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자금세탁방지 업무계획 발표
범죄 의심 계좌 법원 없이 즉시 동결 추진
가상자산 '쪼개기 거래'까지 관리 대상 확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도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마약·도박·테러자금조달 등 중대 민생침해범죄와 관련된 의심 계좌를 법원 결정 없이도 즉시 동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을 추진한다. 가상자산 거래 시 송·수신인 정보 제공 의무 적용 대상도 현행 100만원 이상 거래에서 100만원 미만 거래로 확대해, 규제 회피 목적의 이른바 '쪼개기 거래' 차단에 나선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5일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을 발표했다.
마약·도박 등 범죄 연루 의심 계좌, 즉시 정지
우선 수사기관 요청 등이 있는 범죄 의심 계좌에 대해 FIU가 계좌 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현재는 범죄수익과 관련된 의심 계좌라도 보이스피싱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법원 결정 없이는 계좌 동결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특금법 개정을 통해 계좌 정지 대상 범죄를 마약·도박·테러자금조달 등 중대 민생침해범죄 전반으로 확대하고, 추가 범행에 활용될 수 있는 자금 흐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도는 FIU가 계좌 정지를 결정한 뒤 금융회사에 동결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입 초기에는 수사기관 요청 계좌로 한정하되, 제도 안착 이후에는 FIU 자체 분석을 통해 포착한 의심 계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거래 등 제한 대상자도 현행 테러·핵확산 관련자에서 국제 범죄조직으로 확대한다. 캄보디아 프린스그룹과 같은 초국가적 범죄조직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해 거래를 동결할 수 있도록 테러자금금지 관련 법령 개정을 병행 추진한다. 또 FIU의 의심거래보고 정보에 대한 심사·분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검찰·경찰 전문 수사관이 참여하는 전략분석팀을 상설화하고, 심사·분석 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분석 정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가상자산 100만원 미만 거래도 추적…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정부는 가상자산 분야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체계도 전반적으로 강화한다. 현재는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에 한해 송신 거래소가 수신 거래소에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있으나, 이를 100만원 미만 거래로 확대해 소액 분산 방식의 쪼개기 거래까지 추적한다. 수신거래소에도 정보 확보 의무를 새로 부과한다. 이상 거래로 판단될 경우 거래 거절 등 추가 조치 도입 역시 검토한다. 국내 거래소가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와 거래할 경우에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저위험 거래만 허용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 대해서는 기존 특금법상 금융회사 등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다.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내부통제 등 관련 의무가 적용되며, 개인 지갑이나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 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강화된 관리 조치를 요구한다. 또 올해 중 검사·점검 이력이 없는 영세 가상자산 사업자 5~7곳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가 태동 단계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하주식 FIU 제도운영기획관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 등으로 대중화될 가능성이 커 자금세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며 "다른 가상자산과 동일한 틀에서 관리하되 발행 단계에서 동결·소각 등 통제 수단을 내재화하는 수준이지, 스테이블코인만을 별도로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 자체 자금세탁방지 역량 제고 방안도 추진한다. 특금법상 보고책임자를 임원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연 2회 실시되는 자금세탁방지 제도 이행 평가 참여를 의무화한다. 허위 자료 입력이나 자료 제출 거부 등에 대한 제재 근거도 신설한다.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집중 검사와 엄중 제재를 실시하고, 위험도가 낮은 경우에는 시정계획 이행을 전제로 제재를 유예하는 '동의명령 제도'를 도입한다. 이 밖에도 변호사·세무사·회계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도입 방안을 함께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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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U 관계자는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도입한 지 25년이 지나면서 초국가 범죄 등 새로운 자금세탁 현안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법률 개정과제는 상반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은 상반기 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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