사건은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지만,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규명해내지 못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지난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조정에 따라 허위 고소·고발에 해당하는 무고범죄 상당수가 검찰로 넘어오지 않아 지난해 검찰에서 무고죄를 처분한 사건은 2020년보다 71.4% 감소했다.


문제는 경찰이 검찰로 넘긴 사건에 대해서만 검찰의 수사개시가 가능한데, 최근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무고범죄 이면에 감춰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의 가장 큰 허점은 무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구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만약 B씨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오히려 실제 강제추행 가해자인 A씨가 이의신청해 검찰이 사건을 직접 들여다보더라도, A씨의 강제추행 범죄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경찰 단계에서 무고범죄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검찰은 ‘크로스체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 C씨와 E씨도 경찰 단계에서는 피의자 신분이었다가,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부터는 C씨와 E씨가 억울한 누명을 벗는 과정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개정법에 따르면 경찰에서 무혐의로 끝나거나, 검찰로 넘어왔더라도 경찰이 넘긴 사건과 동일한 범주 내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이미 수사권 조정으로 피해를 보는 일반 국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법 개정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오늘의 토픽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