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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 사태, 산업안전 취약성 정비할 위기이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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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감염병 예방 취약한 건설현장, 고객응대 많은 마트 등에 마스크 지원

[인터뷰] "코로나 사태, 산업안전 취약성 정비할 위기이자 기회"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19일 서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지역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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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아시아경제 강희종 경제부장, 정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양한 산업안전 인프라를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열악한 여건이 노출된 만큼 그 대응책을 마련할 기회로 삼아야 하죠."


지난달 19일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산업안전과 관련된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꼽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방향타로 삼을 산업안전의 과제들과 이번 사태로 드러난 산업 현장의 취약성을 점검하기에 더 없는 적기(適期)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안전을 둘러싼 시스템과 원칙은 사회적 비극을 딛고 나서야 단단히 구축되곤 했다. 대국민 안전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뒤에 불 붙었고,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은 2018년 김용균씨 사망사고 전과 후로 나뉠 정도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산업안전은 자연스레 형성된 사회적 압력(social pressure), 그리고 관리ㆍ감독을 비롯한 정부의 의지가 만나 현실화되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보건과 함께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의미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 3년 차인 박 이사장에게 사실 코로나19는 외면하고 싶은 재난일 수 있다. 공단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사고(855명ㆍ집계 이래 첫 800명대 진입)를 혁신적으로 줄여 전례 없는 성과를 냈고, 이제 막 새로운 목표치(산재사고 700명대)를 꺼내 들었다. 조금 더 박차를 가하면 노동시장 선진화로 곧 진입하려던 터였다. 박 이사장은 아시아 최초로 세계산업위생학회(IOHA) 회장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에서 환경보건 보건학 석사를, 미국 미시간대학교 환경산업보건 보건학 박사를 수료했다. 질병이 불러온 현재의 혼란이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 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가 눈에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는 "이번 일(코로나19)이 있기 전까지 우리 사회는 콜센터 직원들에 대해서 '정신노동' 측면의 노고만을 생각했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질병 안전 문제에도 너무나 취약한 환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당장은 공단이 공기청정기와 칸막이 시설, 손세정제와 마스크 비용 지원 등을 긴급대책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더욱 장기적으로는 밀집된 근무환경에 대한 환기 기준, 최소한의 개인 면적, 재택을 포함한 다양한 근무형태 기준 등에 대한 법정요건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소홀히 했을 때 사후에 겪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지금 충분히 체감하고 있다"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코로나 사태, 산업안전 취약성 정비할 위기이자 기회"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19일 서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지역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코로나19 사태로 산재 예방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어떻게 조율하고 있나.

▲코로나 19의 심각성에 따라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장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추진 중이다. 교육사업의 경우 '이동식크레인이나 고소작업대 조종작업 자격교육'과 같이 생계형 교육은 열화상 카메라 설치, 손세정,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 아래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기한 내 받아야 하는 교육은 6개월 이내 이수하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산재예방 사업의 핵심인 패트롤 사업은 건설현장에 대한 정상적 점검을 실시하되, 패트롤카 등을 이용해 최대한 대면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현장에 마스크 제공과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 등을 병행하고 있다.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제조업종은 사업수행을 일단 유보하고 감염병 확산 상황을 살피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직접 지원도 이뤄지고 있나

▲지난 2월 초 감염병 예방에 취약한 소규모 건설현장과 50인 미만 제조 사업장, 외국인 고용사업장 등에 마스크 72만개를 보급했다. 3월에는 마스크 80만개를 추가로 보급해 고객응대 업무가 많은 마트, 외국인 고용 제조사업장 등에 우선적으로 전달했다. 대구광역시에는 전신보호복, 덧신, 고글, 마스크, 멸균장갑 등 개인보호장비(Level D Kit) 240세트와 불침투성 보호복 3400벌을 긴급 지원했다. 최근에는 콜센터 1000여개소를 대상으로 간이칸막이 설치, 공기청정기 및 비접촉식 체온계, 손세정제와 마스크 구입 비용을 산재예방 시설자금 보조지원 사업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소요금액의 70%를 지원토록했다.


-정부가 마련한 '2022년까지 사고사망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한가.

▲산업재해 문제는 산업경쟁력이나 국가경제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정부는 연간 사고사망자 수 2022년 500명 이하, 사망사고 만인율 0.27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 기술 수준 등을 감안할 때 비슷한 수준의 국가보다 우리나라 산재 사고사망자 수는 최소한 2배 많다. 지금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정도는 추락이나 끼임 등 단순사고로, 엄청난 재원이나 기술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사업장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투자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산재 사망자는 무조건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고, 또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 대책의 경우 시장 성숙도와 맞지 않게 늦어지고 있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

▲플랫폼 노동자는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이뤄지는 새로운 고용형태로, 명확한 사업주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행히 올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돼 플랫폼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들을 채용하는 사업주는 안전보건예방 조치 등을 실시해야 하고, 일을 하다 다치게 되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공단은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다수 근무하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수준도 평가할 계획이다. 수준이 낮은 하위 30% 사업장은 노동부 감독 의뢰로 개선을 독려해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을 높일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 제도적 대책을 한 번에 마련해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다. 관심을 갖고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


-세계산업위생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고 보건ㆍ위생과 관련된 유관 연구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안다. 이번 사태의 추이를 어떻게 보나.


▲전파 속도가 빠르고 이 질병에 노출된 고령인구가 많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 코로나19가 단기간 종식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도 그에 따른 상시 대응 등 방안을 모색해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진단키트 활용, 마스크 쓰기 등 효과적 대응을 빠르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판단이나 초기 교육도 빨랐다. 거시적으로 볼 때에는 급속한 세계화의 반작용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인터뷰] "코로나 사태, 산업안전 취약성 정비할 위기이자 기회"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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