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건 모두 기각, 본회의 표결 가능성은 열려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안 심의 앞두고 긴장 고조
필리핀 하원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탄핵소추안 2건을 "실질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의회 법사위원회는 대부분의 혐의가 헌법상 탄핵 요건인 '충분한 실체(sufficiency in substance)'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안 심의 앞두고 긴장 고조
5일(현지시간) AFP·AP 통신과 필리핀 의회 발표에 따르면, 전날 하원 법사위원회는 표결을 통해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두 건의 탄핵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변호사 안드레 데 헤수스가 지난달 19일 제출한 첫 번째 탄핵안은 부패와 마약 사용 의혹, 전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긴 결정이 '공공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주장 등을 담고 있었다.
해당 안건은 찬성 1표, 반대 42표, 기권 3표로 기각됐다. 위원회는 고발 내용이 추측과 언론 보도, 전언에 의존하고 있어 입증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법사위 부위원장 이사벨 자모라 의원은 "정책 판단이 미흡하다고 해서 곧바로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좌파 성향의 마카바얀(Makabayan) 연합이 제출한 두 번째 탄핵안도 같은 결론을 받았다. 이 탄핵안은 홍수 방지 사업을 둘러싼 부패 의혹과 대규모 반부패 시위를 촉발한 정책 결정들을 문제 삼았으나, 표결 결과 찬성 7표, 반대 39표로 부결됐다. 위원회는 대통령이 조직적인 부패 계획에 직접 관여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원은 향후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원회 권고를 뒤집을지 여부를 표결할 수 있다. 다만 헌법에 따라 의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 절차가 진행되며,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회의에서 부결될 경우 마르코스 대통령은 1년간 추가 탄핵 시도로부터 면책된다.
이번 결정은 최근 정치권에서 잇따르고 있는 탄핵 공방과 맞물려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2028년 대선 유력 주자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을 겨냥한 탄핵안도 이달 초 하원에 제출돼 심의를 앞두고 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여러 차례 탄핵 시도를 겪었으며, 한 건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효화된 바 있다.
외신들은 이번 탄핵 기각을 필리핀 정치의 구조적 갈등 속에서 해석하고 있다. 마르코스 진영과 두테르테 진영 간의 격렬한 권력 다툼이 탄핵 제도를 '정치적 제거 수단'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호 보복성 탄핵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성공할 경우 공직 박탈과 종신 피선거권 제한으로 이어지는 만큼, 탄핵이 정치적 '결정타'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외신들은 탄핵과 맞탄핵이 필리핀 정치의 상시적 풍경이 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정치권이 국가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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