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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과학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대책이 아쉽다

수정 2021.02.15 13:59입력 2021.02.15 13:18
[칼럼]과학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대책이 아쉽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

2600만. 이 숫자는 우리나라 인구수(약 5182만명)의 절반 가량이다. 지난해 11월 26일 AI(조류독감)가 발생해 현재까지 살처분 된 가금류 숫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중 70%는 발생농장 반경 3㎞내의 가금으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농민들의 눈물과 한숨을 뒤로 하고 모두 묻혔다.


정부는 대형 가축질병이 고질화되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방역정책국을 새롭게 설치했다. 축산업계에서는 사뭇 달라진 AI 방역정책이 펼쳐 질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여지없이 그 기대가 무너지는 상심을 안겨주는데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축산단체에서 끊임없이 제시하는 갖가지 의견에 대해 귀를 틀어막고 오직 정부의 일방적인 방역정책 집행만을 고집했다. 오히려 더 커진 조직을 활용해 지방자치단체와 농가들을 옥죄고 있다. 예를 들어 3㎞내에 위치한 농장이라도 지자체 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제외를 건의하면 농식품부 중앙가축방역심의회는 충분한 역학 논의 후 수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책임소재부터 따져 책임 못 지면 살처분이 원칙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초동방역이라는 이유로 종전과 똑같이 가금들을 모두 끌어 묻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본은 발생농장과 역학농장만 선택적으로 살처분했어도 42건으로 우리의 88건보다 절반이나 적다. 축산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고 지적하자, 정부는 프랑스 남서부 지방 해안의 랑드주에서 5㎞까지 살처분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내 "이런 예방적 살처분이 없었다면 나라 전체의 닭이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만 계속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3㎞ 살처분 정책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놔야 한다.

이 뿐만 아니다. 정부는 병아리를 낳는 어미닭까지 싹쓸이 묻어버렸다. 육용종계 약 860만 마리 중 약 100만 마리가 살처분돼 일본의 5만5000마리보다 18배가 많다. AI발생 전에 100원이던 병아리 값이 800원이다. 농가는 병아리를 구할 수 없어 닭을 키우지 못하고 두 손을 놓고 있다. 오는 3~4월에는 닭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고 소비시장은 수입 닭고기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을 육계 농가의 생산비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지급하고 있다.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아니라 육계 전체의 5% 내외 물량이 거래되는 할인시장의 가격을 조사해서 지급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가금 축종별 보상금 지급기준도 각기 달라 형평에도 맞지 않다. 이제라도 애꿎은 농가들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가격조사 방법과 체계를 구축하거나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기준을 바꿔야 한다.

이번 살처분 보상금은 아마도 1000억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농가들이 농장 울타리, 소독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사육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보다 세밀하고 과학적인 살처분 정책을 실행했다면 한 푼이라도 아쉬운 코로나 시대에 적어도 예방적 살처분 보상금에 해당하는 예산만큼은 아꼈을 것이고, 이 돈을 농가들의 방역시설비로 지원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검토해 예산 낭비를 막고, 소비자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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