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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한국유사]조선시대 병사들은 무얼 먹고 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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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한국유사]조선시대 병사들은 무얼 먹고 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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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조선군은 강화도를 침입한 프랑스군을 물리쳤다. 병인양요(丙寅洋擾)의 승리였다. 조선은 전투에 참가한 군사들에게 포상을 실시했고, 특히 맹활약한 지방의 포수(砲手)들에게 요역(?役)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문수산성(文殊山城)과 정족산성(鼎足山城)에서 싸운 군사들 중에 자원하여 나간 자에게는 집을 하사하고, 향군의 포수들은 다같이 각 해당 고을에서 잡역(雜役)을 면제해주게 하라.”

병인양요 당시 조선은 강화도를 점거한 프랑스군을 물리치기 위해 순무영(巡撫營)을 설치했다. 대장(大將)에 이경하, 순무중군(巡撫中軍)에 이용희, 순무천총(巡撫千摠)에 양헌수가 임명되었다. 조선군은 10월 26일 문수산성에서 프랑스군과 충돌하였고, 11월 9일 정족산성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쳤다.


병인양요 이후 조선 정부는 순무영을 해체했다. 이때 순무영에서는 군수품을 지원해준 민간인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기록해 보고했다. 고종실록 권3, 고종 3년조에 기록되어 있는 문건에는 이들이 제공한 군자금과 군수품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한 사람이 여러 물품을 제공한 경우도 많아 중복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은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군수품은 총 196건이 제공되었는데 개인이 165건, 단체가 31곳이었다. 개인은 관직없는 일반 백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유학(幼學), 한량(閑良), 출신(出身) 등의 과거 응시자나 급제자를 비롯하여 종친부, 훈련도감, 총융청, 의정부, 사간원, 승정원, 선혜청, 규장각, 의금부, 병조 등의 서리나 하급관리들도 참여했다.


궁궐문을 지켰던 전직 수문장(守門將)과 궁성 숙위(宿衛)를 담당했던 전직 오위장(五衛將)도 참여했다. 또 오전(五廛), 백목전(白木廛), 어물전(魚物廛) 등의 시민(市民)들도 물품을 제공했다. 일반 마을 단위로는 봉성리, 전류리, 등산리, 서명동, 양존리, 대파리, 사초리, 하은동, 마서리동, 절과리, 당포동, 동을산리, 온수동, 송아리, 늑동리 등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볼 때 여러 계층에 걸쳐 광범위하게 군수품 제공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서리나 하급관리 이상은 주로 돈, 소, 쌀, 콩과 같은 물품을 제공했고, 일반 마을에서는 주로 땔나무, 말먹이, 짚 등을 제공했다. 빈도수로 보면 소 55건, 쌀 38건, 말먹이 36건, 돈 34건, 땔나무 32건, 짚 27건, 콩 14건 순이다. 물품량으로 보면 소 122마리, 쌀 416석, 말먹이 36건, 돈 17,380냥, 땔나무 32건, 짚 27건, 콩 119석 등이 기록되어 있다. 빈도수와 물품량을 통해 당시 주로 어떤 군수품이 필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소는 물품의 수송용과 병사들의 식용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다. 짚은 병사들의 보온용과 가축들의 사료로 사용될 수 있다. 말먹이가 많은 것으로 보아 말은 식용이 아니라 수송용과 기병용으로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리하면 병사들의 식량과 가축들의 사료가 가장 필요했고, 다음으로 취사나 보온을 위한 땔나무나 짚이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부대를 운용하고 부족물품을 구입하기 위한 군자금도 크게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제공된 물품 가운데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엄청난 물량도 있다. 이해조는 돈 1만냥을 제공했는데, 전체 17,380냥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조선 후기의 화폐가치를 정확하게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쌀 1섬은 5냥이었는데, 쌀 1섬은 지금의 쌀 144kg 정도가 된다. 현재 쌀 20kg이 대략 5만원 내외이므로 144kg은 약 36만원 정도가 된다. 따라서 조선시대 1냥은 현재 7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1만냥은 현재 가치로 약 7억원에 상당한다.


정중검과 김윤칠은 송거(松炬), 즉 소나무로 된 횃불 각각 3,000개와 2,000개를 제공했다. 양충환과 이소영은 육촉(肉燭), 즉 소기름으로 만든 초 각각 2,000개와 500개를 제공했다. 또 김인성과 홍장현은 각각 절편 2,400개와 1,000개를 제공했다. 물품의 규모를 감안할 때 이들을 단순히 일반 백성이라 보기는 어렵다. 고종실록에 “이번 전투에 나갈 때 자원하여 나간 보부(褓負)들의 공이 많다고 하니, 두목들에게 다같이 체가(帖加)하라”는 지시가 남아 있다. 대규모 물품을 제공한 이들은 아마도 보부상 조직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식사는 기본적으로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김치와 장류, 기타 찬거리로 이루어졌다. 형편이 좋을 때는 고깃국과 생선류가 추가되었으며, 식사 후에는 숭늉을 마셨다. 그렇다면 일반 식사와 병영 식사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조선시대 병사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싸움에 임했을까?


병인양요 당시 군수품으로 제공된 식품은 곡류, 가축류, 장류, 젓갈류, 해산물, 과실류, 주류 등으로 다양하다. 물론 중앙에서 준비한 것도 있겠지만, 병사들이 먹는 식품 종류는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자료에 기록된 식품류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곡류는 쌀?콩?좁쌀?절편이 있고, 가축류는 소?돼지가 있으며, 장류는 간장?된장?소금이 있다. 젓갈류는 새우젓?굴젓이 있으며, 해산물은 민어?조기?준치?명태?물고기알?미역이 있다. 과실류는 생밤?삶은밤?홍시?곶감?배가 있으며, 주류는 탁주?청주?지게미가 있다. 이외에 장조림?절임야채?우유가 있으며, 기호품으로서 담배도 적지 않게 확인된다.


[이상훈의 한국유사]조선시대 병사들은 무얼 먹고 싸웠을까? 프랑스 해군 소위 후보로 병인양요에 참여한 앙리 쥐베르의 그림. 당시 강화와 조선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강화전쟁박물관

쌀과 콩이 주식으로 제공되었고, 절편은 비상 휴대식량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은 소로서 55건에 122마리가 제공되었다. 평소 비용이 비싸 잘 먹지 못하는 가축이지만 전시 상황에서 수송용과 식용으로 적극 사용되었던 것 같다. 돼지는 1건에 2마리에 불과한데, 사람과 식성이 비슷해서 당시만 해도 가축으로서 널리 사육되지 않았던 듯하다.


음식의 간을 하는 데에는 간장?된장?소금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간장과 된장에 비해 고추장은 잘 확인되지 않는데,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고추장이 생각보다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전장(戰場)이 서해안에 위치한 곳이라서 그런지 젓갈류와 해산물이 많이 확인된다. 젓갈은 주로 새우와 굴로 이루어졌다. 생선은 민어가 가장 눈에 띈다. 민어가 다른 생선보다 훨씬 많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고, 어물전에서도 유일하게 민어를 제공한 점에서 볼 때 당시 서해안에서 민어의 어획량이 상당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명태와 미역은 각각 한 차례 밖에 확인되지 않는데, 아마 산지 자체가 동해안과 남해안이 중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실류는 밤과 감이 많이 제공되었으며, 배도 한 차례 확인된다. 당시 민간에 밤나무와 감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의 경우 주로 우리나라 남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아마도 보부상을 통해 일괄적으로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탁주는 주로 마을 단위에서 제공되었고, 청주는 한 차례 확인된다. 청주의 경우 절편 2,400개와 함께 제공된 것으로 보아 이 또한 보부상을 통해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병인양요에서 조선군은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승리했다. 민간이 제공한 군수품이 조선군의 승리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음에 분명하다. 병인양요 이후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 김좌근은 국왕에게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서양 배들은 돛을 돌려 퇴각했고 관군(官軍)도 방금 철수하여 위아래가 비로소 안정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그러나 한가한 때일수록 위태로운 때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비단 이 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모든 방어하는 대책을 힘을 다해 강구해야 소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병영에서 필요한 물품을 잘 수리하고 마련하여 대비해 놓고 군사 대오(隊伍)를 단속하여 때가 닥쳐 군색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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