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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아마존도 이길 수 있는 '스타트업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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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매켈비 '언카피어블'

[이종길의 가을귀]아마존도 이길 수 있는 '스타트업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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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작은 우편 주문 회사였다. 고객의 요청이 오면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 배달했다.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1926~2018)는 경쟁업체들을 모방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업계를 주도한 군나르스 파브리케르가 가구 판매에 나서자 곧바로 가구 공급업체들을 만났다.


이케아는 엄청난 가격 인하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출혈을 감수한 전략은 오래갈 리 만무했다. 품질에 대한 불만까지 빗발쳐 평판이 갈수록 나빠졌다.


캄프라드는 경쟁업체들 덕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모방 거리를 얻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방할 수 없게 돼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케아는 경쟁업체들의 방해로 1950년부터 가구박람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당시 가구박람회는 새로운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업체와 공급업체도 연결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이케아는 전시 기회는커녕 입장 자격마저 박탈당했다.


넋 놓고 있을 수 없었던 캄프라드는 인근 공간을 빌려 이케아 가구로 채웠다. 따돌림당한 회사가 궁금했던 사람들은 떼 지어 몰려들었다. 캄프라드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영구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사람들이 가구를 직접 보고 만지고 비교하며 자세히 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시장 입구에 기다란 줄이 생겼다. 모방에서 탈피해 이룬 성공이었다.


스퀘어를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이끈 짐 매켈비는 저서 '언카피어블'에서 스퀘어와 이케아의 성공 과정이 닮았다고 썼다. 스퀘어도 처음부터 혁신의 길을 걷진 않았다. 신용카드 산업의 좋은 사례를 모방하려 했다. 그러나 기존 시스템으로 원하는 것은 가져올 수 없음을 깨달았다.


스퀘어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스마트폰 기반 카드 리더기로 눈 돌려 창업 4년 만에 매출 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신화에도 위기는 있었다. 공룡 기업 아마존이 스퀘어와 비슷한 기능의 카드 리더기를 내놓았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와 3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장악이 예고됐다. 시장 분석가들은 하나같이 스퀘어가 곧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마존은 1년 뒤 카드 리더기 사업에서 철수했다.


스퀘어는 어떻게 아마존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언카피어블'은 그 비결을 담은 책이다. 절대적인 성공 공식은 담겨있지 않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독창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었는지 눈여겨볼 뿐이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비밀에 주목해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새로운 혁신 모델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종길의 가을귀]아마존도 이길 수 있는 '스타트업 필독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이케아도 거론된다. 이케아는 자체 전시장으로 전환점을 마련한 뒤에도 숱한 난관과 맞닥뜨렸다. 경쟁업체들이 이케아와 거래하는 공급업자들을 단체로 보이콧한 게 대표적인 예. 이는 평범한 스웨덴 남자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구 사업가로 만들었다. 똑같은 가구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 캄프라드가 폴란드 공장에서 직접 가구 디자인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스타일과 디자인을 확보한 이케아는 공급업자도 겸하면서 가구산업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고객이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낮은 가격까지 유지해 70년 이상 승승장구한다.


매켈비는 육각 렌치 하나로 전부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든 배경에 주목한다. 신기술은커녕 온갖 금지와 보이콧에 떠밀려 수립한 전략이 세계 곳곳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캄프라드는 생전에 그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밀라노 박람회에서 카펫 공급업자의 집을 방문한 경험이 아이디어를 깨워주었다. 평범한 이탈리아 가정이었는데, 내가 본 광경은 놀라웠다. 가구는 무겁고 칙칙했고, 무거운 식탁 위에는 전등 하나만 걸려 있었다. 박람회의 우아한 가구들과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철학이 언제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내 선견지명을 과대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밀라노는 나를 '민주주의적 디자인'의 방향으로 떠밀었다. 멋질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기계 생산에 알맞아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 가능한 디자인 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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