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유망"…엡스타인과 메일 주고받아
미·중 갈등에 재추진 가능성은 희박
중국 명문대 칭화대가 과거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등의 도움을 받아 미국 보스턴 캠퍼스를 설립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의 이메일에서 이러한 제안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2016년도에 작성된 여러 이메일에 따르면 중국계 미국인 수학자인 야우 싱퉁 칭화대 야우 수학과학센터 소장과 하버드대 거액 기부자 제럴드 챈, 마틴 노왁 하버드대 수리생물학 교수 등은 칭화대를 미국 보스턴에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엡스타인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려 했다.
SCMP는 둘 사이에서 오간 이메일을 보면 야우 소장이 보스턴 캠퍼스 설립을 위한 자금 확보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야우 소장이 엡스타인과 칭화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며 수년에 걸친 협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이메일에서 야우 소장은 엡스타인의 비서에게 칭화대가 보스턴에 캠퍼스를 건설해 보스턴 및 미국 지역 대학들과 긴밀한 교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목표는 이를 중국과 미국, 또는 전 세계 다른 국가 간의 연구 및 학술 활동을 연결하는 일류 연구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썼다.
야우 소장은 보스턴 캠퍼스 후보지로 보스턴의 솔저스 필드 로드 1550번지를 언급했다. 그는 캠퍼스 건설 외에도 교수진, 박사후연구원, 학생들을 위해 연간 5000만달러(약 733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 일주일 뒤 엡스타인은 야우 소장에게 메일을 보내 대학 설립 계획이 "매우 유망하다"며 "실질적인 계획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후 야우 소장은 엡스타인에게 예비 제안서를 보내며 '기밀'이라고 표시하고 "본인만 알고 있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메일에 첨부된 해당 제안서 파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야우 소장과 엡스타인 간 교류는 엡스타인이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기 약 두 달 전인 2019년 5월까지 계속됐다. 같은 달 야우 소장은 엡스타인의 비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칭화대의 여러 사람과 논의했다며 뇌 연구센터와 인공지능(AI)·머신러닝·데이터 분석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제안은 중국 당국이 2050년까지 고등 교육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의 일환으로 중국 대학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 대학들이 동남아시아나 일대일로 참여국에 해외 분교를 두고 있는 것은 흔하지만, 미국 캠퍼스는 거의 없다.
다만 2020년 이후 미·중 교육 교류는 지정학적 긴장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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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는 칭화대가 이제는 미국의 기술 제재를 돌파하려는 중국의 핵심 기술 거점이 됐다며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과학 기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칭화대 보스턴 캠퍼스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또 칭화대의 제안은 엡스타인의 성범죄나 인신매매 등 혐의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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