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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슈머의 역습] "한국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비웃는 日 누른 韓 집단지성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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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은 소비자주권의 힘…스마슈머가 이끄는 문화·조직화
노노재팬 활용…일본제품 바코드 식별·국산 대체품 알려주기
자발적인 집단지속으로 지속성 주목…"불매운동 폭발력 크다"

[스마슈머의 역습] "한국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비웃는 日 누른 韓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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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소비자, 이른바 '스마슈머(Smart+Consumer)'의 등장으로 유통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충분한 정보력을 갖춘 소비자가 가격과 제품의 질이라는 실용적인 소비에 나서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통 장벽이 무너졌다. 유통기업들은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고 더 빨리 배송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또 재미와 건강ㆍ문화생활 등 부수적인 효과까지 한꺼번에 누리려는 스마슈머에 맞춰 '똘똘한 매장'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아무리 제품력이 좋아도 자신들의 정서에 어긋나면 곧바로 불매운동을 벌인다. 아오리라멘, 임블리, 아사히맥주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스마슈머를 통해 바뀌고 있는 소비시장을 총 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스마슈머의 역습] "한국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비웃는 日 누른 韓 집단지성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안타깝지만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한국 불매운동은 25년간 불발의 역사였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일본 마이니시친문 칼럼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이 칼럼을 쓴 사와다 가쓰미 외신부장은 서울지국장으로 한국에 거주하면서 총 4차례의 불매운동을 경험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일본은 습관적인 '반일 애국 증후군'이라는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구로다 가쓰히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일본제품을 실제로 불매한다기보다는 인터넷에서 '나 이렇게 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행동"이라고 한국 소비자를 깔보는 발언도 했다.


그렇다면 5번째로 평가받은 이번 불매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초 불매운동이 움트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은 용두사미를 예측했다. 하지만 지금의 불매운동은 유례없이 강력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한달이 지나는 시간 동안 온갖 비난과 냉소적인 예측을 뒤로 하고 스스로 불매운동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특정 단체가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고 확산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와는 달리 굉장히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 불매운동이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탄탄한 정보로 무장한 현명한 소비자인 '스마슈머'(Smart+Consumer)'가 이끄는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의 '집단지성'의 힘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인 집단지성…스마슈머가 탄생시킨 '노노재팬'= 한 네티즌이 일장기를 활용해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보이콧 재팬' 로고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불매운동 불을 지폈다. 그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확산의 중심에는 바로 스마슈머가 탄생시킨 웹사이트 '노노재팬'이 있다. 노노재팬을 통해 어떤 제품이 일본산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도 기재돼 있다. 잘못된 정보로 발생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로알기' 코너도 개설된 상황.


노노재팬을 통해 모두가 '스마슈머'로 거듭나 '반일감정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성숙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매운동의 목적은 싸움과 증오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을 삼가고 불매운동 참여를 강요하지는 말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 수입차에 '김치 테러'를 가했다며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 역시 스스로 팩트체크(진실 여부)하고 있다. 하루 방문자만 100만명이 넘는다. 스마트폰용 '노노재팬 앱'도 나왔다. 이미 다운로드 1만회를 훌쩍 넘겼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번 일본 불매운동은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전의 불매운동은 몇몇 시민단체가 주도했다면 이번엔 네티즌들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진단했다.

[스마슈머의 역습] "한국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비웃는 日 누른 韓 집단지성


◆전문화ㆍ조직화 '창의적 방식'으로 진화= 스마슈머가 이끄는 불매운동은 스마트폰, 인터넷, SNS 등을 활용한 '전문화ㆍ조직화ㆍ지속화'가 특징이다.


단편적인 예는 일본제품 바코드 식별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바코드로 일본제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아내 이를 공유하면서 정보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제품은 코드가 '88'로 시작하지만 일본은 '45'나 '49'로 시작한다. 노노재팬이 제공한 앱에 바코드를 인식하면 일본 제품 여부를 알려준다.


정보를 공유하면서 조직적으로 대응한다. 특히 무분별하게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일본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불매가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과감하게 불매 목록에서 제외한다. 대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징적인 기업, 브랜드, 제품을 불매운동 타깃으로 삼는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유니클로와 아사히맥주다.


전문가들은 지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제4차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4.4%)이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19세 이상 성인 4320만명 중 2780만명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달 10일 1차 조사에서는 2명 중 1명 꼴(48.0%)이었는데 2차(17일) 조사에서 54.6%, 3차(24일) 62.8%로 점점 참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5.9%뿐이었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는 "인터넷, SNS를 기반으로 한 굉장히 조직적인 불매운동으로, 집단지성이 조직화된 힘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운동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크다"면서 "일본이 쉽게 사그라들 수 있다고 봤던 것은 철저한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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