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높은 관세 부과, 순이민 급감, 수조달러 규모의 정부부채 증가,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훼손 등 4대 정책충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1월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률은 2025년 2.1%, 2026년 2.4%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4년 2.8%보다는 낮지만 선진국 평균(2025년 1.7%, 2026년 1.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5% 아래에 머물러 있고, 인플레이션도 Fed 목표치인 2%를 상회하긴 했지만 3% 이하로 떨어져 팬데믹 직후보다는 크게 낮아졌다.
주류 경제학의 통념과는 정반대의 정책 노선을 채택하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는 왜 지속적인 성장경로로 가고 있을까.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1월 29일 “‘미국 우선(America First)’ 통상정책 1년: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무엇이 올 것인가”라는 주제의 패널토론을 열었고, 벤 해리스(Ben Harris) 브루킹스연구소 경제연구 부문 부소장이 발제를 통해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이 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해리스 부소장은 우선 4개의 뚜렷한 정책 충격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자유무역에 대한 공격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평균 관세율을 1.5%에서 2.8%로 끌어올렸지만 2기 행정부에서는 평균 관세율을 취임일 기준 2.4%에서 지난해 4월에는 최고 28%까지 인상했다.
두번째 충격은 미국의 순이민이 유례없이 급감한 것이다. 이전까지 미국의 이민 시스템은 합법·불법 이민을 통해 대체로 국내 노동 수요를 충족시켜 왔으며 연간 순이민 규모는 보통 50만~150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순이민이 붕괴 수준이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웬디 에델버그와 타라 왓슨 연구원이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진과 함께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민은 -1만명에서 -29만5000명 사이로 추정된다.
세번째 충격은 전쟁이나 경기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수조달러 규모의 정부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번-브루킹스 조세정책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은 향후 10년간 공공부채를 4조2000억달러, 즉 국내총생산(GDP)의 9%만큼 증가시킬 전망이다. 이 법안은 정부 재정수지 적자 확대의 핵심 요인이며, 의회예산처(CBO)는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연평균 2.1%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네번째 충격은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압박, 리사 쿡 이사의 해임을 시도한 사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겸직하는 연준 이사의 임명,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롬 파월 연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 등이 문제다.
해리스 부소장은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큰 충격인데 이런 일이 동시에 벌어졌다는 점은 더욱 이례적이다. 만약 1년 전 경제학자 100명에게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미국 경제가 정체되거나 최악의 경우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네 가지 설명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생각했던 만큼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세의 경우 회피·환적·시행 지연 등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평균 관세율 급등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순이민 역시 -30만 명보다는 0에 가까울 수 있으며, 노동시장이 점차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 연준 독립성 문제 역시 금융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구성상 정치적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관세 수입 증가는 연간 2000억달러 미만으로,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30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를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교역 상대국의 보복도 현재까지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공격 역시 아직 통화정책 기조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설명은 부정적 충격을 상쇄하는 경기부양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 부채 증가의 이면에는 가처분소득 증가가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2026년 상반기 가처분소득이 0.4%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본 규제 완화는 투자를 자극하고 있으며, 세인트루이스 연준에 따르면, AI(인공지능) 붐은 현재까지 GDP 성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통상 프레임워크에는 대규모 투자 약속과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가 포함돼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경제학자들의 기존 모형이 틀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민, 자유무역, 연준 독립성, 지속가능한 재정 전망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소장은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25년과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경제의 규모와 다양성이 급격한 침체로부터 이를 보호해 준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번째 설명은 이러한 충격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민의 긍정적 효과는 수년에 걸쳐 나타나며, 정부 부채가 민간 투자를 구축하는 효과 역시 장기적으로 드러난다. 연준 독립성의 훼손 역시 통화정책 결정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관세 역시 이제서야 교역 상대국들이 미국을 대체할 선택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단계다.
지금 뜨는 뉴스
해리스 부소장은 “동시다발적 정책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로 네 가지 설명을 제시했다. 제 결론은 희망보다는 다소 비관적이다. 이 정책 충격이 지속된다면, 지금까지 관측된 것보다 훨씬 더 큰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제가 틀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